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들 앞에서 어퍼컷 세리머니…9일엔 尹 '대북' 재사용
'윤심' 강조 행보…"'윤심 몰이' 한 적 없다"
[더팩트ㅣ여의도=신진환 기자] '내가 '윤심'이오?'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 정장 차림에 국민의힘 당색인 붉은색 넥타이를 맨 당권주자 김기현 의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친윤(친윤석열)계 지지를 받는 김 의원은 당사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 인사회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50여 명의 지지자가 일제히 함성을 터트렸다. 마치 미리 3·8 전당대회를 보는 듯했다.
"김기현!" 김 의원의 지지자들은 김 의원의 이름을 반복해 목청껏 외쳤다. 동시에 '대통령이 믿는 사람 김기현', '이기는 리더십 뚝심의 리더십', '우리 당의 자존심 김기현' '김기현 사랑해'라는 문구가 쓰인 피켓을 높이 치켜들었다. 김 의원이 환호 속에 지지자들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진영이 조금씩 흔들렸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던 경찰이 급히 통제했다.
김 의원은 지지자들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열정적인 분위기가 고조되자 허리가 살짝 뒤로 꺾일 정도로 힘껏 두 팔을 들며 "만세"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때 지지자들은 선창과 후창으로 "김기현!" "당 대표!"라며 한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바로 맞은 편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안철수 의원 지지자들은 김 의원의 이름이 나올 때 안 의원의 이름을 넣어 불렀다.
국민의힘 당권주자 김기현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만세를 외치고 있다. /여의도=신진환 기자 |
김 의원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여러 차례 두 팔을 들고 껑충껑충 뛰며 기쁨을 표현했다. 자기에게 다가온 한 중년 여성과 포옹한 뒤 갑자기 지지자들을 향해 절을 했다. 그래도 부족했던 듯, 허리를 굽혀 연신 인사했다. 지지자들의 응원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말 그대로 축제의 현장이었다.
분위기에 도취된 김 의원은 허공에 오른팔을 높이 치켜들었다가 어떤 생각이 스친 듯 보였다. 곧바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유세 현장에서 선보였던 '어퍼컷 세리머니'를 재연했다. 이른바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자신에게 있다는 인상을 줬다. 유력한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저출산 정책을 두고 대통령실과 충돌한 상황이라 더욱 그랬다.
김 의원의 '윤심 마케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 의원은 지난 9일 여의도 대산빌딩에 마련된 '이기는 캠프 5560' 개소식 본행사에 앞서 윤 대통령이 대선 유세 때 썼던 큰 북을 치는 퍼포먼스를 했다. 캠프 측에 따르면 대선 때 조직이었던 홍보유세팀이 갖고 있었던 북을 가져온 것이다.
김 의원은 지지자들과 만남을 뒤로 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당권 레이스에서 '윤심 몰이'가 많다는 비판이 나온다'는 질문에 "저는 단 한 번도 윤심몰이를 한 적이 없다"며 "윤심 몰이를 한 분에게 질문하시라"고 답했다.
앞서 서울시당 신년 인사회 행사가 한창 진행될 때 당사 밖은 장외전으로 후끈했다. 김 의원 지지자들은 당사 출입문 양옆으로 서 있었다. 이때 20여 명의 안 의원 지지자들과 자리싸움이 벌어졌다. 일부 교차하는 지점에 있던 지지자들끼리 약간의 몸싸움이 있었지만, 어디선가 "우리는 같은 당이야"라는 소리가 들리면서 확전(?)으로 번지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