'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종료...야3당 보고서 단독 채택
입력: 2023.01.18 00:00 / 수정: 2023.01.18 00:00

이상민·윤희근 '위증' 혐의 고발키로...특검 추진할 듯
與 조수진 '훼방 발언'에 유족들 절규·실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활동기한 마지막 날인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조특위 전체회의에서 결과 보고서가 국민의힘 의원들의 보이콧 속에 반쪽 채택됐다. /남윤호 기자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활동기한 마지막 날인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조특위 전체회의에서 결과 보고서가 국민의힘 의원들의 보이콧 속에 반쪽 채택됐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가 17일 55일간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결과보고서는 여당을 제외하고 야3당(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의 단독 의결로 채택됐다. 특위는 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등을 위증 혐의로 고발키로 했다. 국정조사에 대한 아쉬움을 남긴 채, 특검 등 유가족 지원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후속 조치가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특위는 이날 오후 4시 전체회의에서 그간의 활동을 담은 결과보고서 채택의 건을 상정하고 가결했다. 보고서 채택은 이 장관 등의 책임이 담긴 보고서 내용에 반대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이후 야3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국조특위는 18명 중 야 3당이 11명으로 구성돼 있어 국민의힘이 반대해도 단독 의결이 가능하다. 보고서 채택 이후 야3당은 이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등을 위증 혐의로 고발하는 내용의 안건도 단독으로 처리했다.

당초 결과 보고서 채택을 두고 의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는 예측이 우세했다. 야3당은 보고서에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국가위기관리센터의 책임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장관의 파면 요구도 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재발방지 대책 범위 내에서 보고서를 채택하는 게 마땅하다"는 입장이었다.

이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위증 고발 의결 여부도 여야가 대립하는 지점이었다. 야권 국조특위 위원들은 여야 합의가 불발되면 야3당 단독으로라도 보고서를 채택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국조특위 위원장인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이태원참사 국정조사 결과보고서 채택을 두고 "이런 국가적 참사(보고서)를 일방적으로 채택할 순 없기 때문에 여야 합의로 하는 게 맞다"면서도 "여야 간 합의가 안 된다면 야 3당 단독으로 채택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우 의원은 "(여당이) 보고서 채택을 안 하면 내용이 훨씬 더 세진다"며 "그런 면에서 여당이 합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여야는 이날 마지막 국정조사 전체회의에서도 끝까지 부딪혔다. 국민의힘은 이 장관 책임 명시 등 야당의 입장만 담은 결과 보고서는 채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 책임자들의 고발 건도 납득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 간사인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오늘 11시부터 국조위원들과 함께 회의하는 중에 언론을 통해 위증에 대한 고발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과연 야당 입장에서 여당과 함께 국정조사 결과 보고서를 채택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어 "이태원 참사가 위원들 모두의 소망처럼 재발 방지에 대해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건 알지만, 결국 이태원 참사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의도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보고서 상정을 미뤄주고 여야 간 더 많은 노력할 수 있게 기회를 달라고 위원장님께 요청한다"고도 말했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활동기한 마지막 날인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조특위 전체회의에서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발언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활동기한 마지막 날인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조특위 전체회의에서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발언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이에 반해 야3당은 여당이 이 장관 지키기에만 치중해 사건의 진상규명을 가리는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야당 간사인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유가족에 대한 진정한 사과나 이 장관 파면 촉구안, 유가족이 원했던 독립적 수사기구 설치, 그동안 정부에서 제대로 고인과 유가족에 대해 추모나 위로 등 진정성 있게 한 게 없어 국회에서라도 추모제를 지내드리자고 (결과 보고서에) 병기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김 의원은 "그동안 국조특위를 수없이 했지만 위증자에 대한 고발을 안 한 적이 없다. 이 부분은 여당에서 양해해 달라"고 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저는 이 장관과 사법고시 동기생이다. 1987년부터 이 장관을 알았고 35년 이상 지기다"라며 "이런 말을 하는 건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고통스럽다. 그렇지만 진상 규명을 하고 이 장관이 허위 증언을 한 데에 대해서는 적어도 법이 제대로 적용돼야 한다는 마음에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며 이 장관 책임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야 위원들은 여전히 결과 보고서 채택과 고발 건 등을 두고 평행선을 그렸다.

이런 가운데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국정조사와는 무관한 김의겸 의원의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 문제를 꺼내 들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조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의 '일방적 주장'에 대한 예를 하나 들겠다. 가령 민주당 대변인이 제기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계속 얘기하는데, 그런 게 정쟁이다"라며 "(술자리 의혹처럼) 사실이 아닌 걸 주장하고 (결과 보고서에) 병기하면 국민 불안만 가중시킨다. 진흙탕 싸움을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조 의원의 발언 도중 야당 의원들은 "정쟁을 불러일으킨다" "있는 것만 얘기하라"며 고성을 질렀고, 장내는 소란해졌다. 조 의원도 이에 지지 않고 "들어보라"며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회의장에 있던 유족들은 조 의원을 향해 "청담동 술자리가 무슨 상관이냐" "인간이냐" 등 고성을 외치며 절규했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활동기한 마지막 날인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조특위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유족인 조미은 씨가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에 항의하고 있다. 조수진 의원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의원님들이 이렇게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 것,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예를 하나 들까요. 가령 청담동 술자리라고 발언했다. /남윤호 기자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활동기한 마지막 날인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조특위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유족인 조미은 씨가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에 항의하고 있다. 조수진 의원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의원님들이 이렇게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 것,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예를 하나 들까요. 가령 청담동 술자리"라고 발언했다. /남윤호 기자

결국 결과보고서 상정 전 여당 소속 의원들은 회의장을 떠났고, 야3당 위원들이 남아 결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는 시작부터 여야 간 갈등 속에서 시작하며 전 과정에서 여러 아쉬움을 남겼다. 여야가 국정조사 합의안에 명시했던 2023년도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초반 기간 일주일은 국조특위 가동이 중지됐다. 기관 보고 첫날에는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이 '신현영 의원 닥터카' 논란에 공세를 이어가며 유가족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두 번째 기관 보고에서도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이 용혜인 위원(기본소득당) 보좌진이 자신들 사이의 대화를 몰래 촬영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회의가 파행되기도 했다.

국정조사가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되면서 향후 조치도 주목된다. 민주당은 이번 국정조사 결과가 미흡하다며 독립 진상조사 기구 구성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민과 유족의 분노가 매우 큰 만큼 성역 없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이어 나갈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당 차원의 추가 조치를 예고했다. 특히 민주당이 '국정조사 후 이상민 장관 탄핵'을 주장해온 만큼 이 장관 탄핵소추안 추진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활동기한 마지막 날인 17일 오후 국조특위 회의실 앞에서 이종철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방호 직원의 제지를 받고 있다. /남윤호 기자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활동기한 마지막 날인 17일 오후 국조특위 회의실 앞에서 이종철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방호 직원의 제지를 받고 있다. /남윤호 기자

한편 이날 유족들은 국조특위 결과보고서 채택에 앞서 독립적인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미완의 국정조사지만 결과보고서는 향후 철저한 진상규명에 있어 최소한의 발판이 될 것"이라며 "결과보고서엔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등 진짜 책임자들과 정부의 책임이 명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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