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일정 취소, 예의 아냐"..."인정할 건 인정 해줘야"
김건희 여사가 동남아 순방 중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소년을 안고 있는 사진이 과거 배우 오드리 헵번을 따라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야 정치권도 김 여사 사진을 놓고 갑론을박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심장 질환을 앓고 있는 A 군(14)을 안고 있는 김건희 여사의 모습과, 1992년 소말리아 바이도아의 유니세프 급식소에서 영양실조 아동을 안고 있는 오드리 헵번의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동행한 김건희 여사가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소년을 안고 있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여야가 설전을 벌였다. 야권 일각에서는 "공식 일정을 바꾼 것은 외교적 결례"라고 지적하는 한편 "배우 오드리 헵번을 따라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여당은 "외교적 결례가 아니"라며 '따라하기' 의혹에 대해서는 "억지 생떼"라고 반박했다.
14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불교방송(BBS)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국위 선양을 위해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고 계시는데 얼마나 자랑스럽나. 인정할 건 인정을 해줘야 한다"라며 "공식 행사를 안 가고, 낮은 자세로 저 개발도상국에 가서 그런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을 보는 게 얼마나 자랑스럽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교적으로 결례가 되는 부분은 아닌가"라는 앵커의 질의에 "그런건 아니"라고 답했다.
그는 '따라하기' 의혹에 대해서는 "흠집 내기"라며 "그런 얘기를 한다는 게 얼마나 유치한가"라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김정숙이 하면 선행이고 김건희가 하면 참사라는 '정선건참'도 아니고 이런 억지 생떼가 어디 있나"라며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의 딴지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가관"이라고 맞받았다.
그는 "과거 김정숙 씨의 봉사활동 사진이 올라오면 '이런 겸손함과 진정성은 높은 자존감과 이타성, 그리고 측은지심을 구비한 분에게만 가능하다'라며 낯뜨거운 '정비어천가'를 부르던 사람들이 지금 와서 무슨 낯짝으로 그 입을 함부로 놀리시는 건가"라며 "당신들은 오로지 권력에만 눈이 멀어 인간이기를 포기한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야권에서는 "공식 일정을 취소한 건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날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교통방송(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별도의 일정을 잡으면 되는 것이지, 주최 측에서 초청해 진행된 행사를 특별한 이유 없이 안 가면 그 나라 입장에서는 조금 서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혹은 정상 부인들이 그 나라의 대표적인 유적지를 방문하는 모습을 각 나라가 송출하면 주최한 나라 입장에서는 홍보가 되는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주최 측에서 요청하는 행사는 가줘야 한다. 공식적인 회담에 갔으면 그 회담에서 요청하는 공식적인 일정들은 소화해 주는 것이 예의"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프놈펜에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14세 아동의 집을 찾아 건강상태를 살피고 위로하는 김 여사. /뉴시스 |
김 여사의 사진 구도와 옷차림 등을 두고 배우 오드리 헵번이 지난 1992년 소말리아의 유니세프 급식센터에서 찍은 사진을 따라했다는 의혹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13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따라하고 싶으면, 옷차림이나 포즈가 아니라 그들의 마음과 희생을 따라하라"면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장식품처럼 활용하는 사악함부터 버리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야권 성향의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각국 정상 배우자들은 회의 주최 국가의 의사를 존중하여 앙코르와트를 단체로 방문했는데, 대한민국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만 혼자서 심장병 앓는 아이를 만나 오드리 헵번 코스프레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캄보디아를 위한 것이 아니라 김 여사 자신의 이미지를 세탁하기 위한 행보"라고 꼬집었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12일(현지시간) 김 여사가 캄보디아 순방 중 프놈펜에서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A 군(14)의 집을 찾은 사진을 공개했다.
김 여사는 당초 이날 캄보디아 측에서 마련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 배우자들과 앙코르와트 사원에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뇌수술을 받은 A 군이 김 여사가 전날 방문한 헤브론의료원에 오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일정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A 군은 지난 2018년 헤브론의료원에서 심장 수술을 받았다.
헤브론의료원은 지난 2007년 김우정 원장(69)이 캄보디아에서 저소득 환자를 위해 세운 무료진료소였다. 현재는 매년 6만 여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