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업무개시명령" vs 화물연대 "위헌" 반발…'강 대 강' 대치 지속
입력: 2022.11.30 00:00 / 수정: 2022.11.30 00:00

尹대통령 "명분 없는 요구 계속하면 단호히 대처"
화물연대 "사문화된 법으로 사실상 '죽으라' 명령"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가운데 화물연대는 위헌적 결정이라면서 강력 반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가운데 화물연대는 위헌적 결정이라면서 강력 반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윤석열 정부가 29일 집단 운송 거부(총파업)에 돌입한 화물연대를 상대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관련 제도 도입 후 18년 만에 첫 업무개시명령으로, 일단 피해 규모가 가장 큰 시멘트 분야 운송사업자·운수종사자 2500여 명이 우선적 대상이다. 하지만 화물연대는 '위헌적 결정'이라며 강력한 맞대응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화물연대가 지난 24일부터 무기한 집단 운송 거부에 돌입하면서 시멘트, 철강 등 물류가 중단돼서 전국의 건설과 생산 현장이 멈췄고, 우리 산업 기반이 초토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 일상생활까지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는 오늘 우리 민생과 국가 경제에 초래될 더 심각한 위기를 막기 위해 부득이 시멘트 분야의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다"고 밝혔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14조에는 국토교통부 장관(원희룡)이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해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어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운송사업자·종사자는 명령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또한 화물차운송사업·운송가맹사업 허가 정지 및 취소까지 가능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 참석해 업무개시명령 등을 발표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 참석해 '업무개시명령' 등을 발표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당장 국토부는 이날 오후부터 업무개시명령 송달을 위한 국토부, 지자체, 경찰로 구성된 76개 조사팀을 구성해 현장 조사 및 명령서 송달 작업에 착수했다. 파업 중인 이들이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엄중히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집단 운송 거부를 빨리 수습하고 현장에 복귀한다면 정부가 운송사업자 및 운수종사자들의 어려운 점을 잘 살펴 풀어줄 수 있겠지만, 명분 없는 요구를 계속한다면 정부도 모든 방안을 강구해 단호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안전운임제 법제화와 차종·품목 확대'를 요구하면서 파업에 돌입한 화물연대의 결정을 명분 없는 요구라고 일축한 것이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파업 중인 이들이 현장에 복귀하면 어떤 어려운 점을 잘 살펴 풀어줄 수 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관련한 질문에 "구체적인 조건을 가지고 (윤 대통령이) 이야기했다기보다 여러 차례 언급한 것처럼 불법을 통해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집단 운송 거부 사태를 중단하고 현장에 복귀하면, 함께 협의 테이블 안에서 얼마든지 저임금 운송종사자들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에 대해서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화물연대본부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시멘트 공장에 레미콘 차들이 운행을 멈춘 채 주차된 모습. /임영무 기자
화물연대본부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시멘트 공장에 레미콘 차들이 운행을 멈춘 채 주차된 모습. /임영무 기자

하지만 화물연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업무개시명령은 그 태생부터 오로지 화물노동자의 파업권을 제한하고 탄압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이 법이 가지는 비민주성과 폭력성으로 인해 2004년 도입 이후 단 한 번도 발동된 적 없는 사문화된 법"이라며 "업무개시명령은 화물노동자에게는 계엄령에 준하는 명령이다. 아니, 차라리 죽으라는 명령"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또한 이들은 "업무개시명령은 ILO 핵심협약 105호 강제근로 폐지 협약에 위반된다"며 "백번 양보해 화물노동자가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라 하더라도 업무개시명령은 헌법 제15조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 직업선택의 자유에는 특정한 일을 하지 않을 권리도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정부는 화물노동자가 개인사업자라면서 현 사태를 '파업'이 아닌 '운송 거부'라고 표현하고 있다. 화물연대 측은 "개인사업자가 자신의 영업을 중단하겠다는데 정부가 일을 하라고 강요하고 개입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법과 원칙'의 잣대를 일관되게 적용하고, 업무개시명령 엄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명령 무효 가처분 신청과 취소 소송까지 제기하겠다면서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파업으로 정부에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경우 화물연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차 면담을 하기로 했지만, 이견이 좁혀질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하되 품목 확대는 안 된다는 확고한 입장이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및 영국화, 품목 확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데, 2차 면담에선 추가로 업무개시명령 철회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의 견해차가 커 대화의 진전이 있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노정 간 강 대 강 대치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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