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방송법 진통 끝에 야당 단독처리
입력: 2022.12.02 16:39 / 수정: 2022.12.02 16:39

與 "헌정사 길이 남을 폭거"
野 "여당 의견도 반영한 법"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전체회의를 열고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내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의석수에서 밀리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헌정사 최악의 폭거라고 반발하며 의결에 불참했다. /이새롬 기자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전체회의를 열고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내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의석수에서 밀리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헌정사 최악의 폭거"라고 반발하며 의결에 불참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등의 내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이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했다.

과방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국민의힘이 퇴장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등 4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헌정사 최악의 폭거", "언론판 검수완박"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전날(1일)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다수당의 입법 횡포"라고 항의하며 안건조정위원회를 신청했다. 안건조정위는 여야 의원 6명으로 구성해 최대 90일까지 법안을 심사한다. 안건조정위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비교섭단체 몫 1인에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박완주 무소속 의원이 선임된 데에 반발하며 퇴장한 가운데 법안을 2시간 50분 만에 법안을 통과시켰다.

여당은 2일 전날의 법안 통과에 항의하며 의결 직전 전원 퇴장했다. 의결에 앞서 이뤄진 토론에서는 막말과 고성이 오갔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회의 진행이 개판이라 이렇게 항의하는 것"이라고 따져 묻자, 과방위원장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개판이라니"라며 맞받았다.

권 의원은 "민주당은 자신들이 집권한 5년 내내 방송법 개정안을 시도조차 안 하며 오히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자기를 편드는 사람을 공영방송 사장에 임명했다. 부끄러운 줄 알라"며 "말끝마다 공영방송을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시켜주겠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 불공정 편파방송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정필모 민주당 의원은 방송법 개정안을 두고 "특정 정파가 공영방송 사장 선임을 좌지우지하는 비상식적인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며 "이 법안은 특정 정치권력의 방송장악을 방지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당이 낸 특별다수대표라든지 이사추천위원회 조항도 다 포함됐다. 그럼에도 무조건 법안 자체를 반대한다는 건 또다른 의도가 있다고 본다"며 "기존 법대로 해서 공영방송을 장악한다는 의도가 아니고 뭐겠나. 실제로 벌어지는 공영방송, 공적방송, 공공방송에 대한 탄압 사례는 이를 입증한다"고 맞섰다.

과방위 위원장인 정 의원은 의결 직후 "방송법 개정안은 방송을 정권이 아닌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리는 방송 민주화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사장후보국민추천제를 통해 사장 후보를 공모 받고, 이사회에선 21명의 이사가 특별다수제로 사장을 선출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여당도 야당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중립적이고 공정한 인사가 사장으로 임명된다"며 "방송인들의 숙원이었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날 통과된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다. 법사위에 회부된 날부터 60일 이내 정당한 이유 없이 심사가 끝나지 않을 경우 소관 상임위인 과방위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

다만 법사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라는 점, 본회의에 통과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법안을 둘러싼 진통이 예상된다.

2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정청래 과방위원장에게 다가가 방송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2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정청래 과방위원장에게 다가가 방송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곧장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의회 폭거로 날치기한 방송법 개정안은 헌정사 최악의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민주당은 공적 책무를 짓밟고 민주당 나팔수로 전락한 민주노총 언론노조의 노영방송 체제를 더 견고하게 하려는 개악된 방송법 개정안을 기어이 통과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방송법 개정안을 "민주노총 언론노조의 공영방송 영구 장악법"이라고 규정하며 "친(親)민주당 세력과 민주노총 언론노조의 추천권을 더 확대해 사실상 이사회 전부를 장악한다"고 주장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국회 추천 몫은 민주당이 다수당이라 더 많을 것"이라며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천하는 학회 및 미디어단체 몫도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친민주당 성향이기에 편향될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또 "방송사 사장이 임명하는 시청자위원회도 언론노조 출신 사장이 임명하면 편향될 것"이라며 "직능단체인 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방송기술연합회 등 상당수가 민주노총"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도 기자회견을 열고 "특정 진영이나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사장추천, 이사회 구성 절차를 마련한 것"이라고 적극 반박했다.

이들은 "사장추천위원회, 특별다수제는 여당이 제안한 것"이라며 "지난 5월 말까지 여야가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해 온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통과된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현재 한국방송(KBS) 이사회는 11명으로 여야가 각각 7명, 4명의 추천권을 가지고 있다. 문화방송(MBC)과 교육방송(EBS) 이사회는 9명으로 MBC는 여야 각각 6명과 3명, EBS는 각각 7명과 2명의 추천권을 가졌다. 정치권의 입김, 특히 정부여당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사회는 사회 각 분야 대표성을 반영한 21명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국회 5명, 지역방송을 포함한 방송 및 미디어 관련 학회 6명, 시청자위원회 4명, 방송기자연합회 2명, 한국PD연합회 2명,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2명이다. 또 성별·연령·지역 등 다양성을 반영해 100명의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를 구성한다. 국민추천위원회에서 후보를 추천하면 이사회가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해 사장을 선임한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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