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대표 이재명의 100일, '사법 리스크'에 묻힌 민생
입력: 2022.12.06 00:00 / 수정: 2022.12.06 00:00

尹 대통령 실책에도 '반사이익' 못 누리는 당 지지율도 고민거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았다. 임기동안 민생 행보를 강조했지만, 사법 리스크 문제는 점점 더 이 대표의 목줄을 조여오는 것으로 보인다./이새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았다. 임기동안 민생 행보를 강조했지만, '사법 리스크' 문제는 점점 더 이 대표의 목줄을 조여오는 것으로 보인다./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월 28일 77.77%의 역대최고 득표율로 당대표에 당선된 지 100일을 맞았다. 이 대표는 취임 이후 민생 유능 정당을 강조하며 현장 소통을 넓히는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자신과 측근을 향한 검찰 수사가 번번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민주당은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송곳 수사에 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직접 '유감 표명' '결단' 등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대표는 5일 수사 관련 언급 없이 100일간 '국민우선' '민생 제일주의' 실천에 매진해왔다고 지난 100일을 자평했다. 이 대표는 정기국회 일정이 마무리된 후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수사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5일 민주당은 이 대표 취임 100일을 맞아 별도의 기자회견 없이 통상 일정을 진행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취임 이후 당 지도부의 민생 행보를 자평하고 윤석열 대통령 정부를 향해서는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자신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와 관련한 유감이나 입장 표명은 없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지난 100일 동안 국민과 당원의 여망을 받들기 위해 민생과 민주, 투트랙을 중심으로 변화의 씨앗을 뿌려 왔다"며 "국민 우선, 민생 제일주의 실천에 매진해 왔다고 자부한다"고 자평했다. 민생과 관련한 행보로 이 대표는 빚대물림 방지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고, 불법사채방지법·이자폭리방지법·신속회생추진법 등을 발의한 것 등을 취임 이후 성과로 꼽았다.

이 대표는 현 정부를 두고는 '무능·무책임·무대책이라고 직격하며 "민생을 포기하고 야당 파괴에만 몰두 중인 윤석열 정부 200일 동안 정치는 실종했고 대화와 타협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고 일갈했다.

당초 당 지도부는 이 대표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를 여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공식 석상 발언으로 이 대표의 입장을 갈음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10월 21일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특검을 공식 제안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특검 외에 질문에 대해서는 질의응답을 받지 않았다. 민주당 당 대표가 취임 후 100일간 한 차례도 공식 기자간담회를 하지 않은 건 이 대표가 처음이다. 이 대표는 취임 이후 기자들의 백브리핑(비공식 질의응답)에도 응한 적의 거의 없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 자신과 측근을 향한 검찰 수사 관련 입장 표명을 피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취소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새롬 기자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 자신과 측근을 향한 검찰 수사 관련 입장 표명을 피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취소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새롬 기자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 자신과 측근을 향한 검찰 수사 관련 입장 표명을 피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취소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정기국회가 현재 진행 중이고 여러 협상이 이어지고 있어 신년에 상황을 정리한 다음 이 대표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말하는 게 좋지 않겠나"라며 "100일 맞이 간담회는 없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련의 의혹을 부인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도 <더팩트>와 만나 "당초 본회의를 1,2일 개회하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을 처리하고 나면 이 대표 기자간담회를 열자는 논의도 당 지도부에서 나왔는데 본회의가 무산되며 대표 기자간담회도 무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취임 이후 줄곧 '민생'과 '유능' 정당을 내세웠으나, 추진 성과를 살펴보면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입법 추진을 두고 여·야·정 간 정쟁 대치 구도도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취임 직후 지방 현장 최고위를 열며 지역 민생 챙기기에 나선 바 있다. 대표적으로 당 지도부는 광주에서는 군공항 이전을, 전북 전주에선 '전북 공공의대 설립법' 처리를 약속했다. 부산에 가서는 가덕도신공항 완공과 부울경 메가시티 및 서부산 의료원 건립,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정기국회 종료(9일)를 며칠 남기지 않은 현재, 당 지도부의 공약 중 대부분이 지켜지지 않았다. 법안이 발의되지 않았거나, 법안이 상임위에 계류된 상태인 경우도 다수다.

또 당 지도부는 출범 초반 7대 민생입법 과제로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 △기초연금 확대법 △출산 보육·아동수당 확대법 △가계부채대책 3법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법 △장애인 국가책임제법을 선정했으나, 여야 이견으로 인한 갈등 등의 문제로 현재 본회의 문턱을 넘긴 법안은 없다. 대표적으로 쌀 초과 생산량 시장격리(정부 매입)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이 대표가 상임위원회 강행 처리를 밀어붙였던 사안이다. 민주당의 단독 처리로 농해수위를 통과했으나, 이후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에 한 달이 지나도록 머물러 있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정부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2년 유예를 '초부자감세'로 규정하고 내년 1월 도입을 주장했다. 그런데 이 대표가 '개미 투자자'들의 여론을 의식해 우려 표명을 하면서 전면 재검토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당내 모임 '더좋은미래'는 공동성명을 내고 "2020년 여야 합의에 따라 입법화된 금투세는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이 대표가 자신의 2호 법안으로 내세운 '불법사채무효법'도 당내에서는 추진을 머뭇거리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법정 최고이자율(20%)을 어긴 이자 계약을 무효로 하는 취지의 해당 법안은 고금리 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부작용을 우려에 제동이 걸렸다.

검찰이 이 대표, 그리고 측근과 일가족을 전방위적 수사로 이 대표가 민생 행보를 내세울 때마다 '사법 리스크'에 발목을 잡혔다는 평가도 나온다.

취임 일주일 만에 이 대표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의 소환조사 통보를 받았다. 여기에 배우자 김혜경 씨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소환조사를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 대표 최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당 대표 비서실 정무조정실장이 연이어 구속됐다. 측근들의 구속을 단초로 이 대표에 대한 기소도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오며 당내에서는 우려했던 '사법 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더해 '성남FC 후원금 의혹' '위례 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등을 수사하며 이 대표를 정조준하고 있다.

이 대표의 기소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당내에서도 분당 가능성이나 연말 결단론 등이 공개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했다. 이는 당 지도부가 당내 대책기구를 운영하며 '단일대오'를 강조하고 있지만, 당내에서 '사당화' 우려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분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가 열린 가운데, 이재명 대표 너머로 설훈 의원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이새롬 기자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가 열린 가운데, 이재명 대표 너머로 설훈 의원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이새롬 기자

대표적으로 설훈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20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당사 압수수색으로 '이재명 리스크'가 현실화했다고 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김해영 전 의원도 이 대표를 향해 "그만하면 됐다. 이제 역사의 무대에서 내려와 달라"고 목소리를 냈다.

이 대표 취임 이후 답보상태인 당 지지율도 민주당의 걱정거리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 취임 직전인 8월 4주 차(8월 23~25일)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36%였다. 그리고 12월 1주 차(11월 29일~12월 1일) 민주당 지지율은 33%였다. 같은 기간 국민의힘 지지율은 35%로 변동이 없었는데, 민주당만 지지율이 3%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무당층은 이 기간 3%포인트 올라 민주당에서 흩어진 지지율을 무당층이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30%대의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에 반해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어찌 됐든 유례없는 정부의 야당 탄압 속에서 당이 단일대오 대응을 유지해왔고, 큰 폭풍 속에서 민주당이라는 배를 이 대표가 좌초되지 않게끔 한 것은 의미가 있다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당내 기구들이 야당 탄압에 지속적으로 대응할 것이고, 대표는 민생을 중심으로 민주당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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