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신부 잃은 생존자의 호소 "유가족 서로 만날 수 있게 해달라"
입력: 2023.01.12 16:11 / 수정: 2023.01.12 16:11

"왜 소수 인원만 출동했는지 의문"
"같은 슬픔 공유하고 위로하는 것 굉장히 중요"


이태원참사 생존자가 공청회에 참석해 생존자와 유가족 모임을 만들어달라고 정부에 거듭 요청했다.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2차 공청회에서 가림막 뒤에 참석한 생존자가 진술하고 있다. /뉴시스
이태원참사 생존자가 공청회에 참석해 생존자와 유가족 모임을 만들어달라고 정부에 거듭 요청했다.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2차 공청회에서 가림막 뒤에 참석한 생존자가 진술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유가족들이 서로를 만날 수 있도록 정부에게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그런 모임을 만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이것 또한 2차 가해입니다. 더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발 저희의 요청에 응답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12일 국회 '용산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2차 공청회에는 참사 현장에서 예비신부를 잃은 생존자가 출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생존자 A 씨는 "슬픔을 공유하고 서로 위로하는 일이 중요하다"면서 정부에 생존자·유가족 모임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A 씨는 10·29 이태원 참사 현장에 있었던 생존자이자 예비신부를 잃은 예비신랑이다. 진술에 따르면 A 씨는 참사 당일은 웨딩 플래너와 상담을 하고 귀가하던 길이었다. 밤 10시 2분께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서 인파에 휩쓸려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났다. 함께 있던 예비신부는 그렇지 못했다. 심폐소생술할 공간이 확보되지 못해 여자친구를 업고 대로변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소방대원과 경찰의 지시로 상가 안에 갇혀 있다가 내쫓겼다. 그는 "두 시간가량 희생자들은 아무런 대응책이 없었다. 소방과 경찰에게 '이제 어떻게 되냐' 물어봐도 대답해주는 사람 하나 없었다. 여자친구를 만날 수 없게 계속 통제했다"고 진술했다.

여자친구와는 분리됐다. A 씨는 "여자친구가 체육관 안으로 들어간 걸 봤고 저와 가족들이 직접 신원을 확인해줄 수 있다고 말했는데 안 된다는 답변뿐이었다. 신원을 확인하기까지 대기해달라는 경찰 지시에 집으로 돌아갔다. 여자친구가 어디로 갔는지 여자친구 오빠가 직접 수소문해 알아냈다. 경찰이나 구청 및 시청 직원이 저희에게 알려준 건 하나도 없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장례를 치르기 위해 연고지로 이동하는데, 검사 검시필증이 필요하며 경찰서에 직접 가서 신고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래서 신고하러 경찰서로 갔는데 갑자기 진술서를 작성해야 한다며 여자친구 오빠와 제가 진술서 작성했다. 여자친구 오빠에게 '희생자 사인 뭐라고 생각하는지' '부검할 의향 있는지' 질문해 너무 놀랐다"고 했다.

"초기대원은 어떤 신고를 받고 출동했고 왜 소수 인원만 출동했는지 의문이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왜 실종자 신고했는지 모르겠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 의문과 후회와 죄책감이 뒤엉켜 남았다.

A씨는 가림막 뒤에서 마지막 발언을 이어가며 참았던 울음을 쏟아냈다. 그는 "힘든 시간을 버티고 견뎌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약혼자 가족들 덕분이다. 서로를 위로하여 버텨낼 수 있었다. 이러한 공감이 없었다면 저 역시 희생자와 같은 선택을 했었을 것 같다. 그만큼 같은 슬픔을 공유하고 서로를 위로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라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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