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다탄두 ICBM' 화성-17형 사실상 성공.…한국의 선택은
입력: 2022.11.19 13:34 / 수정: 2022.11.19 13:34

사거리 1만5000km, 미국 전역 사정권
정성장 독자핵무장과 북한의 7차 핵실험 시 NPT탈퇴 조언


북한이 지난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시험발사했다며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이 19일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미국의 소리방송(VOA) 갈무리
북한이 지난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시험발사했다며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이 19일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미국의 소리방송(VOA) 갈무리

[더팩트 ㅣ 박희준 기자]북한이 1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의 시험발사에 사실상 성공했다. 미국 전역을 사정권에 넣었다. 북한 핵위협 수준이 한층 높아진 만큼 미국의 대북 확장억제 전략이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도 핵무장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발사한 ICBM은 신형인 '화성포-17형(화성-17형)'이라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ICBM 발사를 현지 지도했다고 19일 보도했다. 김정은이 공개 활동에 나선 것은 지난달 17일 당 중앙 간부학교 방문 보도 이후 32일 만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미 제국주의자들이 동맹국들에 대한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와 전쟁연습에 집념하면서 조선반도와 주변지역에서 군사적 허세를 부리면 부릴수록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공세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정은은 또 "적들이 핵타격수단들을 뻔질나게 끌어들이며 계속 위협을 가해온다면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는 단호히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 대답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북한은 이번 ICBM이 평양국제비행장(순안공항)에서 발사됐으며 최대 정점고도는 6040.9km, 비행거리는 999.2km, 비행 시간은 4135초(1시간8분55초)를 기록했다면서 "동해 공해상의 예정 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주장했다.

우리 군은 전날 오전 10시15분께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장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비행거리는 1000km, 고도 약 6100km, 속도 약 마하 22(음속의 22배)로 탐지된 점을 감안해 북한이 '화성-17형'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합참은 고각 발사로 고도 6100km까지 올라갔다면 30~45도의 정상 각도로 발사할 경우 사거리가 1만5000km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일본 방위성도 미사일을 정상각도로 발사했다면 최대 사거리가 1만5000km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 전역이 사정권에 포함될 수 있는 거리다. 평양에서 워싱턴D.C까지의 거리는 약 1만1000km다.

화성-17형은 2020년 10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당 창건 열병식에서 최초 공개됐다. 현존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중에서 가장 크고 길어서 '괴물 ICBM'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미국 싱크탱크 CSIS 산하 사이트인 미사일쓰렛에 따르면, 화성-17형은 길이 25.7m, 최대사거리는 1만5000km로 추정된다. 이는 길이 21~22.5m, 사거리 1만3000km안 화성-15형보다 훨씬 크다. 다탄두 탑재형으로 개발돼 소형화된 핵탄두 2~3개를 실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다탄두 기술 등은 검증이 더 필요하지만 화성-17형의 미 본토 타격력이 처음 입증된 것으로 평가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미사일 제원을 볼 때 이번 재발사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고 사실상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북한은 이번 화성-17형 ICBM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능력을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미사일 전문가인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 비확산 수석부차관보는 미국의소리방송(VOA) 통화에서 "북한이 화성-17형 발사에 성공한 것이라면 그동안 원한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달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밴 디펜 전 부차관보는 화성-17형 ICBM이 기존의 화성-15형 보다 훨씬 크다면서 같은 사거리에 더 큰 탄두를 실어 보내거나 북한이 개발을 원한다고 공언한 다탄두를 탑재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량살상무기 전문가인 앤서니 루지에로 전 백악관 NSC 북한 담당국장은 VOA에 북한이 최근 몇 년 간 화성-17형 ICBM 기술의 완성에 공을 들여왔다면서 발사에 성공한 지금 북한은 탄도미사일에 다탄두를 탑재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의 ICBM 발사 능력이 안정된 수준에 이른 것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고각 발사로는 ICBM의 핵심인 재진입체 기술 검증은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다.밴 디펜 전 부차관보는 북한이 아직 단 한번도 ICBM을 정상각도로 발사해본 적이 없으며, 따라서 북한 ICBM이 대기권 재진입에 성공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화성-17형을 추가 발사해 성능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북한이 오는 29일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 5주년을 앞두고 ICBM을 정상 각도로 쏘는 등 추가 도발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7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한 한미간 대응은 제한된다.미국의 대북 무력시위,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새로운 대북 제재가 거론되지만 북한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북한의ICBM 시험발사 성공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찾아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고, 한미 간 합의한 대북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방안을 적극 이행하며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라"고 지시하고 "미국과 국제사회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응을 포함한 강력한 대북 규탄과 제재를 추진하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미중 간의 심각한 전략경쟁과 미러 관계 악화 탓에 안보리가 새로운 대북 제재가 채택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고, 한미 간 합의한 대북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방안을 적극 이행하며,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것뿐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의 화성-17형 발사 성공과 관련해 한국이 독자 핵무장 옵션을 배제하면서 미국의 핵우산에만 의존하려 할 경우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의해 미국 본토가 더욱 위협에 처할 것임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더팩트DB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의 화성-17형 발사 성공과 관련해 한국이 독자 핵무장 옵션을 배제하면서 미국의 핵우산에만 의존하려 할 경우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의해 미국 본토가 더욱 위협에 처할 것임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더팩트DB

정성장 센터장은 "북한의 화성포-17형 시험발사 성공은 한국이 독자 핵무장 옵션을 배제하면서 미국의 핵우산에만 계속 의존하려 할 경우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의해 미국 본토가 더욱 위협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면서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개발한다면 4000개도 넘는 핵무기를 만들 역량이 있기 때문에 북한은 멀리 있는 미국보다 가까이에 있는 남한을 대상으로 군사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센터장은 북한은 이미 2021년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전술핵무기 개발, 초대형 핵탄두 생산, 미국 전역은 물론 세계의 대부분 지역을 공격할 수 있는 핵선제 타격과 보복 타격 능력 고도화뿐만 아니라 핵잠수함과 수중 발사 핵전략무기 보유 등을 국방공업의 전략적 과업으로 제시한 만큼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미국이 계속 '확장억제'로 대응하려 한다면 북한은 수년 내에 핵무기를 탑재한 핵잠수함도 개발해 미국 본토 근처에서까지 미국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정부와 정치인들이 미국과 국제사회의 눈치만 보면서 핵확산금지약(NPT)이 보장한 조약 탈퇴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다면 계속 북한의 조롱거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정부는 북한이 또 ICBM을 시험발사하거나 핵실험을 한다면 NPT를 탈퇴할 수밖에 없다고 지금이라도 공개 선언하는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jacklondon@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