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이준석, 연일 비판 메시지
與 당권 주자들, 본격 '윤심' 경쟁
국민의힘 지도부는 새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경선 규칙 개정을 공식화했다. 정진석(오른쪽)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원 투표 비율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시사했다.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가 차기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당심' 반영 비중을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규정 개정을 공식화한 가운데 일부 당권 주자들이 이른바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잡기에 나선 모양새다. 난립하는 친윤계 당권 주자들의 교통정리와 지지율 반등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당대회 룰 개정 논의를 공식화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5일 "정당민주주의 원칙에 충실한 전당대회 룰 개정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비대위는 이르면 오는 25일 전까지 전당대회 룰 변경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당원 투표 100%' 방식이 유력하다. 초·재선 의원들도 비대위 방침에 힘을 실어줬다. 현행 전당대회 경선 룰은 당원 투표 70%와 국민여론조사 30%를 반영한다.
당원 투표 비율 상향 기조에 비윤계에서는 반발하고 있다. 친윤계 특정 후보를 떨어트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잠재 당권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1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석열 대통령이 사석에서 전당대회 룰과 관련해 '당심 100%'를 언급했다는 보도를 공유하며 "경선 개입은 심각한 불법"이라며 "헌법과 법률을 누구보다 엄격하게 지켜야 할 공무원은 바로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전 대표도 이날 전당대회 룰과 관련해 "9:1이니 10:0이니 해봐야 눈총만 받는다. 전당대회도 그냥 당원 100%하고 심기 경호 능력도 20% 정도 가산점도 '멘토단'이 평가해서 부여하면 된다"며 "그렇게 차근차근해나가면 총선에서 이기는 거 빼고는 다 마음대로 된다"고 비꼬았다. 그는 또 "가산점 20%, 안 되면 절대 가산점 20점 제도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일부 당권 주자는 온라인 메시지를 통해 윤심 경쟁에 나섰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지냈던 안철수 의원은 "현재 당내에서 저만큼 대통령의 국정 비전을 잘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드시 다음 당 대표는 대통령과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의 호흡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면서 "지금 제가 국회에 있고, 당 대표에 도전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김기현 의원은 윤 대통령이 전날 연금·노동·교육 3대 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뜻을 밝힌 데 대해 "미래를 준비하는 예지, 책임을 질 줄 아는 용기, 지도자로서의 의지를 보여준 진정한 보수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며 "이것이 바로 보수의 가치이고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윤석열다움'"이라고 치켜세웠다.
잠재적 당권 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은 16일 SNS에 윤석열 대통령이 사석에서 "당원 투표 100%가 낫지 않나"라고 했다는 보도를 두고 "경선 개입은 심각한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선화 기자 |
차기 당 대표는 내후년 치러질 총선 공천권을 쥐는 데다 윤석열 정부와 관계 설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잠재적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유승민 전 의원이 강세를 보이는 반면 여러 당권 주자 가운데 아직 윤심이 실린 후보가 없다는 점에서 사전 정지 작업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당 지도부가 전당대회 룰 개정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친윤계의 교통정리가 불가피해졌다. '윤핵관' 권성동 의원이 당권 도전을 저울질하고 있으며, 범친윤계 후보군으로 꼽히는 김기현, 안철수, 윤상현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 등 후보들이 난립한 상황이다. 결정적으로 유승민 전 의원의 강세가 만만치 않은 점도 교통정리를 가속화할 요인으로 꼽힌다.
16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선호도' 부문 조사 결과, 유 전 의원은 37.5%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안 의원(10.2%)보다 무려 3배 높은 수치다. 국민의힘 지지층의 지지도를 보면, 나 전 의원(18.0%)이 1위를 기록했다. 유 전 의원은 8.7%에 그쳤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2~14일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전날 발표한 '국민의힘 당 대표 적합도' 결과에서도, 유 전 의원(27%)은 안 의원(7%), 나 전 의원(5%)보다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안 의원이 13%로 오차범위 안에서 1위, 나 전 의원(11%), 유 전 의원(10%)이 뒤를 이었다(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여론조사상 범친윤계 후보군 중에서 안 의원과 나 전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의 존재감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마저도 나 전 의원은 아직 당권 도전을 공식화하지 않은 상태다. 당 안팎에서는 원활한 당정 관계를 위해 윤 대통령과 신뢰가 두터운 사람이 친윤 진영의 차기 당 대표 후보로 정리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많다. 향후 물밑에서 교통정리가 현실화할 경우 유 전 의원을 위협하는 후보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 사정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친윤 그룹 입장에서 보면, 차기 당 대표는 당내 영향력과 공천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친윤계로서는 구경만 하진 않을 것"이라면서 "당 지지층에서 윤심을 등에 업은 인물에 대한 선호도는 급격히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당대회 준비위원회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서서히 (작업) 속도를 내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