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공약 '간호법 제정' 與 무관심?… 간호계 "법 제정 절실"
입력: 2022.12.22 12:49 / 수정: 2022.12.22 15:14

"간호법 제정은 여야대선공통공약"

간호법제정추진범국민운동본부가 21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간호법의 처리를 촉구했다. 본부는 지난 9월부터 매주 수요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여의도=조성은 기자
간호법제정추진범국민운동본부가 21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간호법의 처리를 촉구했다. 본부는 지난 9월부터 매주 수요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여의도=조성은 기자

[더팩트ㅣ여의도=조성은 기자] 대선 당시 공통공약이었던 '간호법' 제정 촉구 목소리가 뜨겁다. 간호법제정추진 범국민운동본부 회원 1000여 명은 21일에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가두행진을 벌였다. 본부는 지난 9월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간호법제정 범국민운동본부는 1300개 시민단체 연대체다.

지난 5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간호법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국민의힘은 간호법 상임위 의결 당시 야당의 단독 상정에 항의하며 일부 의원들이 퇴장했다. 본부는 특히 국민의힘 소속인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간호법 논의에 소극적이라고 주장했다.

간호법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하고 △간호사종합계획 수립 및 실태 조사 △적정 간호사 확보·배치 △처우개선 및 재원 확보 방안 마련 △간호사 인권 침해 방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간호 인력의 열악한 노동 환경이 알려지면서 입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됐다.

간호계는 인구구조와 의료환경이 변화하고 다양한 의료서비스 수요가 커지는 만큼 이같은 변화를 반영한 간호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의료법은 한국전쟁 시기였던 1951년에 제정된 국민의료법에서 시작해 1962년 명칭이 현재의 '의료법'으로 바뀌었다. 간호계는 의료법이 의료환경이 낙후했던 당시의 보건의료상황을 전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에 대한 사항과 의료기관 개설권이 있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에 대한 사항을 중점적으로 규율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자료에 따르면 의료법 총 131개 조문 중 63%에 달하는 83개 조항이 의료기관 개설, 신의료기술평가, 의료광고 등에 관한 것이다.

간호계는 또 의료법이 의료기관에서의 질병 치료에 관한 사항을 규율하는 반면 지금은 인구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등으로 보건의료패러다임이 질병예방·만성질환관리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간호 서비스의 수요가 병원뿐 아니라 점차 지역사회 등으로 다양화·전문화되고 있으며 학교·어린이집·노인복지시설·장기요양기관 ·장애인복지시설·아동복지시설·산업체 등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의료계 구성 변화도 간호계가 주장하는 간호법 제정 필요성의 근거다. 대한간호협회 통계에 따르면 1951년 한의사와 치과의사 등을 제외한 의사는 5000여 명, 한의사와 치과의사가 각각 1600여 명, 8000여 명인데 반해 간호사는 약 3500여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1년기준 의사는 13만 명, 간호사는 46만 명으로 간호사가 3배 이상 많다.

지난 11월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 총궐기 대회 당시. /이동률 기자
지난 11월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 총궐기 대회 당시. /이동률 기자

간호계는 "간호 서비스 수요가 대폭 증가하는 환경변화에 따라 종합적인 간호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의료법 최초 제정 당시에 비해 간호인력의 규모가 커졌음에도 간호사 및 간호보조인력에 대한 별도의 법률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미국·영국·독일·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간호인력의 지속적인 확보와 감염병 대응 등을 위해 간호사 등 의료인력에 관한 법률을 따로 두고 있다"고 말한다.

간호사 처우개선과 인권침해 방지도 주요 내용 중 하나다. 2019년 기준 국가자격증을 취득한 간호사 중 51.9%만이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간호사의 사직률도 같은 기간 44.5%로 절반에 가깝게 나타났다. 지난 7월 기준 인구 1000명당 간호사 수는 4.8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9.7명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도 캐나다·호주가 4명, 미국이 5.4명, 일본이 7명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12명에 이른다. 우리나라 간호사 법정 비율은 12명에 이르지만 이마져도 많은 병원들이 지키질 않고 있다.

앞서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각각 간호법 제정을 약속한 바 있다. 대선 레이스가 한창이던 지난 1월 윤 후보는 "간호법은 여야 3당 모두 발의한 법안"이라며 "정부가 조정안을 가져오면 국민의힘은 즉시 간호법 제정 논의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 말했다. 이 후보 "간호법 제정 논의는 충분히 숙성됐다"며 "선거 전이라도 조속한 처리를 (국회에) 부탁한다"고 했다.

이어 2월에는 의사 출신인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선 후보도 "간호법은 어느 특정 직역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간호사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합당한 대우 받도록 해야 한다"고 간호법 제정 지지 의사를 피력했다.

간호법은 지난 21대 총선 당시 여야의 공통 공약이기도 했다.

간호법을 둘러싼 논쟁은 오래됐다. 간호사들은 1977년부터 45년째 간호법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16대 대선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각각 간호법 입법을 공약한 바 있다. 국회에서도 2005년부터 발의가 시작됐으나 임기 만료로 번번이 폐기됐다.

그러나 의사계를 중심으로 간호법 제정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 대한의사협회를 필두로 한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도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 반대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11월에는 간호법 제정 저지를 위한 400만 보건복지의료연대 총궐기 대회를 개최했다.

의료계는 우선 간호법을 별도로 제정할 것이 아니라 현행 의료법을 개정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간호사의 업무범위가 확대되면 간호사가 의사 없이 개원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한다.

간호업계는 "현행 의료법에 의료인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간호사 4개로 규정하고 이중 간호사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를 수행한다'고 명시된 만큼 간호사가 의사 없이 개원할 수 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한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간호법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들이 많다"면서 "간호사 처우 개선과 의료 서비스 향상을 위해 간호법 제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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