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선 긋지만 '전대 개최 시기·룰' 변경 부상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일 비상대책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 개최 시기 등에 대해 "지금 논의할 실정이 아니다"라며 "지금은 예산 처리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친윤계 의원 등의 만찬 회동 이후 국민의힘 전당대회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대 개최 시기와 경선 룰 등 두고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윤심'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당내에선 친윤계가 결속력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1일 비공개 회의에서 김석기 사무총장으로부터 전당대회 관련 준비 절차를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대 시기는 당헌에 따라 비대위 의결로 결정되며, 전대 룰 변경은 당헌·당규 개정특위와 비대위의 검토를 거쳐 상임전국위·전국위 의결로 확정된다는 보고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당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예산안이 윤석열 정부의 각종 정책과 맞물려 있는 것과 무관치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 개최 시기 등에 대해 "지금 논의할 실정이 아니다"라며 "지금은 예산 처리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비대위 회의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문재인 정권의 실패한 정책들에 관한 예산은 대폭 증액하는 일방 날치기까지 시도하고 있다"면서 "어젯밤 24시부로 예결위 예산심사가 중단되고 본회의로 예산안이 부의됐다. 법정기한 내에 통과는 많이 어려운 상황이고 정기국회 내 통과하려고 하더라도 지금부터 양당 간의 충분한 논의와 타협이 있어야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날 주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본회의 개의 여부 등을 논의했지만,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이 10·29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발의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의 본회의 보고는 무산됐다.
여야가 해임건의안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는 만큼 법정기한(2일) 안에 예산안 처리도 불투명하다. 박 원내대표는 김 의장을 향해 "내일(2일) 오후에는 본회의를 반드시 열어주시기 바라며 늦어도 내주 월요일까지 해임건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소집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오늘 비상대기는 해제한다"면서 "단, 의원님들께서는 2일은 긴급 의원총회 등 비상상황에 대비해 국회 경내에서 비상대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1일 비공개 회의에서 김석기 사무총장으로부터 전당대회 관련 준비 절차를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남윤호 기자 |
여당 전대 개최 시기는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내년 2월 말 또는 3월 초가 거론되고 있다. 한때 사고 당협 정비 등 당 조직 강화 과정을 거쳐 내년 5~6월 개최설이 제기됐던 것보다 시기가 앞당겨졌다. 윤 대통령과 친윤그룹의 만남 이후 전대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친윤계를 중심으로 당 일각에서는 '비대위 임기는 6개월'이라는 당헌 규정에 따른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정진석 비대위의 임기는 내년 3월 13일까지다.
전대 룰 변경 여부를 두고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현행 전대 룰은 당헌에 따라 책임당원투표와 국민여론조사를 7대 3 비율로 반영한다. 하지만 친윤계 인사들은 역선택 방지 등을 위해 '당심' 반영 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는 기류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친윤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처음 들어본 이야기"라며 "(전대 룰 변경 여부는) 추후 지도부에서 판단해볼 문제 아닌가"라고 말했다.
당권 주자 안철수 의원은 전대 룰 변경에 부정적인 견해를 재확인했다. 그는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 인터뷰에서 "국민 여론조사 때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는 건 찬성"이라면서도 "당심, 민심 반영률은 현재 당헌인 7대 3을 변경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은 오히려 민심을 25%로 늘려 이재명 대표가 당선됐다"며 "그런데 우리가 민주당보다 민심 반영을 더 줄여서 되겠냐는 명분론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대 룰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유승민 전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잠재적 당권 주자로 꼽히는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을 향해서도 거침없이 비판하는 모습을 보인다. 문제는 비주류인 유 전 의원이 여당 대표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유 전 의원이 당권을 잡는다면 윤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가 예상되는 데다 내후년 치러지는 총선 공천권도 친윤계의 고민 지점이다.
친윤계의 결속력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친윤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공부 모임 '국민공감'이 오는 7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당 소속 의원 115명 가운데 65명이 참여하는 당내 최대 규모의 공부 모임이다. 당 안팎에서는 주류인 친윤계가 본격적으로 세를 결집해 전대와 총선을 겨냥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여권 인사는 통화에서 "표면적으로 정책에 관해 토론하고 공부하는 모임이겠지만, 실질적으로 전대를 앞두고 당내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