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MBC, '전용기 탑승' 불가"…뿔난 언론단체 "유례없는 언론탄압"
입력: 2022.11.10 11:10 / 수정: 2022.11.10 11:10

尹대통령 "'국익' 때문에 순방에 세금 사용…취재 편의 제공도 그런 차원"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이 해외순방에 MBC는 대통령전용기 탑승 불가를 통보한 것에 대해 대통령이 많은 국민들의 세금을 써가며 해외순방을 하는 것은 그것에 중요한 국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며 기자 여러분께도 외교·안보 이슈에 관해서 취재 편의를 제공해 온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받아들여 주시면 되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이 '해외순방에 MBC는 대통령전용기 탑승 불가'를 통보한 것에 대해 "대통령이 많은 국민들의 세금을 써가며 해외순방을 하는 것은 그것에 중요한 국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며 "기자 여러분께도 외교·안보 이슈에 관해서 취재 편의를 제공해 온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받아들여 주시면 되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캄보디아 프놈펜·인도네시아 발리 4박 6일 순방을 이틀 앞두고 대통령실이 "MBC 기자들은 '대통령전용기' 탑승 불가"를 통보한 것과 관련해 주요 언론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9일 밤 대통령실은 MBC의 대통령실 출입기자에게 "이번 순방에 MBC 기자들의 대통령전용기 탑승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대통령전용기 탑승은 외교·안보 이슈와 관련해 취재 편의를 제공해 오던 것으로,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 편파 보도가 반복되어 온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대통령실은 이어 "MBC는 자막 조작, 우방국과의 갈등 조장 시도, 대역임을 고지하지 않은 왜곡, 편파 방송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어떠한 시정조치도 하지 않은 상태"라며 "이번 탑승 불허 조치는 이와 같은 왜곡·편파 방송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했다.

이는 지난 미국 순방에서 윤 대통령이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 행사장에서 한 "국회에서 이ㅇㅇ들이 승인 안 해주면 ㅇㅇㅇ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발언을 MBC가 먼저 앞에 부분은 '이XX'로, 뒤에 부분은 '바이든'으로 자막을 달아 보도한 것이 왜곡 보도라고 대통령실이 정정보도를 요청했으나, MBC 측이 거부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영상기자협회 등 4개 언론단체는 10일 긴급 공동성명을 통해 "대통령실이 권력 비판을 이유로 특정 언론사에 대해 취재 제한 및 전용기 탑승을 거부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언론 탄압이자 폭력이며, 헌법이 규정한 언론 자유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단체는 "대통령실의 이번 조치는 대통령의 해외순방 욕설 비속어 파문, 이태원에서 벌어진 비극적 참사에 대한 무책임한 대응 등 자신들의 무능과 실정이 만든 국정 난맥상의 책임을 언론에 돌리고 일부 극우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저열한 정치적 공격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통령전용기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며, 취재비용은 각 '언론사들이 자비로 부담'한다. 대통령이라는 공적 인물의 공적 책무 이행에 대한 언론의 취재와 감시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며 "마치 대통령전용기 탑승이 개인 윤석열의 사유재산 이용에 시혜를 베푸는 것으로 착각하는 대통령실의 시대착오적 인식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언론단체는 또 "언론 자유에 대한 몰지각한 인식 수준을 드러낸 윤석열 정부의 폭거는 비판 언론을 '가짜뉴스'로 매도하며 CNN 기자의 백악관 출입증까지 박탈했던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복사판"이라며 "당시 미국 언론계는 진보·보수를 가릴 것 없이 트럼프의 언론 탄압에 강력한 공동 대응에 나선 바 있다. 이번 사안은 진영을 뛰어넘어 언론 자유 보장이라는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론단체는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은 물론 사용자 단체를 포함한 언론계 전체의 공동대응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오늘 MBC를 겨눈 윤석열 정부의 폭력을 용인한다면 내일 그 칼끝은 언론계 전체를 겨눌 것이며, 피 흘려 쌓아온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의 기틀을 무너뜨릴 것이다. 우리는 윤석열 정부가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번 사태를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을 규정하고 윤석열 정부와의 전면전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을 이틀 앞두고 편파·왜곡 보도를 이유로 MBC의 대통령전용기 탑승 불가를 통보한 것에 대해 언론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전경. /뉴시스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을 이틀 앞두고 편파·왜곡 보도를 이유로 MBC의 '대통령전용기 탑승 불가'를 통보한 것에 대해 언론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전경. /뉴시스

MBC 측은 "특정 언론사의 대통령전용기 탑승 거부는 군사독재 시대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전대미문의 일"이라며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에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대통령실 입장은 공공재산을 사유재산처럼 인식하는 등 공적 영역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아울러 MBC는 "대한민국이 합의하고 구축해온 민주주의 질서를 무시하면서까지 대통령전용기 탑승 거부라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비판 언론에 대한 보복이자 새로운 형태의 언론탄압이라고 여겨지기에 충분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1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이 많은 국민들의 세금을 써가며 해외순방을 하는 것은 그것에 중요한 국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며 "기자 여러분께도 외교·안보 이슈에 관해서 취재 편의를 제공해 온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받아들여 주시면 되겠다"고 말했다.

이는 '국익'이 걸린 순방에 대통령실이 왜곡·편파 보도를 한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한 언론사는 취재 편의 제공을 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은 MBC의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게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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