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노란봉투법' 강행…與, '대통령 거부권' 건의 맞불
입력: 2022.12.04 00:01 / 수정: 2022.12.04 00:01

당·정, '과반 의석' 野 강행 기류에도 '불가' 방침 확고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지난 9월 15일 노란봉투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민주당 의원들도 해당 법안에 같이 이름을 올렸다. 이후에는 당론으로 채택해 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새롬 기자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지난 9월 15일 '노란봉투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민주당 의원들도 해당 법안에 같이 이름을 올렸다. 이후에는 당론으로 채택해 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파업행위에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재계와 노동계가 맞붙은 최대 쟁점법안 중 하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고 전날 고용노동법안 소위에 상정된 노란봉투법에 관해 재차 의견을 나눴다. 전날 국민의힘이 법안 상정에 반대하며 퇴장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 전원 찬성으로 상정됐다.

이날 환노위원장인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전날 쌍용차 노동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언급하며 "과잉진압 대응 과정에서 발생한 노조의 불법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노란봉투법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전날 대법원은 지난 2009년 경찰이 쌍용차 파업 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관련해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노조의 경찰 헬기 손상 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반면 여당 간사인 임의자 의원은 "집회·시위가 불법이어도 공권력의 과잉진압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라면서 "노조의 폭력·파괴행위를 동반한 불법파업에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노란봉투법과는 상관 없다"며 "이번 판결로 현행 제도가 사측의 무리한 손해배상·가압류를 충분히 거르고 있으며 노조법 개정이 불필요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정부 여당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앞서 지난 9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해 "불법파업이나 갈등을 조장한다든지,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여당도 △현재도 정당한 파업으로 인한 사용자의 손해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이 면제돼 있다는 점 △노조 상대 손해배상 소송의 94%가 민주노총 상대라는 점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니어도 사용자로 처벌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노란봉투법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반면 야당은 "노동자들이 기업과 협상할 권리를 지켜줘야 한다"는 이유로 입법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환노위 소속 이수진 민주당 의원(비례)은 "헌법상 권리인 노동3권을 무력화, 형해화시키는 것도 모자라서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우리나라 노조법은 국제적으로도 비난의 대상"이라고 꼬집었다.

여당이 논의를 거부함에 따라 상임위를 통과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법안을 심사하는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라는 점도 어려운 대목이다. 민주당은 합의처리가 불발될 경우 법안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해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단독 처리에 나설 경우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노란봉투법은 지난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 후 파업 참여 노조원들이 사측으로부터 47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받으며 그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당시 전국 각지에서 이들을 돕기 위해 노란 봉투에 성금을 보내며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 지난 19대,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간 사측이 천문학적인 손해배상·가압류를 파업 참여 노동자들에 대한 징벌로 활용하며 사실상 노동3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제기돼 왔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에 사측이 470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실이 알려지며 재차 주목받았다. 이에 지난달 8일 국민동의 청원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며 소관 상임위인 환노위에 회부됐다.

노란봉투법은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노조법 제3조를 개정해 폭력과 파괴행위를 제외하고는 파업을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지 않도록 하며 특히 노조원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를 제한한다.

아울러 노조법 제2조에서 정의하는 사용자와 근로자, 쟁의행위에 대한 정의를 확대한다.

현재 하청노동자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실상 원청의 관리·감독을 받으며 일하지만 원청과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청을 상대로 노동조건 등에 교섭을 요구할 수 없다. 그간 간접고용 등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노동환경·산업구조의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노란봉투법은 '근로자'의 정의를 확대해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하게 한다. 또 이들의 실질적으로 이들의 노동조건을 결정하고 이들을 관리·감독하는 원청을 '사용자'로 판단하게 원청이 직접 하청노동자들과 교섭하도록 하는 길이 열린다.

최근 CJ 대한통운과 택배노동자에 대해서도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택배노동자의 근로조건, 임금 등을 결정하는 건 CJ대한통운"이라면서 CJ대한통운을 향해 택배노동자들과 교섭에 응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CJ대한통운 측은 "택배기사를 고용한 것은 대리점"이라며 거부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현재 중앙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행정법원에 소를 제기한 상태다.

판례는 이미 이같은 변화를 반영하는 추세다. 지난 2010년 대법원은 현대중공업과 사내 하청노동자들 간 부당노동행위 사건에 대해 판결하며 사용자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정의했다. 대법원은 직접적인 근로관계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관계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력 내지 지배력의 유무",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라고 판단했다. 야당은 이같은 판례 경향을 입법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쟁의행위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현재는 임금과 근로조건에 대해 결정할 때에만 가능하다. 사측이 이미 정해진 노동조건, 단체협약이나 합의를 지키지 않는 경우는 파업할 수 없다. 가령 하청노동자가 사망했을 때 동료들이 이에 책임을 요구하며 하는 파업은 불법파업이 된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앞서 대한민국 정부에 △특수고용 노동자와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과 △손해배상 청구가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제약하는 수단이 되어선 안 된다고 권고한 바 있다.

노란봉투법 국회 공청회에 참여한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노란봉투법을 두고 "정부 여당에서는 불법파업 조장법이라고 하는데 실질적으로 파업에 가기 전 교섭으로 해결하기 위한 취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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