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과 막걸리 곁들인 만찬 회동
羅 "죽었다 깨어나도 '반윤' 되지 않을 것"
국민의힘 유력 당권주자로 꼽히는 나경원 전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중구=신진환 기자 |
[더팩트ㅣ중구=신진환·김정수 기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이 16일 '수도권 출신 친윤'(친윤석열) 주자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불출마를 압박하는 '친윤' 진영과도 각을 세웠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오후 7시 서울 중구 모 식당에서 오 시장과 만났다. 1시간 10분간 막걸리를 곁들인 만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의 상황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 등 이런 부분, 수도권과 서울의 상황 등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전날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과도 서울 모처 식당에서 '막걸리 회동'을 했다.
나 전 의원은 당 대표 출마를 여전히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며 "당원과 국민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겠다"고 했다.
그는 '내년 총선 때 수도권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내년 총선 승리에서 가장 중요한 게 수도권"이라며 수도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4선 출신 나 전 의원은 서울 동작을 당협위원장으로, 2004년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것을 제외하고 3번 모두 지역구를 서울에 뒀다.
나 전 의원에 이어 취재진과 만난 오 시장은 "국민들에게 기쁨을 드리는 전당대회가 돼야 할 텐데, 요즘 당에 파열음이 나서 함께 걱정했다. 오늘은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상황은 아닌 것 같다. (나 전 의원과)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눴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나 전 의원은 만찬에 참석하기 전 자신을 향해 연일 맹비난하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반윤(反尹) 우두머리'라며 비난한 데 대해 "죽었다 깨도 '반윤'은 되지 않을 것 같다"며 "정권을 다시 빼앗겨선 안 된다 생각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친윤'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나경원 전 의원과 만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앞서 나 전 의원은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또 독립유공자와 무명용사 묘역도 둘러봤다. 보수 정당 출신 대통령 묘역을 다녀간 것을 두고 사실상 전당대회 출마를 굳힌 것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
나 전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앞으로도 보수의 가치를 지키고, 자랑스러운 보수를 만들기 위한 저의 길은 계속될 것이다. 오늘 세 분의 전직 대통령님 앞에서 그 약속을 말씀드렸다"면서 "우리는 오늘만 살 수도 없고 내일만 기다릴 수도 없다. 영원히 사는 그런 정치를 하겠다'고 적었다.
나 전 의원은 또 '정통 보수', '한 번도 당을 떠나본 적 없는 보수의 원류'라고 자평했다. 소위 '윤핵관'으로 불리는 장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장 의원은 2016년 무공천 때 탈당했다가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복당했다. 또 국정농단 사태 때 바른정당에 입당했다가 2017년 5월 탈당하고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선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당 안팎에서는 나 전 의원이 아랍에미리트(UAE), 스위스 순방에 나선 윤 대통령이 오는 21일 귀국한 이후 공식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나 전 의원을 돕고 있는 박종희 전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서 외국에 나가 계시고 하니까 그 기간에 어떤 의사를 밝히는 것은 좀 예의가 아니"라며 "귀국 후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