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UAE와 긍정적 발전에 대해 전혀 모르는 '비외교적' 발언"
대통령실 "장병들 격려 취지 발언…한·이란 관계와 무관"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 중인 아크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만난 자리에서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입니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아크부대를 방문해 장병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이 발언을 두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당장 이란은 "한국 대통령이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의 긍정적 발전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고 혹평했다. 국내에서도 야당을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UAE에 주둔 중인 아크부대 장병들을 만나 "여러분들이 왜 UAE에 오게 됐느냐, UAE는 바로 우리의 형제국가이기 때문"이라며 "여러분들이 국가로부터 명 받아서 온 이곳은 타국 UAE가 아니고 여기가 바로 여러분의 조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형제국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다.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며 "두 나라(이란과 북한)는 서로 여러 가지 군사적인 협력을 하고, 많은 군사적 정보 기술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와 UAE가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 오후(현지시간) 현지에 파병 중인 아크부대를 방문하고 있다. /뉴시스 |
한국과 이란은 1962년 수교를 맺어 올해는 양국 수교 61년째로 UAE(1980년)보다 수교를 한 기간이 훨씬 더 길다. 그만큼 문화·경제 교류 역사도 오래됐다.
또한 UAE와 이란은 역사적으로 갈등을 겪은 사이이지만, 지난해 8월 UAE 외교·국제협력부는 6년 만에 주이란 대사를 다시 보내면서 "이웃 국가인 양국 관계를 강화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라고 밝혔다. UAE·이란의 관계 개선도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이란 외무부는 즉각 반응했다.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나세르 카니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이 UAE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과 역사적이고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물론, 이와 관련해 빠르게 진행 중인 긍정적 발전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윤 대통령의 '비외교적(undiplomatic)' 발언을 심각하게 지켜보고 검토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답변을 기다린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 중인 아크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뉴시스 |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이란 관련 발언을 '외교 참사'라고 규정하면서 비판을 쏟아냈다. 김현정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 발언은 국익을 해치는 외교적 실언"이라며 "우리나라가 이란을 군사적 위협 세력으로 여기고 있다는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또한 이란과의 긴장감을 키워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이란은 1970년대 대한민국 중동 건설 붐으로 인연을 맺었고, 2016년 '포괄적 파트너십'을 채택한 우호협력국이다. 현재는 미국 주도의 제재로 인해 직접 교역이 어렵지만 이란의 지정학적 위치, 중동 사회의 위상에 비추어 적으로 돌려서 국익에 도움 될 것이 하나도 없다"며 "외교는 적을 줄여가는 것인데 오히려 적을 늘리겠다는 말인가. 참으로 '한심한 대통령'"이라고 맹비난했다.
민주당 윤석열 정권 외교참사·거짓말대책위원회도 성명서 통해 "올해 첫 해외순방에 나선 윤 대통령이 외교적으로 매우 부적절한 발언으로 또다시 '해외순방 리스크'를 드러냈다"며 "국군 통수권자로서 해외에서 고생하는 장병을 격려하는 차원을 넘어, 이란을 대한민국의 적으로 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매우 위험천만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과 김건희 여사가 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 중인 아크부대를 방문해 장병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민주당 중진 김태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이 또 외교 참사를 저질렀다"며 "아크부대의 적이 이란이면, 이란의 적은 대한민국이 되는 건가. 그럼, 중동에 파병 나간 우리 장병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이란과 전쟁이라도 하자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김 의원은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석유 선박의 70%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야만 한다. 이란의 적성화는 결국 우리 선박에 대한 테러 위험만 키울 뿐"이라며 "역대 정부가 유엔 안보리와 국제 사회의 대이란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수교를 유지해온 이유"라고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현지에서 순방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아크부대에서 이란은 UAE의 적이라고 말해서 논란이 됐는데, 해당 발언의 취지를 추가로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그런 취지의 말씀이셨다"며 "UAE가 당면한 엄중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면서 열심히 근무해라, 그런 취지에서 한 발언이고, 현재의 한-이란 관계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외교부는 "보도된 발언은 UAE에서의 임무수행에 최선을 다하라는 취지의 장병 격려 차원 말씀이었다"며 "이란과의 관계 등 국가 간의 관계와는 무관한바, 불필요하게 확대 해석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sense83@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