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MBC 광고 중단' 발언 논란…대언론 강경 기조 우려
입력: 2022.11.18 00:00 / 수정: 2022.11.18 00:00

기자협회 "불공정 보도 프레임"…시민단체 "다른 언론에 억압적 효과 의도"

김상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MBC에 광고하는 기업 제품의 불매운동을 거론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새롬 기자
김상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MBC에 광고하는 기업 제품의 불매운동을 거론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사실상 MBC에 대한 광고를 중단하라는 취지의 발언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기간 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 논란 등을 문제 삼으며 정부와 여당이 언론탄압을 주도하고 있다며 공세를 벌이고 있다. 정부·여당의 언론관을 두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MBC를 편파 왜곡방송으로 규정하고, MBC 광고기업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 서명한 사람들이 33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며 "공공성을 포기하고 정치를 하는 방송의 특징은 든든한 물주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검언유착 오보, 자막 조작 의혹, 우방국과 관계 훼손, 대역 왜곡 등 현 정부를 흠집 내고 갈등을 조장하는 MBC 또한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그동안 MBC는 윤 대통령과 현 정부에 악의적인 보도와 의도적인 비난으로 뉴스를 채워왔다"며 "그럼에도 MBC의 각종 프로그램은 유력 대기업의 광고로 도배가 되고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MBC 광고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분들은 사회적 기업이자 국민의 기업인 삼성과 여러 기업이 MBC에 광고로 동력을 제공하는 것을 즉각 중단해야 하며 이는 선택이 아닌 의무라고 역설한다"며 "공영방송을 자처하고 있는 MBC와 광고주들의 귀를 기울여야 할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기업을 향해 MBC에 광고하지 말라는 압력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의 MBC 광고 중단 발언이 당의 공식 입장인가'라는 물음에 "김 위원의 말을 제대로 못 들었다"며 즉답을 피했다. '언론인 출신으로 광고 중단을 하라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도 입을 굳게 닫았다. 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김 위원이) MBC 광고 불매 운동을 언급한 것이 아니라 그러한 운동이 있었다는 언론 보도를 읽고 그 부분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사태는 단지 MBC에 대한 광고 탄압만이 아니다. 정권의 눈 밖에 나면 어느 언론사든 가만두지 않겠다는 시그널이나 마찬가지"라며 "정부와 여당이 집요하게 MBC를 압박하는 이유는, 윤석열 세력에 비판적인 MBC 사장 교체기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MBC에 대해 '불공정 보도' 프레임을 씌워 공영방송 MBC부터 장악하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1974년 박정희 군사독재정권 시절 동아일보와 동아방송이 정권의 압력으로 기업 광고가 실리지 못한 사실이 있는데 마치 역사의 시계가 48년 전으로 되돌아간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권력의 동아일보에 대한 광고 탄압은 훗날 역사의 냉혹한 평가를 받았다"며 "이제라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고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여하한 시도나 행위를 당장 멈춰야 한다. 일개 비대위원 한사람만의 발언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9월 28일 서울 마포구 MBC 본사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보도에 대해 항의하며 구호를 외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의원들이 9월 28일 서울 마포구 MBC 본사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보도에 대해 항의하며 구호를 외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야당도 "정부와 여당 주도의 언론탄압이 노골화되고 있다"며 여당을 직격했다. 임오경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대통령의 욕설을 감춰주지 않았다고 이렇게 치졸하게 복수하다니 정말 지독한 정권"이라며 "이런 말 할 배짱이 있다면 대통령에게 바른 소리, 쓴소리 할 수 있는 여당 지도부가 먼저 돼라"고 비판했다. 또한 "비판적인 언론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경고는 비단 MBC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 모든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이고, 언론이 정권의 눈치를 보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유신 시대, 5공 시절에나 가능했던 관제 언론을 부활시키려는 윤석열 정권의 언론탄압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통화에서 김 위원의 발언에 대해 "민간 소비자 운동 영역에서 광고 불매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있을 수도 있는 일인데, 여당 관계자가 그런 말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실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매우 위험한 발언, (기업에) 압박이 되는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해 당이 아무런 말이 없다면 공식적인 입장인 것처럼 또 비칠 수 있기 때문에 확실히 선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MBC와 사실상 전면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여당은 윤 대통령이 지난 9월 미국 방문 당시 한 회의장을 나오면서 주변 참모진에게 했던 비속어 발언을 다룬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며 '국익 훼손'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10월11일 방송된 MBC 한 시사 프로그램에서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 보도와 관련해 재연 배우임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것을 문제 삼으며 '조작방송'이라고 맹비난했다.

결정적으로 지난 9일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을 앞두고 MBC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국민의힘은 언론인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은 취재의 편의상 제공하는 것이고, 전용기 탑승 제한이 취재의 제한이 아니라는 점에서 자유 침해와 언론 탄압이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취지로 대통령실을 엄호했다.

다만 당내 일각에선 결이 다른 목소리도 나왔다. 국회부의장인 정우택 의원은 지난 15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비속어 발언 논란을 MBC가 일으켰기 때문에, 그 언론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묻겠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우리 국익에 위반된다든지, 여러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언론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입장에는 찬성한다"면서도 "하지만 앞으로 우리 언론도 책임감을 느끼면서 간다면, 대통령실에서도 정치와 언론이 동행하는 것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대언론 강경 기조에 대한 숨은 의도는 없을까. 김 정책위원장은 "대통령이 직접 정부에 대한 비판 보도에 적대감을 표현하는 것은 명백하게 언론탄압, 억압이 될 수 있다"며 "정부·여당이 여러 가지 지적이 나왔음에도 (언론 압박을) 계속한다는 것은 MBC를 특정한 표적으로 삼아 지지층 여론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다른 언론에 억압적인 효과를 거두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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