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후 정기국회 넘기는 건 처음
정기국회 종료를 앞두고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합의에 진척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정기국회 회기 종료(9일)를 앞두고 내년도 예산안 협상이 진척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로 당론을 모으면서 협상은 더욱 어려워졌다.
7일 민주당은 오는 10일부터 임시국회 소집을 위한 소집요구서를 국회사무처에 제출함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은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정기국회를 넘겨 처리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내년도 예산안에 관해 의견을 나눴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참석해 예산안 통과를 촉구했다. 여야는 이날 양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예결위 간사를 포함한 3+3 협상을 이어가기로 한 상태다.
윤석열 표 예산인 공공분양주택 예산 감액과 이재명 표 예산인 공공임대주택 예산 증액 여부에 대해서는 상당한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윤석열 표 예산에 대해 민주당은 전액 삭감을 주장했으나 10%가량 삭감하는 대신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소폭 증액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예산을 비롯해 검찰·경찰·감사원 운영 예산 및 소형모듈원자로(SMR),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에서도 의견을 모으고 있다.
예산 부수법안인 세법개정안에서는 쟁점인 금융투자소득세·종합부동산세·법인세·상속증여세에서 의견 차이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법인세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경제상황을 고려해 감세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0.01%를 위한 초부자감세'라며 맞서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히면서 윤석열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통과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률 기자 |
이 장관 해임건의안도 예산안 처리의 난관으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오는 8~9일 열릴 본회의에서 해임건의안을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이 장관 해임건의안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예산안 처리 등을 연계해 "해임건의안 처리는 국정조사 합의 파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해임건의안과 예산안 처리는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임시국회 가능성이 커졌지만 여야는 모두 정기국회 종료일인 오는 9일까지 예산안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9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8일 자정 전까지 합의안이 나와야 한다.
여야는 진통 속에서도 3+3 협상을 이어가며 합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국민의힘도 집권 여당으로서 새 정부의 첫 예산을 시한 안에 통과시켜야 한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9일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처리하고 8일 본회의 개최여부에 대해서는 의사일정에 협의를 안할 방침이다.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본회의를 개최할 수 있으나 지난달 김 의장은 여야 합의가 없다는 이유로 민주당의 본회의 개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합의가 안 된다면 감액한 수정안을 처리할 수 있다. 다만 기획재정부가 증액동의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수정안 단독처리는 민주당으로서도 부담스럽다.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대치를 이어가면서 내년도 예산안은 정기국회 회기를 넘겨 처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기국회를 넘기는 것은 2014년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된 후 처음이다.
예산안이 법정시한 내에 처리된 건 2014년과 2020년이다. 2019년에는 정기국회 종료일에 처리됐으며 2018년에는 법정시한을 6일 넘겼으나 정기국회 종료 전 처리됐다. 2015년과 2016년, 2021년은 법정시한을 하루 넘겨 처리됐다.
2019년과 2018년, 2017년은 여야가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예산안이 처리됐다. 2019년과 2017년에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표결에 불참했고 2018년에는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합의에 이르렀으나 야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반발하며 표결에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