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 우려·단일대오 분위기 속 의견 팽팽
더불어민주당이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과 탄핵소추안 두 방안을 열어놓고 고심이 깊어졌다. 지난달 25일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오른쪽)과 박홍근 원내대표.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문책 방식을 두고 고심이 깊어졌다. 해임 건의안을 우선 처리하고 정부·여당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탄핵을 추진하는 단계적 조치로 방향을 잡았으나, 국회의장이 제동을 걸면서 로드맵에 차질이 빚어졌다. 해임건의안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검찰 수사 압박에 당 안팎에서 강경파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내부 파열음을 자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탄핵으로 직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민주당은 이 장관 문책과 관련해 해임건의안과 탄핵소추안 발의를 놓고 양자택일을 고민 중이다. 당 지도부는 당초 해임건의안을 처리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탄핵 절차에 돌입하는 단계적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해임건의안을 건너뛰고 곧바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해임건의안과 탄핵소추안 모두 상정 후 72시간 내 처리하도록 하고 있어 이를 위해선 본회의가 이틀 연속 소집돼야 하는데 김진표 국회의장이 본회의 일정을 8일과 9일로 연기하면서 정기국회 내 연속 소집은 한 차례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숙고는 8일 본회의 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원내지도부는 오는 7일 오후 2시 의원총회를 열고 해임건의와 탄핵소추 중 하나의 방안을 결정해 추인한 후 8일 국회 본회의 보고와 9일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6일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까지 다양한 경로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로 당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그 노력을 수요일(7일)까지 이어가 그때까지의 상황과 의견 수렴한 것을 바탕으로 의원총회를 개최할 것"이라며 "현재로선 어느 쪽으로 판단의 무게추가 기울어져 있다거나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당내에선 해임건의안이 다소 우세한 분위기다. 김 의장이 본회의 의사일정을 일주일 연기한 것 자체가 민주당의 '단계적 조치' 방안을 거부하고 해임건의안으로 기울었다는 신호라는 해석이다. 정기국회가 종료되고 임시국회에서도 본회의 연속 소집은 가능하지만 이는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해야 하고, 김 의장의 결단이 필요해 임시국회에서 탄핵소추안 처리를 강행하기는 쉽지 않다는 현실적 판단이 깔려 있다. '중진'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라디오 방송에서 "지금은 결정권이 원내대표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국회의장에게 있다. 사회 보는 분(국회의장)이 해임건의안을 하라고 하면 해임건의안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해임건의안 쪽으로 정리되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다만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알아서 결정할 것이지, 의장이 이래라 저래라할 사안은 아니다. 의장은 최우선 과제인 예산안 처리가 정치 현안 영향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강한 것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해임건의안을 거친 후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는 '단계적 조치'보다 탄핵으로 직행하면 여론 역풍이 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법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지점이다. 민주당은 "예산안 처리와 이 장관 문책은 별개"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여야 예산안 협상과 맞물리면서 여당의 '정부 발목잡기' 공세도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다.
당초 해임건의안이 중론이었으나 대통령실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면서 탄핵소추안을 추진하자는 강경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세안 및 G20 정상회의 참석 등 동남아 순방을 위해 출국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그러나 윤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탄핵을 곧바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강경파 중심으로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5일 라디오 방송에서 "해임건의안을 처리한다고 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그걸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럴 바에는 이상민 장관의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는 탄핵소추안을 바로 발의하는 게 합당한 게 아니냐고 하는 의견도 있다"며 탄핵소추 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의 최종 목표가 탄핵이기에 효율적으로 밀어붙이는 게 적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도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과 관련해 이 장관 책임론을 물어 실효성이 낮은 해임건의안보다 탄핵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검찰의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구속으로 이같은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당내에선 국정조사 전 '이 장관 파면론'을 꺼낸 원내지도부 전략이 무리한 행보였다는 의견도 적지 않지만 '단일대오'로 뭉쳐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친문계 한 의원은 "해임건의안이나 탄핵소추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닌데 국정조사를 앞두고 추진하는 것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은 것 같다. 스탭이 꼬이게 보일 수 있고 저쪽의 역공이라든지 저항의 빌미를 준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꽤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그러나 공개적 반론과 비판이 없는 건 내부 자중지란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당내에서 그렇게 가선 안 되지 않냐는 우려가 있어서 사실 (원내지도부를) 밀어주고 있다. 또 (정기국회 지나면) 다음에 탄핵소추를 위해서 연속으로 본회의를 소집하기 쉽지 않다. 그런 걸 감안하면 내일(7일) 의총에서 바로 탄핵소추로 가는 안을 상정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