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국회 협조 주문…여야 원대 회동했지만 '무소득'
김진표 국회의장이 오는 15일로 못박은 내년도 예산안 협상 시한에도 여야는 여전히 양보 없는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왼쪽부터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 의장,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김진표 국회의장이 오는 15일로 못박은 내년도 예산안 협상 시한에도 여야는 여전히 양보 없는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예산안 최대 쟁점으로 꼽히는 '법인세율'을 두고 여야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여당은 법인세 인하가 세금폭탄을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주장 중이다. 반면 야당은 정부와 여당이 '부자감세'를 하려 한다며 협상이 실패할 경우 민주당의 '서민 감세' 수정안을 단독 통과시키겠다며 맞서고 있다.
당초 여야는 김 의장 중재로 오는 15일까지 예산안 합의안을 처리하기로 뜻을 모았지만,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어 발의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본회의에서 단독 통과한 데 따른 후폭풍 성격이 짙다. 예산안 협상 관련 최대 쟁점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문제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부자감세'로 규정해 반대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부자감세가 아니라 투자유치를 위한 것이라고 대치하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국민 감세' 기조를 내세우며 정부 예산안에서 약 2조 원 가량을 삭감한 자체 수정안을 마련했다. 수정안에는 연 5억 원 이하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를 기존 20%에서 10%까지 인하하는 내용과 함께 종합소득세 과세표준 구간 조정, 월세 세액 공제 상향 등이 포함됐다. 여기에 민주당이 '초부자감세'로 규정한 과세표준 3000억 원을 초과하는 기업에 대한 세율 25%에 대해선 인하하지 않겠다는 안도 포함됐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야당의 이 같은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반발했다. 민주당은 의장이 공표한 기한인 15일까지 여당이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자신들이 마련한 수정안을 자체적으로 통과시키겠다고 예고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13일 오전부터 예산안 처리를 두고 서로 날을 세우며 상대 당이 '발목 잡기'를 한다며 여론전에 나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의 수정안을 강하게 비판하며 시한 내 예산안 처리가 불투명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민주당의 수정안을 두고는 "국민을 현혹하는 내지르기식 안(案)"이라며 "민주당은 세금폭탄으로 세금을 잔뜩 올려놓고 조금 깎아주는 걸 '서민 감세' '국민 감세'라고 하는 건 흥부전에서 제비 다리를 부러뜨려놓고 고쳐주면서 선행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예산안 협의가 불가능하다면 별도의 제3안을 마련할 가능성도 비쳤다. 주 원내대표는 제3안 마련을 언급하며 "부자감세를 피하면서 투자 유치를 촉진할 방법이 무엇이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며 "(여야 간) 접점이 만들어지기 쉽지 않고 서로 더 양보할 게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예산안 협상 결렬 시 오는 15일 수정안을 강행하겠다며 여당에 엄포를 놨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협상과 관련해 "이럴 바엔 차라리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와 직접 협상하고 담판 짓기를 바란다"고 쏘아붙였다. 여당이 윤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움직여 예산안 협상에 비협조적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이어 박 원내대표는 "예산안 심의·확정권은 입법부 고유 권한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야당과 책임 있게 논의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3일도 채 남지 않은 시한에도 정부·여당이 여전히 '특권 예산·윤심(尹心) 예산'만 고집한다면 수정안을 제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는 예산안 협상을 두고 "책임지는 자세로 새 협상에 임하지 않으면 독자적 안을 제출할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을 향해 경고했다. /이새롬 기자 |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전날 최고위 회의에서 "정부가 낸 원안에 동의하든지 아니면 부결해 준예산을 가든지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태도를 보여선 안 된다"며 "책임지는 자세로 새 협상에 임하지 않으면 독자적 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여야의 예산안 협의를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정부의 첫 예산안 법정 기한이 열흘이 넘게 지나가서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며 "정부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라는 삼중고의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해서 건전 재정으로 전환하고 절감한 재원은 철저하게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고 경제 회복을 지키는 데 초점을 맞춰 예산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 김 의장이 양당 원내대표 회동을 주재해 약 50분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이날 회동도 역시 여야 간 결론을 내지 못해 소득 없이 끝났다.
주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장께서 9월에 정부 예산안이 와서 각 상임위와 예결위에서 많은 노력을 해서 성과가 있는데 그것들이 전혀 반영이 안 된 민주당 수정안을 하게 되면 가까운 시간 안에 추경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어떻게 하든 합의안을 만들라고 말했다"며 "일정을 봐 가며 양당 원내대표와 필요한 경우 추경호 경제부총리까지 다시 논의를 이어가기로 하고 헤어졌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도 "정부나 여당이 내부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며 "주 원내대표가 정부 측과 상의하지 않겠느냐. 필요하면 제게 연락을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여야는 14일 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을 개최하고 막판 협상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밑 협상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윤호 기자 |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14일 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을 개최하고 막판 협상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는 합의점을 찾기 위한 물밑 접촉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연말까지 협상 시한이 연장될 가능성, 민주당 수정안 예산 통과 후 내년 초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더팩트>에 "현재 예산 수정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여야 회동 협상 가능성은) 기대하지 않는 상황이다. 여당도 '부자감세'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관계자는 "예산편성권은 정부에 있고, 야당이 견제를 하더라도 여야가 예산안 합의를 해야 하는데 민주당이 의석이 많다고 해서 양보 없이 독자적으로 예산 수정안을 통과시킨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며 "이렇게 가다가 협상이 파행돼 예산안 처리에 실패해 준예산 편성이라도 하게 되면 결국 민주당만 손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