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혁, '중대선거구제' 말고 어떤 이야기 있나
입력: 2023.01.12 00:00 / 수정: 2023.01.12 00:00

정개특위, 소위 열고 법안 본격 심사

11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정치관계법 소위원회가 두번째 회의를 열고 선거제도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했다. /남윤호 기자
11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정치관계법 소위원회가 두번째 회의를 열고 선거제도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11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정치관계법 소위원회가 두번째 회의를 열고 선거제도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했다. 정개특위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위성정당 논란을 일으킨 연동형 비례대표제 개선을 중심으로 선거제도 전반을 다룰 예정이다. 핵심은 사표를 줄이고 실제 지지율과 의석 수가 일치하도록 대표성과 비례성을 높이는 것이다.

앞서 지난 4일 정개특위 위원장인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비례의석 수를 늘리는 것이 전제"라며 "(지난 21대 총선 당시) 연동된 비례 의석 수가 너무 적다 보니까 위성정당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개특위에는 위성정당 방지법,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을 비롯해 비례의석 수를 늘리면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거나 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안 등이 올라와 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건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몇 개의 권역으로 구분해 각 권역에서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방식의 제도다. 현행 전국구 비례대표제는 전국에서 정당별 하나의 명부로 비례대표를 선출한다. 반면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 명부도 각 권역별로 만들기 때문에 지역 대표성이 반영된다.

김찬휘 선거제도개혁연대 대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국제적 표준"이라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100% 비례대표제 국가는 27개국인데 25개국이 권역별 비례대표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선거구·비례 혼합형을 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까지 6개국에 불과하다. 비례대표가 전체 의석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는 비례대표가 전체 의석의 15.7%로 가장 적다"고 짚었다.

먼저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중대선거구와 완전히 다른 제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2024정치개혁공동행동에 참여 중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역구를 광역화, 권역별로 한다면 그 자체로 비례대표제의 성격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선거제도 개혁 운동을 해온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변호사도 "대선거구제에 비례대표제를 결합시키면 권역별 비례대표제"라면서 "대선거구제를 하면 사실상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5인 이상을 선출하는 대선거구제를 하면서 한 지역구에서 득표율 5등, 6등한 후보를 선출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없다"고 지적하며 "제도의 속성상 대선거구제는 자연스럽게 비례대표제와 결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4.15 총선 당시 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관계자들이 개표 시설들을 점검하던 모습. /더팩트 DB
지난 4.15 총선 당시 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관계자들이 개표 시설들을 점검하던 모습. /더팩트 DB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정개특위 정치관계법 소위에 상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총 13건이다. 이중 중대선거구제 및 비례대표제 관련 법안은 여섯 건으로 각각 더불어민주당 박주민·김상희·이탄희·김영배·이상민·김두관 의원(최신 발의 순)이 대표발의했다. 강민정 민주당 의원과 민형배 무소속 의원안은 위성정당 방지를, 김은혜·곽상도·권성동·장제원·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안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례대표제는 먼저 의석 배분 방식에 따라 '병립형'과 '연동형'으로 나뉜다. 병립형은 지금처럼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별개로 둔다. 지역구 의석이 얼마가 됐든 정당 득표율에 따라 정해진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한다. 예를 들어 전체 300석 중 200석이 지역구, 100석 비례대표라고 가정한다. 정당 지지율이 A당 50%, B당 30%, C당 20%라면 100석을 각각 50석, 30석, 20석으로 나눠 배분한다.

연동형은 지역구와 연동해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것이다. 전체 의석수를 정당 득표율로 나눈 뒤 지역구 당선자 수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한다. 예를 들어 전체 300석 중 200석이 지역구, 100석이 비례대표이고 정당 지지율은 A당 50%, B당 30%, C당 20%로 가정한다. 정당 지지율에 따라 전체 300석은 A당 150석, B당 90석, C당은 60석으로 나뉘어야 한다. 만약 지역구 200석 중 A당이 130석, B당이 60석, C당이 10석을 가져갔다면 각각 나머지 20석, 30석, 50석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채운다.

연동형이 비례성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내각제로 개헌해야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는 국가는 모두 내각제 국가"라며 "선거제도 개혁은 중요하지만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권력구조도 함께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례대표 명부는 개방형과 폐쇄형(구속명부형)으로 나뉜다. 폐쇄형은 명부를 정당이 확정해 득표율에 따라 1번부터 순서대로 당선되도록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폐쇄형 명부를 사용한다. A당 비례대표 후보가 20명, 비례대표 의석수는 10석이 확정됐을 때 정당이 정한 순서에 따라 1번부터 10번이 당선된다.

반면 개방형은 당선자도 유권자 투표로 결정된다.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가 배분되고, 각 정당마다 득표 수가 많은 후보 순으로 당선되는 방식이다. A당 비례대표 후보 20명, 의석수가 10석일 때 20명 중 득표율이 높은 순서대로 10명이 당선된다. 개방형은 후보를 유권자가 직접 선출하는 장점이 있지만, 인지도가 높은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한계가 있다.

비례대표제 확대와 함께 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특히 우리나라 국회의원 1인당 대표하는 국민의 수는 2015년 기준 17만 명에 이른다. OECD 국가 평균이 9만9000여 명인데 비해 대표성이 지나치게 떨어진다. 다만 이는 국민적 반감이 크다는 문제가 있다.

현재는 지역구 253석에 준연동형 전국구 비례 47석을 준연동형으로 배분한다.

박주민 의원안은 상정된 법안들 중 가장 파격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권역별·연동형에 개방형 명부와 석패율제를 도입한다. 박주민 의원실 관계자는 "지역구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융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253석의 지역구를 권역별 비례대표로 전환하며 개방형 명부를 사용한다. 47석의 전국구 비례대표는 '조정의석'으로 바꿔 정당 득표율에 따른 정당별 의석수와 각 권역에서 당선된 정당별 당선자수 사이의 격차를 보정한다. 덴마크와 스웨덴에서 사용하는 제도다. 47석은 연동형으로 배분하는데 후보 명부를 따로 만들지 않고 각 권역에서 아깝게 떨어진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석패율제를 도입한다.

300명 국회의원을 어떻게 뽑을지 결정하는 정개특위가 11일 본격 가동된다. 사진은 지난달 8일 열린 국회 본회의./남윤호 기자
300명 국회의원을 어떻게 뽑을지 결정하는 정개특위가 11일 본격 가동된다. 사진은 지난달 8일 열린 국회 본회의./남윤호 기자

김상희 의원안은 지역구 253석에 비례대표 47석으로 비례대표에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도입한 준연동형제를 없애고 이전까지 사용한 병립형을 다시 적용한다. 지역구는 '지역구'라고 표현했지만 뜯어보면 권역별 개방형 비례대표제에 가깝다. 253석의 지역구 의석 수를 그대로 두면서 선거구는 39개의 대선거구로 나눈다. 이를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데 여기에 개방형 명부를 도입해 지역대표성을 강화했다.

김상희 의원실 관계자는 "지역구 선거에서 유권자는 1인 2표, 즉 정당과 후보에 투표한다"면서 "전국구 비례대표와 구분하고 지역대표성을 강조하기 위해 '지역구'라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탄희 의원안은 의원 정수를 330명으로 확대한다. 지역구 253석은 그대로 두고, 현재 47석의 비례대표 의석 수를 77석으로 늘린다. 다만 지역구에는 대선거구제를 도입해 한 선거구에서 5~9명을 선출한다.

김영배 의원안도 의원 정수를 늘린다. 그러면서 지역구 의석을 줄여 비례대표를 크게 확대한다. 먼저 의원 정수가 330명으로 늘어나는 대신 지역구 220석에 비례대표 110석으로 2:1의 비율을 맞춘다. 비례대표는 권역별·연동형으로 선출하며 폐쇄형 명부를 사용한다.

김영배 의원은 "비례성을 강화하고 지역대표성과 인구대표성을 최대한 보장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의 정수가 늘어나는 데에 국민의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총 세비를 유지하되 의원 한명당 세비를 축소하는 방안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민 의원안은 지역구 127석에 권역별 비례대표 127석, 전국구 비례대표 46석으로 구분했다. 지역구는 현행 253석의 절반에 가깝게 줄이면서 중대선거구를 적용한다. 비례대표는 권역별과 전국구로 각각 127석, 46석을 배분하는데 연동하지 않은 병립형이며 폐쇄형 명부를 사용한다. 지역구와 권역별 비례대표를 동수로 선출하는 게 특징이다.

이상민 의원은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를 늘려야 하는데 지역구를 그냥 줄이면 기성 정치인들의 반대가 클 것"이라면서 "중대선거구를 도입하면서 지역구를 줄이는 대신 이를 권역별 비례대표로 흡수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이상민 의원안은 이명수·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을 포함해 총 19명이 발의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두관 의원안은 권역별·개방형 명부를 도입한다. 의석은 현재와 같이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으로 나누고 지난 총선에서 도입한 준연동형을 그대로 유지한다. 대신 47석을 6개 권역으로 나누고 각각 개방형 명부를 도입한다. 김두관 의원실 관계자는 "현실적인 면을 많이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면 기존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건 국민적 반감이 크다"면서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면서 조금 더 선진적인 제도를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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