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5·18 교과서 삭제…尹일까, 文일까
입력: 2023.01.06 00:00 / 수정: 2023.01.06 12:47

5.18 적시된 '학습요소' 삭제로 논란
교육과정 '대강화' 기조 속 해프닝?


2022 개정 교육과정에 5·18 민주화운동이 제외돼 논란이다. 야당은 윤석열 정부가 삭제했다고 주장했고 정부 여당은 문재인 정부 때 일이라고 반박했다. 사진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모습. /뉴시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5·18 민주화운동'이 제외돼 논란이다. 야당은 "윤석열 정부가 삭제했다"고 주장했고 정부 여당은 "문재인 정부 때 일"이라고 반박했다. 사진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2022 개정 교육과정에 '5·18 민주화운동'이 제외되면서 정치권이 두 쪽으로 갈라졌습니다. 야당은 "윤석열 정부가 삭제했다"는 입장인 반면 정부 여당은 "문재인 정부 때 일"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누구 말이 맞는 걸까요.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22일 2022 개정 교육과정을 각 교과별로 고시했습니다. 논란이 된 건 '사회과 교육과정'입니다. 2018 교육과정에 기재됐던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 6월 민주항쟁'이 이번 교육과정에서는 '4·19 혁명에서 6월 민주항쟁'으로 수정됐기 때문이죠.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윤석열 대통령이 5·18 정신을 저버렸다며 즉각 반발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국민의힘 소속 의원 전원과 함께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던 터라 배신감을 느꼈을 겁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피로 지켜낸 오월 정신은 국민 통합의 주춧돌"이라고 말했죠.

정부 여당은 야권의 주장에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오히려 역사왜곡을 바로잡겠다고 반박했습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했고, 5·18 민주화운동이 빠진 건 그 과정의 산물이라는 겁니다.

2021년 2월 문재인 정부 당시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 개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를 실시했습니다. 당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은 분량을 간소화해 학교 교육의 자율성을 높이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른바 '대강화' 기조입니다.

그 과정에서 '학습요소'라는 부분이 전 과목에 걸쳐 삭제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학습요소란 교육과정에서 꼭 이수해야 하는 핵심 내용을 뜻하는데, 분량 부담의 대표적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됐습니다. 문제는 5·18 민주화운동이 학습요소에 포함돼 있었던 겁니다.

2018 사회과 교육 과정(위·빨간색)에는 학습요소로 5·18 민주화 운동이 적시됐지만 2022 개정 교육과정(아래·빨간색)에는 학습요소 삭제에 따라 생략됐다. 하지만 성취기준 해설은 현행대로 유지됨에도 불구하고 2022 개정 교육과정(아래·파란색)에서 5·18 민주화 운동이 빠졌다. /교육부 자료 참조
2018 사회과 교육 과정(위·빨간색)에는 학습요소로 5·18 민주화 운동이 적시됐지만 2022 개정 교육과정(아래·빨간색)에는 학습요소 삭제에 따라 생략됐다. 하지만 성취기준 해설은 현행대로 유지됨에도 불구하고 2022 개정 교육과정(아래·파란색)에서 5·18 민주화 운동이 빠졌다. /교육부 자료 참조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2 개정 교육과정 문서체계 개선안을 2021년 11월 발표했고, 2021년 12월 구성된 정책 연구진에게 이를 전달했으며, 연구진으로부터 관련 보고서를 받은 뒤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발표했습니다.

학습 요소를 생략하자는 취지의 정책이 문재인 정부 교육부에서 시작돼 윤석열 정부 교육부에서 마침표를 찍은 셈입니다. 실제로 5·18 민주화운동 외에도 제주 4·3사건, 5·16 쿠데타, 7·4 남북공동성명 등도 학습 요소에 포함돼 있어 모두 생략됐습니다.

교육부도 지난 2021년 구성된 정책 연구진 역시 학습 요소 생략 등 대강화 기조 원칙에 동의해 시안을 만든 것이고, 이후 공청회 등 의견수렴 과정을 포함해 국가교육위원회 심의 과정에서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의도적으로 5·18 민주화 운동을 삭제한 것이란 의문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성취기준 해설'입니다. 2018 사회과 교육과정 성취기준 해설에는 5·18 민주화 운동이 적시돼 있었지만 2022 사회과 교육과정 성취기준 해설에서는 빠졌습니다. 애초 정부는 학습 요소 삭제 과정에서 5·18 민주화 운동이 포함된 것이었을 뿐 의도는 없었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성취기준 해설에서조차 5·18 민주화 운동이 제외된 겁니다.

교육부가 지난 5일 발표한 설명자료.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학습요소는 삭제되지만 성취기준 해설은 그대로 유지된다. 하지만 2022 개정 교육과정 성취기준 해설에 5·18 민주화 운동이 제외되면서 고의 삭제 의혹이 불거졌다. /교육부 제공
교육부가 지난 5일 발표한 설명자료.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학습요소는 삭제되지만 성취기준 해설은 그대로 유지된다. 하지만 2022 개정 교육과정 성취기준 해설에 5·18 민주화 운동이 제외되면서 '고의 삭제' 의혹이 불거졌다. /교육부 제공

교육부 관계자는 "대강화 정책에 따라 양을 줄이다 보니 성취기준 해설에서 5·18 민주화 운동이 생략됐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대강화 기조라는 이유만으로 성취기준 해설에서 5·18 민주화 운동을 제외한 건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5·18 민주화 운동 등 주요 역사적 사건이 교과서에 기술되도록 하겠다며 교과용도서 편찬 준거에 5·18 민주화 운동과 주요 역사적 사건을 반영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출판사들이 편찬 준거를 따르지 않을 경우 교과서 검정 심사에 불합격될 수 있기에 되도록이면 이를 준수해 집필한다"고 설명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이 교과서에 집필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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