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나선 '윤핵관'은 부담…비윤 충돌 가능성
국민의힘은 14일 중진·재선 간담회를 차례로 열어 야권이 추진하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모았다.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모습이다.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의힘이 이태원 참사 등을 둘러싼 당내 갈등을 서둘러 진화한 모양새다. 여당은 친윤(친윤석열)계가 직격했던 주호영 원내대표에 힘을 실으며 대야 투쟁 전열을 가다듬었다. 다만 조용한 행보를 보였던 '윤핵관'이 전면에 등장함에 따라 언제든 비윤계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3선 이상 중진 의원 대다수가 14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추진하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반대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신속하게 수사해 참사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묻는 작업이 우선이라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엄호하기 위해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 든 것이라는 인식이 깔렸다고 한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어떻게 국민적 슬픔과 비극을 정치에 이용할 수 있나, 국민적 동의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 문제에 대해 중진 의원들의 강력한 성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우택 의원은 "현시점에서 '방탄 국정조사'에 대해 찬성해 줄 수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재선 의원들도 국정조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데 뜻을 모았다. 국정조사는 지금 진행되는 경찰 수사의 속도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어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고 경찰 수사 결과가 미진할 경우 등 필요에 따라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취지로 주호영 원내대표는 설명했다. 중진·재선 의견대로 주 원내대표는 향후 야당과 협상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게 됐다.
앞서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추진과 내년도 예산안 등 관련해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예산과 법안심사와 국정조사는 별개의 문제이고 당연히 동시 진행이 가능하다"며 "(국민의힘이) 처음에는 경찰 수사 결과 지켜보고 판단하자, 지금은 예산과 법안심사를 위해 나중에 판단하자라고 하는 건 결국 어떤 핑계를 대든 국정조사를 안 하려는 취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14일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국회에서 만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추진과 내년도 예산안 등 관련해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주 원내대표, 김 의장,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 /남윤호 기자 |
국민의힘은 선수별 간담회를 열어 당내 의견을 취합하며 전열을 정비한 것은 나름의 소득이다. 당권주자인 안철수·윤상현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 당내 일각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국정조사 수용 거부' 중론을 모아 대통령실의 '선(先) 수사' 기조와 코드를 맞추며 대야 협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주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친윤계도 갈등을 봉합하는 듯한 모습도 연출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웃기고 있네' 필담을 나눈 강승규 시민사회수석과 김은혜 홍보수석을 퇴장시켜 친윤계의 비판을 받았다. 친윤(친윤석열)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은 10일 "의원들과 통화했는데 부글부글하더라"라며 주 원내대표에 대한 당내 비판 여론을 드러냈다.
하지만 장 의원은 중진회의를 마친 뒤 "민주당이 국정을 발목 잡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는데, 당내 강한 기류가 표출되지 않으면 원내대표께서 어떻게 협상을 하겠나"라고 되물으면서 "원내대표는 이런 기류를 가지고 민주당 원내대표하고 협상하면 훨씬 강화될 수 있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당내 분열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애정 없는 그런 비난이 당내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화살을 돌렸다.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신청 등으로 극심한 내홍을 겪었던 국민의힘이 다시 계파 간 갈등설이 제기됐지만,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비대위가 당협위원회 재정비를 명목으로 친이준석계를 솎아내려는 것 아니냐는 당내 반발이 있어 갈등 요소는 남아 있다. 당은 이날 이성호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을 당무감사위원회 위원장에 추인하고 정기 당무감사에 착수했다.
또 차기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당권을 거머쥐기 위해 친윤계가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원외 인사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조강특위원 구성과 최근 당내 기류를 보더라도 친윤계의 존재감은 여전하다"며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목소리가 더 커질 텐데 이런 과정에서 계파 간 충돌이 불가피하지 않겠나"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