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이재명 퇴진론'…친명계는 '분열차단론'
입력: 2022.12.01 00:01 / 수정: 2022.12.01 00:01

리더십 휘청…비명계 "내년 결단의 시간 올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퇴진론이 당내에서 공개적으로 표출됐다. 지난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는 이 대표. /이새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퇴진론이 당내에서 공개적으로 표출됐다. 지난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는 이 대표.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당 내부에 균열 조짐이 감지된다. 비이재명계 중심으로 '이재명 퇴진론'이 공개적으로 표출되고,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친명계는 "검찰이 만든 그림에 굴복할 수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검찰의 소환 조사를 기점으로 비명계의 집단행동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차기 총선을 진두지휘해야 할 이 대표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민주당 내에선 이 대표 취임 후 발언을 삼가온 비명계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당 전체로 번지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NY(이낙연)계 설훈 의원은 지난 28일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당에 더 이상 누를 끼치지 않고 혼자 싸워서 돌아오겠다고 선언하고 당 대표를 내려놓는 것도 방법"이라며 우회적으로 용퇴론을 언급했다. 당 바깥에 있는 김해영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달 22일 "그만하면 됐다. 이제 역사의 무대에서 내려와 달라"고 퇴진론을 제기한 후 원내에서 공개적인 발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대선 이낙연 캠프에서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김철민 의원은 같은 날 이낙연 전 대표 싱크탱크인 '연대와 공생' 심포지엄에 참석해 "요즘 민주당 정신은 사라진 것 같고, 많은 국민들은 민주당이 사당화되고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고 쓴소리했다.

지난 29일 비명계 주도로 의원 40명이 공동주최하는 '반성과 혁신 연속토론회'에서도 이 대표 체제에서 사당화와 팬덤 정치가 극심해졌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특히 권리당원 소수의 목소리가 당 전체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당내 직접 민주주의를 확대하려면 그 전에 참여 주체인 당원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 대표 핵심 지지층인 '개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친명으로 분류되는 송영길 전 대표는 30일 윤석열 정부의 구상이 민주당 분열이라며 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송영길 상임고문의 발언을 듣고 있는 이 대표. /이새롬 기자
대표적인 친명으로 분류되는 송영길 전 대표는 30일 "윤석열 정부의 구상이 민주당 분열"이라며 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송영길 상임고문의 발언을 듣고 있는 이 대표. /이새롬 기자

비명계의 공개적인 퇴진론과 불만 표출에 친명계는 '야당 탄압론'에 이어 '분열 금지론'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이 대표에게 지역구를 내줬던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30일 라디오에 출연해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재명 퇴진론'에 대해 "검찰이 만든 그림에 굴복할 수 없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윤석열 정부나 집권당의 구상은 민주당 분열이다. 국민의힘 분열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그 분열을 막기 위해 선제공격인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분열할 경우 득은 모두 여권에 돌아가기 때문에 파열음 없이 단합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과거 반복적인 계파 갈등과 분당 경험으로 당내 기저에 깔린 '분열 트라우마'를 거듭 자극한 것이다.

실제 친문 진영에서 여전히 '이재명 퇴진론'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데는 검찰의 문재인 정부 인사 수사가 배경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등 검찰의 이전 정부 수사를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선 단일대오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형성돼 있다. 검찰이 전날(29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대해서도 이날 '친명' 박홍근 원내대표와 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보복 수사를 중단하라"며 입을 모아 반발했다.

당 안팎에선 포스트 이재명으로 이낙연 전 대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부겸 전 국무총리(왼쪽부터) 등이 거론된다. /남용희·김세정·이동률 기자
당 안팎에선 '포스트 이재명'으로 이낙연 전 대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부겸 전 국무총리(왼쪽부터) 등이 거론된다. /남용희·김세정·이동률 기자

친명계는 '이재명 퇴진론'에 맞서 '대안 부재론'도 내걸고 있다. 현재 당 안팎에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할 경우 '포스트 이재명'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대선 경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 586세대를 상징하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이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조기 귀국설을 일축하며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임 전 실장은 대중적 인지도는 있지만 당내 입지가 탄탄하지 않다는 평이 나온다. 김 전 총리도 차기 전당대회 출마에는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명계 일각에선 집단 지도체제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인물 부재론'에 대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나 이해찬 전 대표가 대중적 지지가 있었나. 그래도 선거를 압도적으로 이겼다"라며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이 대표를 위해 만들어내는 프레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혐의가 분명해져서) 이 대표가 확실하게 물러나면 비대위 체제나 임시 전당대회 둘 중 하나로 갈 것이고, 물러서지 않는다면 내년 안에 계속 당을 같이 할 건지 말 건지 결단의 시간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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