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당, '다음 기회에'…나경원 강연 돌연 취소 이유
입력: 2023.01.10 00:00 / 수정: 2023.01.10 00:00

羅 측 "제주도당 사정으로 일정 연기"…강연·기자회견 무산
대통령실, 부원장직 해촉 가능성 등 거취 압박


국민의힘 유력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제주 일정이 돌연 취소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나 부위원장이 지난해 12월27일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를 방문해 아이들을 살펴보는 모습. /남용희 기자
국민의힘 유력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제주 일정이 돌연 취소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나 부위원장이 지난해 12월27일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를 방문해 아이들을 살펴보는 모습.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의힘 당권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유력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제주 일정이 돌연 취소됐다. 제주도당이 난색을 보여 무산됐다. 대통령실이 연일 나 부위원장을 비판하는 상황과 맞물려 김기현 의원으로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모아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나 부위원장 측은 9일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나 부위원장은 제주도당 요청으로 10일 제주도를 방문해 당원들과 만날 예정이었지만 도당 사정으로 일정이 연기됐다"고 밝혔다. 나 부위원장은 제주도당에서 강연과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다. 최근 대통령실과 충돌한 '출산 시 대출금 탕감' 등 정책이나 전당대회 출마 여부 등에 관한 견해를 밝힐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없던 일이 됐다.

국민의힘 제주도당에 따르면 시기적으로 당원 교육에 대한 오해와 혼란의 소지가 있어 일정을 취소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도당 측의 제안을 나 부위원장 측이 수용했다. 최근 대통령실이 나 부위원장의 저출산 문제 해결 방안을 두고 불쾌하다는 반응까지 보이며 날을 세우고 있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많다. 제주도당 측이 나 부위원장에게 협조하는 것에 관해 부담을 느끼지 않았겠냐는 관측이다.

나 부위원장에 대한 대통령실의 불만은 최고조에 이른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전날 부원장직 해촉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앞서 안상훈 사회수석은 지난 6일에도 "어제(5일) 간담회에서 나 부위원장이 밝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하는 정책 방향은 본인의 개인 의견일 뿐 정부의 정책과는 무관하다"며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관련 정책 기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의 유력한 당 대표 후보로 꼽히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대통령실이 저출산 대책을 고리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더팩트 DB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의 유력한 당 대표 후보로 꼽히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대통령실이 저출산 대책을 고리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더팩트 DB

하지만 나 부위원장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통령실의 우려 표명에 대해 십분 이해한다"면서도 "돈을 준다고 출산을 결심하지는 않으나, 돈 없이 해결되는 저출산 극복은 없다"고 주장했다. 몸을 낮추면서 동시에 저출산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방향성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대통령실 측은 같은 날 오후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거듭 불쾌감을 드러냈다.

정치권에선 대통령실 측이 나 부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를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나 부위원장이 지난 6일 언론 인터뷰에서 "마음을 많이 굳혀가고 있다"며 당권 도전을 시사한 이후 대통령실과 나 부위원장이 저출산 관련 정책을 두고 이례적으로 충돌하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실의 공개 비판에 윤 대통령의 '의중'이 담겼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친윤(친윤석열)계'의 지원사격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싣는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김정재 의원은 이날 SBS '주영진의 뉴스 브리핑'에 출연해 "나 전 의원을 겨냥 '만약 이런 식으로 정부와 반해서 본인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예전의 '유승민의 길' 아니냐. 정부 정책에 엇박자를 내면서 자기주장을 한다는 건 이준석 전 대표 사례 때도 봤었다"고 말했다. 박수영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나 위원장을 향해 "이미지 중심의 정치는 더 이상 안 된다"고 꼬집었다.

나 부위원장의 출마 여부에 따라 당권 구도는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인 '비윤계'인 유승민 전 의원도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친윤 진영에서는 '교통정리'가 필요한데, 나 부위원장이 출마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고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는 듯한 분위기다. 이른바 '윤심'의 향방은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에게 모이는 모양새다. 김 의원이 캠프 개소식에 일부 친윤계 의원 등 전현직 의원 40여 명이 참석해 세를 과시했다.

나 부위원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대표 적합도 1위를 달리고 있어 후발주자들의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선두라는 결과는 현재로선 당권에 가장 근접했다고 볼 수 있다. 차기 당 대표는 당원투표 100% 방식으로 뽑기 때문이다. 물론 나 부위원장이 두 달 남은 전당대회까지 현재의 지지율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한편 이준석 전 대표는 대통령실과 나 부위원장 갈등과 관련해 "골대를 들어 옮기는 것으로 안 되니 이제 자기 팀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사실 애초에 축구가 아니었다"고 비꼬았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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