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내부서도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다"
"손발 묶인 채로 당하고만 있어야 하나" 반박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검사 명단 공개'에 대해 "그래야 신중하고 공정하게 사안을 처리하지 않겠나"라고 이유를 들었다. 12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의겸 의원(오른쪽)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사들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해 파장이 거센 가운데,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검찰이라는 이름에 숨지 말고 당당하게 자기 이름을 내결고 책임지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법치주의 훼손' 지적에 대해선 "과한 반응"이라고 맞받아쳤다.
민주당은 지난 23일 '이재명 대표 관련 수사 서울중앙지검·수원지검 8개 부(검사 60명)'이라는 제목으로 웹자보를 만들어 온라인에 공개했다. 여기에는 이 대표를 둘러싼 대장동 사건, 변호사비 대납 사건, 성남 FC 후원금 사건 등을 수사하는 검사 16명의 실명과 10명의 사진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라디오 인터뷰에서 '명단 공개 이유'에 대해 "그래야 신중하고 공정하게 또 무겁게 사안을 처리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른바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을 언급하며 "그런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고 국민들이 똑똑히 알아야 된다"고 덧붙였다.
'검사 명단 공개'에 여권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한 장관은 전날(26일) 출근길에서 "개인의 문제를 모면해보려고 공당의 공식 조직을 동원해 적법하게 공무를 수행 중인 공직자들에게 좌표를 찍고 조리돌림당하도록 공개적으로 선동하는 건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것"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16명의 이름을 공개한 것 가지고 너무 과한 반응"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 우리 국가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는 수사와 기소를 하는 검사가 자기 이름과 얼굴 하나 공개되는 게 무슨 그렇게 큰일이라고 그렇게 소란을 피우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검사 신상 공개로 강성 당원들에게 '좌표 찍기'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정말 좌표를 찍는 것은 검찰과 윤석열 대통령, 한 장관"이라며 "검찰이 언론사 기자들에게 슬슬 흘리면서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사실에 대해서 수사 기밀을 누설하고 또 혐의 사실을 공표하고 이렇게 해서 지금 그냥 속수무책으로 저희들은 당하고 있는 거 아닌가. 이거야말로 정말 조리돌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신상 공개로) 그래 봐야 우리 국민들이 할 수 있는 게 뭐 있겠나. 그냥 담벼락에 대고 욕하는 거고 SNS에 몇 자 끼적이는 거지 국민들이 안다고 해서 지금 서슬 퍼런 검사들에게 무슨 짓을 할 수 있겠나"라고도 했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도 신상공개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정무적 판단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검사 명단 공개에 대해 "그게 정치 탄압을 분쇄하기 위한 내용인지 아니면 무슨 의도를 가지고 그걸 하셨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하필 이재명 당 대표 사건 검사만 정리했다는 것 같은데, 이거를 정리해서 배포하는 행위가 어떤 효과를 가져오게 될지, 이게 진실을 규명하거나 탄압을 막아내는 작업이 되는 건지,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 선뜻 동의가 안 되고, 국민적 공감을 얻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중진' 이상민 민주당 의원도 전날(26일) "검찰권도 준사법권으로서 권력의 압박뿐만 아니라 여론의 압력으로부터 차단되고 그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배포 철회를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매번 언론에 일면 톱으로 실리고 시시콜콜한 이야기, 또 사실관계도 불투명한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 계속 언론에 흘리고 있는 거 아닌가. 저희들은 손발이 묶여 있는 상태로 검찰이 하는대로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어야 되는 건가"라고 반박했다. 이어 "(검사 명단 공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에 최소한의 자구책"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검사 명단 추가 공개와 강성 지지층이 요구하는 영장 전담판사 명단 공개에 대해선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