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마무리...또 '이상민 탄핵' 공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출석, 소리치는 시민들에게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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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민주당 지도부, 취재진 '밀어서 잠금해제' 논란…정청래 "쏘리"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했어. 이날 성남지청에는 이 대표를 응원하는 지지자 600여 명, 이 대표를 규탄하는 보수 성향 단체 인사 200여 명, 그리고 이 대표를 취재하러 온 취재진들까지 모여 북새통을 이뤘다고?
-이 대표 지지자들은 이 대표 출석 시간인 10시 30분보다 몇 시간 전부터 성남지청 입구에서 시위를 열고 자리를 지키며 검찰의 편파 수사를 규탄했어.
-이 대표는 10시 20분쯤 성남지청 앞 차에서 내려 검찰 조사를 받는 건물 앞까지 약 15분 도보로 이동했어. 이 대표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기도 했어. 민주당 지도부 등 30여 명이 넘는 의원들은 이 대표 앞뒤로 서서 이 대표가 걷는 길을 양옆으로 트기도 했어. 현장은 취재진, 의원들, 경찰까지 합쳐서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어.
-약 15분간 이동해 검찰의 포토라인 앞에 선 이 대표는 미리 준비해온 A4 8장 분량의 원고를 읽었어. 이 대표 뒤로는 민주당 의원들이 서 있었지. 이 대표가 입을 열기 전, 현장은 상당히 소란했어. 지지자들은 "힘내세요"라고 외치는가 하면, 비속어를 내뱉으며 이 대표에게 항의하는 목소리도 있었어.
-한 시민은 이 대표를 향해 "목소리가 작습니다. 쫄았습니까"라고 크게 소리를 질렀어. 이에 이 대표는 그 시민을 향해 검지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고 '쉿'하는 모습을 취해 보였어. 뒤에 있던 의원들은 일제히 그 시민을 째려봤어.
-이 대표는 약 12시간 조사를 마치고 밤 10시 42분쯤 건물을 나왔어. 성남지청 청사 앞에는 당 지도부 의원들은 이 대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시간부터 건물 입구에 양옆으로 서서 이 대표를 기다렸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가는 길에 질문을 하던 기자를 천준호 민주당 의원이 밀어서 논란이 됐다. /YTN 유튜브 채널 갈무리 |
-그런데 민주당 의원들이 이 대표를 향해 질문을 건네는 취재기자를 '밀어서 잠금해제'해 논란이 됐다고?
-이 대표는 "어차피 답은 정해져서 기소할 것이 명백하다. 조사 과정에서도 그런 점들이 많이 느껴졌다"며 소감을 밝히고 지청을 떠났어. 퇴장길에 취재기자들이 이 대표의 양옆으로 붙어 질문을 했지.
-취재진이 이 대표를 향해 "성남시가 후원금을 강요했다는 진술이 나왔는데 지시한 바 있느냐" 등의 질문을 했지만 이 대표는 답변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어. 기자들이 이 대표를 따라붙으며 '정진상 실장과 공모 여부', '검찰의 티타임 거절 이유' 등을 물었어. 그러자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은 이 대표의 오른쪽에 서 있던 기자를 손으로 밀쳤어. 이 대표 왼쪽에서 질문을 하던 기자도 누군가 손으로 저지해 밀려났고, 뒤따르던 정청래 최고위원이 그 사이에 끼어들었어.
-이후 YTN이 해당 순간을 편집한 영상이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기자'라는 자막이 붙어 온라인상에 공유됐어. 논란이 되자 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영상을 공유하고 '쏘리'(미안하다)라며 장난스러운 사과문을 남겼어. 반면 천 의원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어.
-이틀 뒤 이 대표는 국회 사랑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과 관련한 현안에 대해 질의응답을 가졌어. 이날 기자회견 시작 전 박성준 대변인은 기자들을 향해 "이 대표가 15분 모두 발언할 건데, 질의할 때 모두 발언 중심으로 질문해주고 그다음 (현안) 질의를 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어. 이에 한 기자가 "자유롭게 질문하라고 하지 않았나"라고 따져 물었고 박 대변인은 "뭘 또 따지나. (기자를 향해) 캄다운 (진정)하라"라고 말했어.
-이날 이 대표는 취재진을 향한 당 지도부의 냉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어. 그는 기자회견 후에 기자들을 향해 "앞으로 자주 뵙겠습니다"라며 자리를 돌며 기자들과 '주먹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였어. 이 대표는 국회에서도 기자들의 질문에 잘 응답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앞으로는 좀 다른 태도를 보일지를 두고도 관심이 모이고 있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17일 활동을 종료한다.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2차 공청회에서 유가족 조미은 씨가 울분을 토하고 있는 모습. /남윤호 기자 |
◆3차 청문회서 울분 토한 '이태원 참사' 생존자·유가족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가 17일 활동을 종료해. 약 두 달 정도의 활동 기간이 짧게 느껴지네. 시작부터 조사대상 기관, 증인 및 참고인 채택을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다 '진상 규명' 시간을 허비한 것 같아. 12일에 3차 청문회가 열렸지? 유가족과 생존자가 직접 나왔는데 분위기는 어땠어?
-경찰과 소방당국, 지방자치단체 등 유관 기관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한 1, 2차 청문회와는 시작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어. 엄숙하고 조용한 가운데 청문회가 시작됐어.
-생존자와 유가족들은 정부 대응이 미흡했다면서 마음 한켠에 쌓아둔 울분을 토해냈어. 생존자 김초롱 씨는 '놀러 갔다가 그런 것 아니냐'라는 따가운 시선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어.
-참사를 겪지 않은 국민도 부적절한 발언에 놀랐었지. 한덕수 국무총리는 159번째 희생자 소식에 "생각이 좀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고, 더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하는가 하면, 이 장관은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면서 책임회피성 발언을 했잖아. 윤희근 경찰청장이 참사 당일 음주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주말 저녁이면 저도 음주할 수 있다"며 당당하게 말한 게 잊히지 않아.
-예비신부를 참사 현장에서 잃은 A 씨는 가림막 뒤에서 진술했는데,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모습이 저절로 그려지더라고.
-정치권을 향해서도 뜨거운 목소리가 터져 나왔어. 이태원 참사 희생자 박가영 씨 유가족 최선미 씨는 시신 수습 과정에서의 문제점들이 곳곳에서 제기됐지만, 진상 규명에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유가족)에게 뭘 해줄 것처럼 하더니 아무것도 안 했다"고 지적했어. 특히 유가족을 향해 '갈라치기 한다'고 했던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우리 보고 갈라치기(한다고) 하더니 이제는 제일 간절하게 질문했던 것 갖고 우롱하냐"면서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하기도 했어.
3차 공청회에서 여야를 불문하고 의원들이 생존자, 유가족 발언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 야권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고위직 파면을 촉구하고 있어 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만희 국민의힘 간사와 김형동 의원(위), 김교흥 야당 간사(왼쪽), 우상호 위원장(오른쪽). /남윤호 기자 |
-여야를 떠나 일부 의원들이 이들의 진술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렸어.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유가족·생존자 분들의 이야기 듣는 것을 가장 처음에 했어야 했는데 가장 나중에 하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고 죄책감 든다"고 했어. 우상호 국조특위 위원장은 공청회 마무리 발언에서 "유가족의 눈물과 아픔으로 시작된 국정조사였음에도 여러분들의 상처를 제대로 치유해 드리지 못한 점 위원회를 대표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했어.
-진상 규명이 명확하게 해소되지 않았는데 국조특위를 추가 연장하진 않고?
-아마도 그럴 것 같아. 대신 야당은 독립적인 조사기구를 설치하고 필요하다면 특검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13일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상민 장관, 윤희근 청장 등에게는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결론 내렸어. 야당은 '제식구 감싸기', '윗선 꼬리자르기'라며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야.
-국정조사 결과 보고서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도 쟁점이야. 민주당은 국정조사 결과 보고서에 대통령의 공식 사과, 이상민 장관 파면 등 책임자 문책, 2차 가해 엄벌 등이 꼭 담겨야 한다는 입장이야. 특히 "헌법, 국회법이 정한 모든 방안을 고려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면서 반드시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어. 민주당은 '정무적 책임'뿐만 아니라 이 장관의 유가족 명단 관련 위증 논란으로 법적 책임도 물을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어.
-이 장관 탄핵 추진을 두고 여야가 또 다툴 게 뻔해 보이네. 정치권이 당리당략만 생각하지 말고 이번 청문회에서 눈물 흘렸던 심정으로 명확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을 위해 노력했으면 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송다영 기자
sense83@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