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면 전환 노림수?…與, 희생자 명단 공개 '野 배후설' 반격
입력: 2022.11.16 00:00 / 수정: 2022.11.16 00:00

與 지도부, 민주당 맹공…朱 "패륜적 행위"

주호영(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진보 성향 온라인 매체 민들레와 더탐사의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를 두고 민주당이 암묵적으로 서로 명단 공개에 대해 동의한 거 아닌가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오른쪽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남윤호 기자
주호영(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진보 성향 온라인 매체 '민들레'와 '더탐사'의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를 두고 "민주당이 암묵적으로 서로 명단 공개에 대해 동의한 거 아닌가"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오른쪽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친야(親野) 성향 인터넷 매체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유족 동의 없이 공개한 이후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인권침해 소지까지 거론되며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국민의힘은 명단 공개 배경으로 더불어민주당을 지목하고 파상 공세를 벌이고 있다.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을 환기하며 불리한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다만 정부 책임론을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15일 친민주당 성향 온라인 매체(더탐사·민들레)에서 전날(14일) 참사 희생자 명단 전체를 공개한 것을 두고 민주당이 배후라고 의심하고 있다. 지난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참석한 문진석 민주당 의원이 민주당 정책연구소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부터 받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숨진 희생자 전체 명단과 사진, 프로필 등을 확보해 추모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문자 내용이 언론에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 9일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의 명단 공개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 명단 공개에 앞장섰다. 이 대표부터 나서서 주장했고 당직자라는 사람들이 희생자들과 유족들의 인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명단 공개'를 합창했다"며 "국민의 인권 보호에 앞장서야 할 공당으로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글에선 "유족의 동의 없는 희생자 명단 공개는, 유족의 아픔에 또다시 상처를 내는 것"이라며 "반드시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유족들 다수가 명단 공개를 원치 않는다는 사실, 법에 위반된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이 매체들은 이런 패륜적 행위를 했다"며 "결과적으로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명단을 구해 공개해야 한다는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주장을 충실히 이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명단 공개는 법률 위반이라는 점이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는데도 공개를 강행한 것은 그들의 의도가 얼마나 악의적이고 치밀한지 잘 보여준다"고 직격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이재명 방탄을 위해 이태원 참사의 비극을 이용하는 무도한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남윤호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이재명 방탄'을 위해 이태원 참사의 비극을 이용하는 무도한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남윤호 기자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것과 논란이 예상됐던 참사 피해자 명단이 공개된 배경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유도하는 한편 윤석열 대통령을 흠집 내기 위한 것이라는 게 당내 일반적인 시각이다. 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민주당은 참사를 정쟁으로 악용해왔다"며 "유족과 희생자에게 비수를 꽂으며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술수는 결국 당 대표 지키기가 아니겠나"라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이재명 방탄'을 위해 이태원 참사의 비극을 이용하는 무도한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주 원내대표도 "그들이 저지른 이러한 패륜의 일차적 목적은 온갖 범죄 의혹을 받는 이 대표를 지키는 것이고, 최후 목적은 국민의 뜻에 따라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을 퇴진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동 의원 역시 "이 대표 수사에 대한 관심을 딴 곳으로 돌려보려는 술책"이라고 주장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이 공개된 이후 부정적인 여론이 강하다. 유족의 동의가 없었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민주당 내부와 야권에서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 관련 국정조사와 특검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을 하며 여론전에 나섰지만, 역풍 변수가 생기면서 해당 매체와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이 대대적으로 민주당 배후설을 제기하며 반격하는 것은 정부 책임론을 방어 차원이라는 시각이 있다.

이언근 전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여권의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부담되는 것은 틀림없다. 사고 전 인원 통제나 사후 조치에서 우왕좌왕하는 듯한 정황이 나타나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못해 최대한 방어하려 할 것"이라며 "특히 명단이 유족의 동의가 없이 공개된 일은 여당이 야당에 되치기할 수 있는 좋은 소재일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의 극한 대치로 639조 원의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 심사 처리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본격적인 예산 정국에서 협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교수는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다수당인 민주당과 경쟁적 협력 관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야당과 대화와 타협의 방식으로 예산안부터 필요한 법령 정책을 입법화해야 제대로 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전날 페이스북에 "예산 국회를 운영하려면 야당과 척지지 않는 협상이 필요하기에 때로는 야당의 역성을 들어 주어야 할 경우도 있다"고 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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