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이냐 李냐' 여야 639조 예산안 줄다리기
입력: 2022.11.18 00:00 / 수정: 2022.11.18 00:00

국회 행안위, 경찰국 신설·지역화폐 예산 합의
'최종 관문' 예산소위 본격 가동...'준예산 사태' 우려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을 세부적으로 심사하는 국회 예산조정소위가 17일 본격 가동했다.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채익 위원장에게 예산안 상정과 관련해 항의하고 있는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간사와 이만희 국민의힘 간사(오른쪽). /남윤호 기자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을 세부적으로 심사하는 국회 예산조정소위가 17일 본격 가동했다.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채익 위원장에게 예산안 상정과 관련해 항의하고 있는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간사와 이만희 국민의힘 간사(오른쪽).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17일 639조 원 규모의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을 최종 심사하는 국회 예산결산특위 예산조정소위원회가 본격 가동했다. 여야는 서로 '윤석열표 예산' '이재명표 예산'을 더 반영하겠다며 팽팽한 줄다리기에 나섰다. 이태원 참사 책임 공방과 야당 인사 수사 등으로 여야 대립이 고조된 가운데 헌정사상 처음으로 준예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야는 이날 예결위 예산소위를 가동해 내년도 예산안 세부 심의에 돌입했다. 예산소위는 상임위원회별 예비심사에서 넘어온 사업별 예산의 증감액을 결정하는 사실상 '막바지 관문'이다. 정부 동의 없이 국회 단독으로 예산을 늘릴 수는 없지만, 심의 과정에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조정할 수 있어 어느 때보다 여야의 힘겨루기가 발현된다. 이후 30일 예결특위 전체회의를 거치고 이때도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여야 원내지도부가 '담판'에 나선다. 예산안은 법정 시한인 다음 달 2일까지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앞서 각 상임위별 예산심사에서는 다수 의석을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었다. 전날(16일) 9개 상임위에서 지역화폐 예산 등 '이재명표' 예산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8조6500여억 원이 늘어난 반면, 대통령실 이전 관련 비용 등 윤석열 정부와 여당 측이 주도한 예산은 1조2000억 원 가량 삭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예산조정소위를 앞두고도 대통령실 이전 비용 등 '윤석열표' 예산에 대한 대대적인 칼질을 예고하면서 이를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민생 관련 예산에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 이전 비용을 비정한 예산이라며 상당 부분 삭감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반면 지역화폐 예산은 반드시 확보하겠다고 예고했다. 17일 지역화폐 예산 확보를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이재명 대표. /남윤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 이전 비용을 '비정한 예산'이라며 상당 부분 삭감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반면 지역화폐 예산은 반드시 확보하겠다고 예고했다. 17일 지역화폐 예산 확보를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이재명 대표. /남윤호 기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집권 여당답게 대통령실 눈치를 보지 말고 야당이 요구하는 민생예산 대폭 증액과 함께 초부자 감세 저지와 혈세 낭비 예산 삭감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노인일자리 예산, 임대주택 주거지원 예산 등 여러 민생예산 중에서도 특히 지역화폐 예산 복구에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지역화폐는 지역화폐로 결제하면 일정 비율을 캐시백 형태로 돌려주는 제도로, 이 대표의 대표적인 브랜드 정책이다. 이 대표는 이날도 지역화폐 예산 간담회를 열고 "지역화폐를 성남시에서 시작해서 개인적인 자부심도 있긴 한데 그런 인연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 지역화폐는 아주 복합 다층적인 효과가 있다"고 역설했다.

국민의힘은 이에 맞서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을 사수하겠다며 민주당의 예산 주도 상황을 '거야 독주'라고 비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예산 칼질을 통한 대선 불복이 도를 넘었다"고 꼬집었다.

예산소위 심사 첫날, 일단 쟁점 예산안을 다루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선 여야가 파행을 피하고 극적으로 합의했다. 전날 민주당이 단독으로 전액 삭감했던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기본경비 예산안을 정부안 2억900만 원에서 10%(2100만 원) 감액하기로 합의했다. 지역화폐 예산도 정부안에서는 0원이 편성됐으나 민주당이 7050억 원으로 증액했던 것을 이날 회의에서 2050억 원 삭감한 5000억 원으로 편성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정부 발목잡기'라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한발 물러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국회 운영위 예산소위도 이날 비공개로 대통령실 이전 관련 예산 심사를 진행했다.

여야 대립이 극심한 가운데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법정 시한을 넘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높다. 여론을 의식한 여야의 힘겨루기가 주목된다. 대통령 집무실이 된 옛 국방부 청사와 용산공원으로 조성될 미군 반환 기지의 모습. /남윤호 기자
여야 대립이 극심한 가운데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법정 시한을 넘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높다. 여론을 의식한 여야의 힘겨루기가 주목된다. 대통령 집무실이 된 옛 국방부 청사와 용산공원으로 조성될 미군 반환 기지의 모습. /남윤호 기자

정치권에선 예산소위에서 야당 주도의 예산안 심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예산소위 위원장과 예결위원장이 모두 민주당 소속인데다, 예산소위 15명 위원 중 민주당이 9명, 국민의힘이 6명으로 구성돼 민주당의 입김이 압도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때문에 예산안 본회의 처리 법정시한을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높지만 국민의힘이 잠정예산편성인 준예산 사태까지 검토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민주당도 합의하는 방향으로 힘 조절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태원 참사 책임론과 국정조사 카드,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등 정쟁 요소까지 맞물리면서 나라살림 예산이 실제 필요한 곳에 편성되기보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는 국회가 예산 증액권이 없어 한정된 대상으로 삭감을 시도하면서 여야 힘겨루기가 심화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국회가 예산 심의권을 갖고는 있지만 주요국과 달리 예산 증액권이 없다. 또 국회의원들이 자기 지역구 예산을 확보하려면 마음대로 삭감을 못 한다. (삭감할 수 있는 게 한정되다 보니)결국은 (삭감 대상이) 정치적 이슈가 되는 사안들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래도 거기서 기술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여야가 타협을 보면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서로 선명성 경쟁을 하기 때문에 타협의 부분이 잘 보이지 않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민감한 걸 건드려야 자신들이 요구하는 걸 받아들일 수 있으니 그런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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