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총장에 울려 퍼진 "충성!"…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았다. 민생 행보에도 불구하고 당 내부에선 '소통 부재'와 '사법리스크 고조' 우려가 나온다.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는 이 대표. /남윤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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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취임 100일' 맞이한 이재명, '사법 리스크' 침묵 속 반격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았어. 그런데 이례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안 열었네.
-이 대표는 취임 이후 비공식적으로 질의응답 하는 백브리핑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어. 이해찬 전 대표도 그런 스타일이었는데, 그랬던 이 전 대표도 매월 1회 기자간담회를 열면서 언론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겼었지.
-이 대표가 취임 이후 기자간담회는 한 번 했지?
-지난 10월 21일 '대장동 특검'을 정부여당에 제안했던 기자회견에서 간단히 질의응답을 받긴 했어. 하지만 당내 '사법리스크' 현실화 지적에 대한 입장이나 최측근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어떻게 대응할 건지 같은 민감한 질문은 피했어. 예상했던 '취임 100일 기념' 간담회까지 물 건너가면서 출입기자들은 이 대표와의 소통에 목말라하고 있어.
-경기도지사 시절에는 거침없는 언변과 주장으로 '사이다' 별명도 있었는데, 최근에는 '고구마'가 돼버렸네.
-아무래도 직면한 '사법리스크' 부담이 배경으로 꼽혀. 이 대표 최측근인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구속된 상황인데다 본인도 지난 대선 때 방송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자인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답한 게 빌미가 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잖아. 재판 중인 사건이 여러 개 있으니 발언을 최대한 아끼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여.
-비공식석상에선 침묵하지만 공식적인 발언은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어. 이 대표는 취임 100일이었던 지난 5일 당의 민생 행보를 자평하고 윤석열 정부를 향해선 "정치는 실종됐고 대화와 타협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며 강하게 비판했어. 다음 날인 6일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언제나 국민과 당원을 중심에 두고 가장 민주당다운 길, 가장 이재명다운 길을 걷겠다. 끝까지 함께해달라"고 '취임 100일' 메시지를 냈어.
-급기야 지난 8일 최고위에선 회의가 끝날 무렵 자유발언을 자처해 "요새 호를 씨알로 바꿔라, '씨알 이재명'으로 바꾸라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며 "남욱이 연기를 하도록 검찰이 아마 연기 지도를 한 것 아닌가. 검찰의 연출 능력도 낙제점"라고 말했어. 대장동 핵심 키맨인 남욱 변호사가 지난해 10월 귀국 인터뷰에서 "(이재명에겐) 씨알도 안 먹힌다"고 한 발언을 인용하면서 결백을 강조한 거야. 이 대표는 줄곧 남 변호사의 해당 발언을 근거로 검찰이 '조작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해왔어.
침묵을 유지해온 이재명 대표는 남욱 변호사의 진술이 번복된 것을 겨냥해 "검찰이 연기 지도를 한 게 아닌가"라고 저격했다. 이에 남 변호사는 "이 대표가 캐스팅하신 분"이라며 반격했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남욱 변호사. /박헌우 인턴기자 |
-이에 대해 남 변호사는 "캐스팅하신 분께서 '발연기'를 지적하셔서 너무 송구스럽다. 근데 이 작품은 영화가 아니고 다큐멘터리"라고 응수했어. 검찰 압박에 의한 허위진술이 아닌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취지야. 남 변호사는 지난 5일 관련 재판에선 "이 대표는 '공식적으로' 씨알도 안 먹힌다. 밑에 있는 사람들이 다 한 거지만 추측이라 걱정돼 함부로 말할 수가 없다"고도 했어. 이 대표가 침묵 끝에 대장동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혔는데 곧바로 '되치기'를 당한 셈이야. 사법리스크에 대한 발언을 극도로 자제해온 이유가 드러난 것 같네.
-이 대표 취임 100일에 대한 당내 평가는 어때?
-검찰 수사에 대한 우려는 당 전반에 걸쳐 있지만, 집단행동에 나서진 않고 있어. 이 대표를 향해 유감 표명이나 퇴진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아직은 극소수야. 이 대표가 소통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와. 이 대표가 측근의 강한 만류에도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약속했던 게 '유능한 민생정당'이었는데 지난 100일간 진전이 있었냐는 지적이야.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국민들은 '측근들 방탄 빼고 한 게 뭐 있지'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비판했어.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실정에 반사이익만 얻었지, 당이 나서서 제대로 한 건 없다는 거야. 그는 또 이 대표에 대한 당내 불만이 임계점(100도)에 다다르기 전인 '7~80도'라면서 이 대표가 직접 수사를 받게 되면 폭발할 거라고 관측했어. 정치권에선 이 대표를 정조준한 소환조사가 '올해 연말 내년 연초'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는데 만약 이 대표가 지금처럼 '침묵'으로만 일관한다면 불만이 표출되는 시기가 더 빨라질 수도 있을 것 같아.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윤영석(기재위), 김태호(외통위) 의원과 정진석 비대위원장, 한기호(국방위), 박덕흠(정보위), 장제원(행안위) 의원. /남윤호 기자 |
◆'화기애애' 국민의힘 의원총회, 기쁨의 파도타기
-국민의힘에서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장 5명을 선출했다면서?
-맞아. 국민의힘은 지난 8일 의원총회를 열고 기재위원장, 외교통일위원장, 국방위원장, 행정안전위원장, 정보위원장 후보자들을 선출했어. 이날 상임위원장은 복수 입후보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단독으로 입후보해 박수로 추대됐어. 복수 후보가 입후보한 곳은 정보위원장으로 박덕흠 의원과 하태경 의원이 동시에 이름을 올렸지. 3선 중진 의원이기도 한 이들은 경선을 치렀고 과반 득표를 얻은 박 의원이 최종 선출됐어. 이어 기재위원장에 윤영석 의원, 외통위원장에 김태호 의원, 국방위원장에 한기호 의원, 행안위원장에 장제원 의원은 박수 추대로 선출됐지.
-이날 의총에서 여러 에피소드가 나왔다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재밌는 일도 있었고, 웃지 못 할 일들도 더러 있었지. 이날 사회를 맡은 김미애 의원은 최종 선출된 후반기 상임위원장 5명을 비롯해 당 지도부들에게 모두 앞으로 나와 달라고 했어. 기념사진 촬영을 위해서였지. 이들이 곧 일렬로 자리를 잡자 김 의원은 "자 모두 손을...사이가 안 좋으시면 안 잡고, 사이가 좋으시면 손을 잡아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어. 의총장 곳곳에서 웃음이 들렸고 김 의원도 살짝 웃음이 터졌지. 혹시 손을 안 잡으려는 의원들이 있나 봤는데 그런 경우는 없었더라고(웃음). 김 의원은 이내 곧 "모두 손을 높이 들어 인사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고 장내에선 박수가 이어졌어.
-사진 촬영이 끝나자 김 의원은 "시간 관계상 당선 인사는 2분 이내로 마쳐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요청했어. 실제로 대부분 2분 이내로 마쳤는데 2분이 아닌 10초 안에 끝낸 의원이 있었더라고. 국방위원장으로 추대된 한기호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 앞으로 가더니 곧 뒤를 돌아 큰 소리로 "충성!"이라고 외쳤어. 거수경례는 덤이었지. 의원들은 모두 박수와 함께 웃음을 터트렸어.
-한 의원은 단상에 올라 "군인 정신을 다시 한번 살려서 일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짧게 소감을 밝힌 뒤 자리로 돌아갔어. 의원들의 환호성이 이어졌고 사회를 보던 김 의원도 "호우~ 감사합니다. 충성! 감사합니다~"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지. 국방위원장에 선출된 한 의원은 3성 장군 출신이야. 국민의힘 '북핵 위기대응 특별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지. 장군 출신이라 그런지 각이 아주 살아 있더라고.
정보위원장 자리를 두고 하태경 의원과의 경선에서 승리한 박덕흠 의원이 두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왼쪽부터 한기호(국방위), 박덕흠, 장제원(행안위) 의원. /남윤호 기자 |
-경선 끝에 정보위원장으로 선출된 박 의원도 주목을 받았어. 박 의원은 감사 인사와 함께 "신상을 좀 말씀드릴 기회가 없었는데"라며 입을 열었지. 박 의원은 "탈당하고 한 1년 10개월 동안 밖에 있었습니다. 의원님들 중에 무죄 받은 거라고 얘기하신 분들이 있더라고요. 저는 '무죄'가 아니고 '무혐의'입니다. 또 우리 가족과 저까지 조사 한 번 받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어.
-앞서 박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가족이 대주주로 있는 건설사 등이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 원대의 공사를 수주한 의혹을 받아 2020년 9월 시민단체의 고발을 받았어. 당시 박 의원은 진실을 규명하고 당에 부담이 되지 않겠다며 자진 탈당했지. 이후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아 복당한 거야. 박 의원 말은 자기가 받았던 혐의 자체가 범죄 사실로 인정되지 않아 유무죄를 따질 것도 없이 끝났다는 점을 강조한 거지.
-이들의 임기는 내년 1월부터 21대 국회가 끝나는 2024년 5월 29일까지야. 다만 행안위원장은 지난 7월 여야 합의에 따라 내년 5월 말까지만 국민의힘이 맡고, 6월 1일부터는 더불어민주당으로 넘어가. 대신 국민의힘은 민주당 몫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가져오게 된다고 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송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