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지지층에 "겨울 왔다" 호소…尹·與 향해선 더 독해졌다
입력: 2022.12.22 00:00 / 수정: 2022.12.22 00:00

22~23일 경북·강원 찾는 이재명…민생 행보 주력
'용퇴론' 세우는 비명계 일각…"총선 위해 결단하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정부와 여당을 향해서는 맹렬한 비판의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이에 반해 당내에서는 자신의 지지자들과 시민들을 온·오프라인으로 만나며 양방향 소통을 늘리고 있다. / 이재명 대표 인스타그램 갈무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정부와 여당을 향해서는 '맹렬한 비판'의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이에 반해 당내에서는 자신의 지지자들과 시민들을 온·오프라인으로 만나며 '양방향 소통'을 늘리고 있다. / 이재명 대표 인스타그램 갈무리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옛말에)'먼저 인간이 되라'는 말이 있다"(정부와 여당을 향해 던진 21일 최고위 회의 발언) vs "길고 깊은 겨울이 옵니다. 동지 여러분, 함께 힘을 모아 이겨냅시다."(지지자들을 향해 남긴 19일 공식 트위터 발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정부와 여당을 향해 '맹렬한 비판'의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이에 반해 당내에서는 자신의 지지자들과 시민들을 온·오프라인으로 만나며 '양방향 소통'을 늘리고 있다. 이 대표가 본인을 둘러싼 검찰 수사를 '야당 탄압'으로 규정한 만큼, 스스로 장외 투쟁에 나서며 지지자층의 결집을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당대표 취임 이후 꾸준히 언급되는 '사법리스크' 문제를 잠재우고 당내 '단일대오' 대열을 유지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비명(이재명)계에서 나오는 '이재명 용퇴론' 목소리는 꾸준해 '야당 탄압 대응' 합을 맞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최근 자신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 문제에는 직접적인 언급이나 대응은 하지 않는다. 다만 '민생'과 관련해 정부와 여당을 강하게 비판하는 메시지를 내는 데에 최대한 집중하고 있다.

21일 이 대표는 당 최고위 회의에서 민생과 경제가 '겨울'을 맞고 있는데 정부와 여당이 무책임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그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내년 예산안 여야 협의에 관련해 "초부자감세(법인세 인하)할 돈을 가지고 서민금융지원을 하면 되고, 물가 지원금을 국민께 지원해도 되고 노인일자리 같은 공공 일자리를 만들어 당장 심각한 실업에 조금이라도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와 여당이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내년도에 법인세 인하를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메시지다.

이 대표는 21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뒤늦게 합류한 국민의힘에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는 패륜 정권이라는 맹비판을 남겼다. /남윤호 기자
이 대표는 21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뒤늦게 합류한 국민의힘에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는 '패륜 정권'이라는 맹비판을 남겼다. /남윤호 기자

또 이 대표는 국민의힘 소속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위원들이 합류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두고는 "(국조특위 합류는)마땅한 일이지만 그 전에 국민의힘이 해야 할 일이 있다"며 "지금까지 국정조사를 방해하다시피 한 것과 희생자와 가족들에게 당내 인사들이 한 가혹하고 용인할 수 없는 망언과 2차 가해에 대해 사과하고 문책부터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윤석 대통령을 향해서도 "지금이라도 생명과 안전을 수호할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정부의 잘못을 인정하고 유족에게 공식 사과해야 한다"며 "(옛말에)'먼저 인간이 되라'는 말이 있다. 국민의 고통, 생명, 안전에 대한 책임과 피눈물에 공감하지 못하는 정권이면 패륜 정권"이라고 강한 비판의 돌직구를 날렸다.

반면 이 대표는 자신의 지지층을 향해선 "뭉쳐야 한다"며 결집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 및 당 지도부는 오는 22일과 23일 양일에 걸쳐 경상북도와 강원도를 찾아 '국민속으로, 경청투어' 일정을 진행한다. 당 지도부는 경북 안동·울진, 강원은 강릉·춘천·원주를 방문한다. '경청투어'는 이 대표가 바닥 민심을 들으며 차기 총선 승리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마련했다고 알려졌다. 연이은 현장 행보에 이 대표가 '사정정국'에 대비하기 위한 여론전에 나서 국면을 전환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이 대표는 14일 충북대학교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자신을 둘러싼 검찰 수사와 관련해 "최근에는 대한민국 검찰이 모두 달려들고 있는 것 같다"며 "아직은 견딜 만하지만 힘든 것은 사실"이라는 심정을 밝힌 바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경청투어 할 때 시민들이 대표에 대해 애정과 응원을 많이 보내주신다. 대표 본인도 '현장형'이고 '실용주의자'이다 보니 민심을 듣고 챙기고 하는 걸 좋아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자신의 팬카페와 SNS 등에 '겨울이 온다'며 지지자들에게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이 대표는 19일 밤 트위터에 "길고 깊은 겨울이 옵니다. 추울수록 몸을 서로 기대야 합니다. 동지 여러분, 함께 힘을 모아 이겨냅시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다음날 20일 오전 자신의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게시판에도 "이장(팬카페에서 이 대표를 부르는 애칭)입니다. 길고 깊은 겨울…"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글에서 이 대표는 "제비가 왔다고 봄이 아닙니다. 봄이라서 제비가 온 것입니다"라며 "길고 깊은 겨울이 시작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습니다"라고 남겼다. 이날 민주당 인권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이 대표는 팬카페와 SNS의 게시글이 어떤 취지에서 쓴 글인지에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읽어보신 내용 그대로"라고 즉답을 피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과 관련해 최측근 구속에 이어 검찰 수사가 자신을 향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당과 지지층의 결집을 당부하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 대표가 최근 민생 메시지에 집중하는 것은 사정정국을 대비해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극복하는 자연스러운 행보라고 봤다. 사진은 충청권 방문 당시 이 대표 현장 사진. /이 대표 인스타그램 갈무리

전문가들은 이 대표가 최근 민생 메시지에 집중하는 것은 '사정정국'을 대비해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극복하는 자연스러운 행보라고 봤다. 사진은 충청권 방문 당시 이 대표 현장 사진. /이 대표 인스타그램 갈무리

전문가들은 이 대표가 최근 민생 메시지에 집중하는 것은 '사정정국'을 대비해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극복하는 자연스러운 행보라고 평가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민생 행보에 주력하는 건 내년이면 우리나라가 혹독한 경제난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이미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자신이 '무관하다' 얘기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 방어하는 쪽에 시간을 보내기 보다 때맞춰 민생 행보를 보이는 게 더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현 상황에서 이 대표가 국민들을 만난다는 건 두 가지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하나는 '저는 정말 억울하고 이것은 야당 탄압이다. 이제는 국민과 함께 싸우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당내와 지지층을 향해 '내 의지를 천명했으니 흔들리지 말고 단일대오를 형성해달라'고 결연한 의지를 보이며 외부로 공세를 돌리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 대표를 향해 오는 검찰의 수사 상황에 관해 당내 비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는 꾸준히 용퇴론이 나오고 있다. 여야 예산안 협의를 마치면 여당이 이 대표를 향한 사법 리스크를 집중적으로 공세를 벌일 것이고, 당이 이 대표 엄호에 집중하는 것이 다가오는 총선에서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19일 KBS 라디오에서 "지금 당 대표직을 수행하는 게 이 대표를 위해서도, 당을 위해서도 별로 지혜롭지 않다"며 "이 대표가 어떤 것이 가장 지혜로운가 정말 냉철하게 계산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김종민 의원은 20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이 대표는)새로운 전략과 대안·희망·당대표로서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며 "추운 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고 말하며 이 대표가 SNS에 남긴 메시지를 겨냥해 비판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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