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유력 당권주자들 '친윤 몰이' 열중
국가·민생 위한 여러 청사진 제시해야
국민의힘 주요 당권주자들이 '당심 잡기'에 분주하다. 일부 당권주자들은 친윤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은 김기현 의원, 나경원 전 의원, 지난 5일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권성동 의원(앞줄 윈쪽부터).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최근 한 보수정당 출신 인사와 만났다. 단연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화두였다. 그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비윤(비윤석열)계 사절' 간판만 없는 것 같다"라고. 커피 한 모금을 들이켜며 "맵냐 짜냐 간만 조금 다를 뿐 '재료'는 죄다 똑같다. 스스로 차별성 없는 상품이 되려 하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친숙한 유명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잘 알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에 불이 붙었다. 당권주자들은 전국을 누비며 당심 잡기에 여념이 없다. 차기 지도부 선출 방식은 당원투표만 반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권주자들은 대체로 일반 국민을 만나는 일정보다 여러 당원협의회나 신년 인사회 일정을 소화하는 데 비중을 두고 있다. "당심이 곧 민심"이라는 당 지도부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이해한다. 국민의힘 당원도 국민이니까.
일부 당권주자들이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몰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윤심'이 당권 향방을 가를 '바로미터'라고 판단한 듯하다. 당 안팎에서 '윤심'을 등에 업은 주자가 당권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친윤(친윤석열)'을 자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출마를 고심 중인 유승민 전 의원을 비윤계의 유일한 당권주자로 아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따지고 보면,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친이계와 친박계 당권주자들은 각자의 대통령 마케팅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으려 했었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세력이 다소 약해진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마케팅이 그것이다. 현직 대통령의 측근이거나 친분이 두터운 인물일수록 당내 영향력이 크다는 점도 예나 지금이나 같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경선 유력 후보인 나경원 전 의원과 장제원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송파을 신년인사회에서 악수하는 모습. /뉴시스 |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윤핵관 시대'라는 말을 부정하기 어렵다. 김기현 의원은 친윤 실세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과 이른바 '김장연대'를 형성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김정재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사실상 불출마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장 의원은 청년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을 공개 지지했다.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은 지난 5일 장 이사장의 지원군 역할을 했다. 윤 대통령 청년 참모 출신 장 이사장은 출마 선언문에서 "저는 대선 경선이 시작되기 전부터 윤 대통령의 1호 청년 참모로 모든 여정을 함께 했다"고 강조했다. 이리저리 살펴봐도 친윤 구호만 들린다.
막후 정치가 현실이라고 믿고 싶지 않지만, 윤 대통령과 일부 당권주자와 '관저 만남'은 오해를 사기 충분했다. 윤 대통령이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당의 중요한 행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은 민심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친윤 일색, 친윤 주도의 전당대회로 흘러간다면 여당은 내년 4월 총선 때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자주 들린다.
뛰어난 리더십은 당 대표의 덕목이다. 특히 차기 여당 대표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정부의 개혁과제에 힘을 보태야 하며, 총선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는다. 승자독식의 선거 특성상 이해하는 측면도 있다. 그렇더라도 당권주자들이 지나치게 '윤심'에 기대거나 계파만 중점적으로 부각하는 것은 '자책골'로 이어질 수 있다.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기 때문이다. 당권주자들은 여러 분야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요즘 '소비자'는 깐깐하고 똑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