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참사 유족의 '절규', 정치권은 '2차 가해자'
입력: 2022.12.05 00:00 / 수정: 2022.12.05 00:00

與, 국조특위 유가족 간담회 불참
이상민 장관 등 책임자 처벌 호소 '외면'


1일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유가족 간담회에서 한 유가족이 무릎을 꿇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1일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유가족 간담회에서 한 유가족이 무릎을 꿇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서울 한복판에서 국민 158명이 목숨을 잃었다. 비극적인 이번 참사는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됐음에도 경찰과 지방자치단체의 부실한 현장 통제와 사후 조처가 드러나면서 할 말을 잃게 했다. 더 참담한 것은 누구 하나 책임을 지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왜 그들은 그곳에서 숨을 거뒀어야 했나.

참사 발생 이후 경찰은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경찰청과 소방청을 훑으며 사고 원인과 책임 등을 규명하고 있다. 구청과 경찰·소방 공무원, 구청 현장 관계자까지 입건한 특수본은 실무자 위주로 수사를 벌인 까닭에 '윗선'을 향한 수사는 더디기만 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셀프 수사'의 한계라는 비아냥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닐 것이다. 대체 수사가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다툼이 한창이다. 여야는 지난달 23일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하기로 합의했지만, 아직 국조는 시작하지도 못했다. 다시는 이번 참사와 같은 안타까운 사고가 없도록 사회제도 시스템을 개선해야 해야 한다며 모은 뜻을 그새 잊었나 싶다. 누구보다 비통할 유족들은 힘든 나날을 버티며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저 상대 당을 향해 당파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혈안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주무부처 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 이 장관이 물러나지 않으면 탄핵소추안 처리도 강행할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거부 카드를 꺼내 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국정조사가 원만하게 진행될지 의문이다. 여야가 언제쯤 정쟁을 멈출지도 모르겠다. 여야 대립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도 맞물려 있어, 현재로선 국정조사에 대한 기대감은 낮다.

1일 국회에서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유가족 간담회가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렸다. 야당 소속 위원들과 유가족들이 간담회에 앞서 묵념하는 모습. /뉴시스
1일 국회에서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유가족 간담회가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렸다. 야당 소속 위원들과 유가족들이 간담회에 앞서 묵념하는 모습. /뉴시스

실제 1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간담회'에 국민의힘 국조특위 위원 7인은 불참했다. 야당의 이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에 대한 반발 차원으로 보인다. 국조특위 야당 소속 위원들이 참석한 것과 대조됐다. 특위위원장인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유가족협의회 준비모임으로부터 공식적으로 국조특위에 면담을 요청해왔고, 특위 차원에서 사전 조사 의미로 유가족들과 간담회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전체 위원들에게 참석을 요청했다"며 "적어도 유가족을 만나는 자리만큼은 정쟁과 무관하게 만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유감을 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유가족들의 절절한 하소연이 터져 나왔다.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고(故) 이지한 씨 아버지 이종철 씨는 "윤석열 대통령 사저 집들이에는 참석하고 왜 우리는 외면하나. 이게 상식이냐. 당신들이 말하는 패륜은 이게 패륜"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저희는 정치는 모른다. 이 장관을 파면하는 게 정쟁의 소지가 있느냐"면서 "대한민국 법이 당신들의 보호를 위한 법이냐. 국회에서 도대체 무엇을 한 거냐. 민주당 의원들도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유가족들은 흐느껴 울었다.

감정이 북받쳤는지, 이 씨는 무릎 꿇고 절규했다. "부탁드립니다. 진실을 밝혀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사정합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취재를 하면서도 차마 보기 어려웠다. 가슴이 먹먹하고 동시에 분노도 솟구쳤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맞는지 혼란스러웠다. 왜 유족이 국회의원들에게 무릎을 꿇고 사정해야만 하는가. 수십 번 곱씹어봐도 답을 모르겠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거꾸로 된 것 같은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과연 국가는 존재하는지 의심된다. 우리나라 정부와 정치권의 퇴행적 행보에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다. 어렵사리 합의된 국정조사의 소중한 시간이 허무하게 흘러가고 있다. 유가족을 볼모로 한 정쟁을 멈췄으면 한다. 국민적 참사를 정치화하는 정치인들은 2차 가해자와 다름없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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