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 통보·지역 일정' 이유로 28일 불출석 관측
이 대표 결단으로 정면돌파 가능성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의혹' 관련 검찰 소환조사에 응할지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지난 10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는 이 대표.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후 '두 번째 검찰 소환장'을 받으면서 다시 위기를 맞았다. 이 대표는 "전방위적 야당 파괴 공작, 정적 죽이기"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가족 의혹부터 파헤치라고 반격했다. 반면 소환 조사를 마냥 거부하기보다 떳떳하게 응해 '사법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당 안팎에서 표출되고 있다. 현재로선 소환 불응에 무게가 쏠리지만 이 대표가 정면돌파를 결단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관련, 이 대표에게 "오는 28일까지 출석하라"는 검찰 소환조사 통보를 두고 고심 중이다.
당은 이미 '무혐의 처분'된 사건을 윤석열 정부 경찰이 재수사하는 것은 '야당 탄압'의 일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성남 FC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2016∼2018년 두산건설 등 기업들로부터 160억여 원의 후원금을 유치하는 대가로 이들 기업의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봐줬다는 내용이다. 경기도 분당경찰서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9월 해당 사건을 무혐의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검찰의 소환 절차가 일방적이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검찰 사건사무규칙에 따르면 소환을 위해 피의사실 요지나 출석 취지 등을 구체적으로 적은 서면을 발송하고 어려울 경우 전화나 문자메시지 등으로 알리고, 피의자와 피의자 변호인과 조사 일시 및 장소를 협의하도록 돼 있는데 검찰이 전화와 팩스로만 일방통보했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는 검찰 소환 자체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당 회의에서 "전방위적 야당 파괴 공작 그리고 정적 죽이기에만 진심을 보인다"며 "윤석열 정권의 망나니 칼춤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장을 날렸다. 취재진을 향해서도 "혐의도 뚜렷하지 않은 이재명에게 소환에 응할 거냐 물을 게 아니고, 중범죄 혐의가 명백한 대통령 가족은 언제 소환에 응할 거냐 물어라"고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피의자들은 구형 재판까지 마쳤다. 왜 김건희 여사만 열외인가"라며 거들었다.
당은 지역 일정과 검찰의 일방적인 통보 등을 이유로 28일 출석은 어려울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일정을 변경해 출석할 가능성도 있다. 야권 일각에선 소환에 응해 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0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본청 계단에서 열린 민생파탄·검찰독재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이 대표와 민주당 의원들. /국회사진취재단 |
당 내부에선 '성남 FC 의혹' 관련 소환 불응 방침이 타당하다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초선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무혐의 나왔던 것에 대해 다시 소환 조사를 하는 게 모욕적이라 좀 문제가 있다. 비리가 있으면 옹호할 생각이 별로 없는데 지금 검찰이 하고 있는 게 너무 정치적이라 그 부분에 대해선 당 의원들이 전반적인 반감이 있다"고 했다. 향후 소환 통보가 다시 올 경우 당 대응에 대해선 "(검찰 소환) 사안의 주제와 내용에 따라 다를 것이다. 사안별로 봐야지, 일률적으로 이야기할 건 아니다"라고 했다.
반면 오히려 검찰 소환에 당당히 임해 국면을 전환하고 당대표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KBS 라디오에서 "검찰 소환에 응하는 것 자체가 수사도 안 받는 김건희 여사 같은 여권 인사들의 불공정을 오히려 더 각인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본다"며 "전처럼 의원총회 열지 말고 출두해서 당당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민생 행보가 사법 리스크 방패 행보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당은 오는 28일 소환 조사에 응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지역 일정'을 꼽았다. '원조 친명' 김남국 의원은 "28일에는 이미 광주·전남 민생 현장투어를 돌기로 한 상황이기 때문에 (출석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22일부터 '국민속으로, 경청투어'란 이름으로 전국 순회 일정을 시작했다. 일각에선 "'길고 긴 겨울이 온다'며 연말 소환 조사를 예견한 이 대표가 지역 일정을 일부러 잡은 게 아닌가"라는 말도 나왔다. 박 전 위원장은 "검찰 공격에는 당대표가 개인 자격으로 대응하고, 당은 민생을 가지고 총력 투쟁하는 것이 맞는다"고 주장했다.
대장동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이 대표를 둘러싼 검찰 수사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계속 소환에 불응할 경우 정치적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소환 통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검찰은 지난 9월 1일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대장동 및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이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통해 이 대표 소환 불응을 권유했다. 최고위원회와 4선 중진 등을 연달아 만나 결정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일부 비명(비이재명)계에선 "소환 요구가 올 때마다 의총을 열어서 '편파 수사 중단하라' 피켓 들고 할 것인가"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야권에선 이 대표가 자신과 측근 리스크로 인해 좀처럼 '강한 야당'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남국 의원은 "이재명다움, 이재명의 사이다를 원하는 많은 국민이 있으셔서 저희도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신년에는 또 새롭게 새로운 모습들을 국민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사법 리스크에 대한 당내 피로감 해소와 국면 전환을 위해 이 대표가 '검찰 출석'을 결단할 가능성도 있다. 이 대표는 검찰 소환 여부에 대해선 확답하지 않으면서 "파렴치한 야당 파괴와 조작 수사의 최전선에서 당당하게 맞서서 싸워 이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여러 의원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듣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표는 대표대로 감안해 판단할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출석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에 대한 검찰의 체포동의안이 다음 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자유 투표'하기로 했다. 지난 14일 6000만 원의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노 의원. /남윤호 기자 |
한편 정치권은 23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노웅래 민주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향후 검찰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제출했을 때 '이 대표 만을 위한 방탄정당'이라는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민주당은 의원 개인의 '자유 투표'에 맡긴다는 방침이다. 한 초선 의원은 "의견이 나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 노 의원은 여전히 "저는 결백하다. 법정에서 이를 정정당당히 입증하겠다"며 "검찰의 농단과 언론플레이가 아닌 정당한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지켜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