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尹 대통령 아끼는 후배 이상민 장관을 어쩌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이후 매일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과 정부 대응이 일을 키웠다는 비판 등에 대한 대국민 사과는 여전히 하지 않고 있다. 4일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조계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영가 추모 위령법회에서 묵념하는 모습. /뉴시스 |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핼러윈 데이 이틀 전이었던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거리에서 시민 156명이 압사로 희생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발생한 최대 규모 참사다. 경찰의 대응은 도마에 올랐고, 국민은 '국가는 없었다'고 분노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이후 매일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를 추모했지만, 국무위원들의 잇딴 실언으로 국민의 분노만 더 키우는 상황에 직면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이상민 행정안부 장관의 실언을 비판하며 사퇴에 무게를 실었다.
정부의 이런 태도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애도에 집중하던 태도를 바꿔, 책임자 처벌 등 정부를 압박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한 모양새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국민애도기간 지역민들과 음주를 하는가하면,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사실과 다른 SNS를 올려 이재명 지도부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도착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대화하는 모습. /뉴시스 |
◆尹, '이태원 참사' 수습 집중 속 측근들은 부적절한 발언 논란
-지난 주말 서울 한복판에서 '압사'로 156명이 숨지고, 187명이 부상을 당하는 안타까운 참사가 발생했어. 윤 대통령은 매일 희생자를 찾아 조문하고, 수습에 주력했는데, 정부 고위 인사들이 부적절한 발언을 해 논란을 자초했지?
-맞아. 윤 대통령은 참사 발생 다음 날(10월 30일) 취임 후 첫 대국민 담화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과 참사가 발생했다"며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본 건 사고 수습과 후속 조치에 두겠다"고 발표했어. 그런데 안전관리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의 이상민 장관은 참사 발생 다음 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긴급회의에서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던 건 아니다", "통상과 달리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래 배치함으로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어. 참사 원인 규명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사실상 '정부 책임론'을 회피한 거야.
-이 장관은 다음 날(31일)에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날 발언의 의미를 묻는 말에 "(인력 배치로 사고 대응이) 불가능했다는 것이 아니고, 과연 그것이 원인이었겠는지에 대해 의문이 있다는 것"이라며 "역대 5~6년간 핼러윈 때 운집했던 규모에 대비해 동원됐던 경찰(인력)이 특이 사항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어. 이에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 논란이 이어지자 이 장관은 행안부 기자단 문자 공지를 통해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국민께서 염려하실 수도 있는 발언을 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당장은 사고 수습에 전념하겠다"고 이른바 '문자 사과'를 했어.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가 나온 것은 참사 발생 사흘 만인 1일이었어. 당일 오후 경찰이 참사 발생 4시간여 전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는 112 신고를 받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 이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보고에 출석해 "국가는 국민의 안전에 대해 무한 책임이 있음에도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어. 이에 앞서 책임이 있는 윤희근 경찰청장,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도 사과했지.
4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한 유족이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근조화환을 내동댕이친 뒤 대통령과 행정안전부 장관 사죄를 요구하다 경찰에 의해 제지되고 있다. /뉴시스 |
-대통령의 사과는 없었네?
-안 그래도. 이 장관 등이 사과한 날 취재진이 대통령실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 '대통령의 직접 사과에 대한 요구도 상당히 높은 상황인데, 대통령 사과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는가'라고 물었어.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러 책임에 대해서 진상 확인 결과가 나올 테고, 거기에 따라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사고 원인을 규명한 다음에…"라고 경찰 수사 결과를 보고 대국민 사과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어.
-이 질문은 다음 날(2일)에도 또 나왔어. 윤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국가의 가장 큰 역할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기 때문이지. 이에 앞서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진 대통령으로서 말할 수 없는 슬픔과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 특히 어제저녁에는 이번 사고로 돌아가신 분의 빈소를 찾아서 '국가가 제대로 지켜드리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죄송하다'고 말했다"며 "대통령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서 누구보다 가슴 아파하고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어. 희생자 유가족을 조문하는 자리에서 사과를 하기는 했지만, 대국민 사과는 4일까지 없었어. 희생자 유가족을 조문하는 자리에서 사과하고, 4일 오후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사 대웅전에서 개최된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는 위령법회에 참석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지만, 이날까지 대국민 사과는 없었어.
-부적절한 발언에, 경찰의 부실 대응까지 드러나면서 이 장관 책임론이 정치권에서 커지는 분위기인데 대통령실 입장은 어때?
-일단 대통령실은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책임 추궁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야. 이 가운데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 중 이 장관만 대동해서 2~3일 합동분향소 조문을 다녀와서 이 장관 책임론에 선을 긋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어.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행안부는 재난 안전사고의 재난 안전사고의 주무 부처다. 그 이상의 그 이하의 의미도 없다"고 일축하더라고. 관련해 한 매체는 "윤 대통령이 출근 전 합동분향소 조문 시 이 장관의 동행을 강력하게 지시했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대통령실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재난 안전 주무 부처 장관 정도만 참석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 게 전부"라고 설명하기도 했어. 이 사안이 논란이 된 탓일까. 4일엔 처음으로 이 장관이 윤 대통령의 조문 일정에 동행하지 않았어.
-한덕수 국무총리도 부적절한 발언 논란이 있었지?
-한 총리는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관련 외신기자 브리핑'에서 답변 중 농담을 하고 웃음까지 지어서 논란을 자초했어. 당시 그는 '정부가 이 상황을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묘사한 지금 같은 시기에 한국 정부의 책임의 시작과 끝은 어디라고 보는가'라는 외신기자 질문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정부의 무한책임"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예방하는 것이 정부 책임의 첫 번째"라고 답했어. 이때 통역 기기 오류가 발생했는데, 한 총리는 "이렇게 잘 안 들리는 것에 책임져야 할 사람의 첫 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무엇이냐"고 농담처럼 말한 뒤 웃음을 지었어. 또한 그는 '만약에 주최자가 있는 10만 명 정도 모이는 행사였다면 어느 정도 경찰력을 투입하는가'라는 질문에 경찰청 관계자가 답하는 과정에 끼어들어 "뉴욕양키스와 보스톤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가 있다면 굉장히 많은 경찰 인력을 투입해야겠죠. 아닌가요? 맞지요"라고 말했어. 156명이 숨진 참사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 자리에서 진지한 질문에 잇달아 농담성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비판이 쏟아졌어. 논란이 커지자 한 총리는 "경위와 무관하게 국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어.
-윤 대통령은 이번 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아예 하지 않았고, 이번 참사와 관련한 메시지는 부대변인 등을 통해 정제된 언어만 언론에 전달됐어. 전 국민이 함께 슬퍼하고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해야 할 국가애도기간에 불필요한 대통령의 메시지를 최소화하려는 결단으로 보여. 일어나서는 안 될 참사에 대통령도 말을 아끼는데, 재난 안전관리 주무 부처 장관과 총리가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한 것은 정말 이해하기 어려워. 국가애도기간이 끝나는 다음 주 야권은 참사 책임 소재에 대해 국회에서 따지겠다는 입장인데, 부적절한 발언 논란도 다시 소환될 것으로 보여.
정진석(가운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정 위원장은 이날 이태원 참사 당일 경찰의 늑장 대응에 대해 "몹시 당혹스럽고 유감스럽다"고 했다. /남윤호 기자 |
◆국민의힘, 112 신고 녹취록 공개·이상민 장관에 '당혹'
-'이태원 참사' 당일 경찰이 늑장 대응했던 사실이 확인되면서 공분을 샀어. 이태원 참사 당일 112에 모두 11차례 급박한 구조신호가 있었음에도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부실 대응이라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어.
-맞아. 국민의힘은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어.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몹시 당혹스럽고 유감스럽다. 국민께도 너무도 죄송한 마음"이라며 사과했어. 그전까지는 '사고 수습과 추모가 최우선'이라는 이유를 들며 여러 책임론에 신중한 반응을 보였던 기류가 달라졌지. 정 위원장은 또 "충분한 현장 조치가 왜 취해지지 않았는지, 그 원인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면서 "온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어. 경찰을 문책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혔지.
-주호영 원내대표도 "지금은 애도 기간이고 사건 수습과 유족들 보호 위로가 급선무"라면서도 "그 기간이 지나면 철저한 원인 규명과 그에 상응하는 책임 추궁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어. 이어 "어제(1일) 112, 119 신고 녹취록을 듣고 많은 국민이 충격을 받고 분노하고 있다"면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1일 국회에서 '이태원 압사 참사' 현안보고를 위해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련 발언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남윤호 기자 |
-방어가 급한 여당 처지에선 참 곤혹스러웠겠어.
-그렇다고 봐. 정부 책임론이 제기되니까 여당 처지에선 필연적으로 여론 악화를 우려했을 것으로 보여. 실제 당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어. 한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취재진과 통화에서 "심각한 사안에 대해 면피성 발언을 한다는 인상을 줬다"고 지적했어. 당권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은 심지어 이 장관을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어.
-여당 입장에서는 이 장관의 발언으로 여론이 좋지 않다는 것을 모를 수 없어. 그렇다고 당장 사퇴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오지 않고 있지. 여당이 왜 이 장관 거취에 대해 말을 아낄까 생각해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윤 대통령과 이 장관의 관계 때문이지.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서울대 후배로, 윤 당선자가 마음이 답답할 때면 찾는 가장 아끼는 후배라는 게 정치권에 잘 알려진 사실이야. 이 장관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경제사회위원장, 후보 비서실 정무위원 등을 맡으며 당선인을 곁에서 보좌했을 정도로 윤 대통령과 각별해. 이런 관계를 잘 알고 있는 여당에서 이 장관 사퇴를 요구하기는 쉽지 않을 수밖에. 오히려 여당은 이 장관을 향한 여론이 더 악화하기를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해.
-여당은 '가짜뉴스' 차단에도 공을 들였다지?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대통령 행방불명', '과거 같은 행사에서 경찰 800명 이상 배치했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아 사고가 벌어졌다'는 가짜뉴스가 퍼졌었나 봐. 국민의힘은 가짜뉴스와 뜬소문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어.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1일 논평에서 "가짜뉴스에 기반한 정쟁화 시도는 불필요한 사회 혼란을 낳고, 나아가 사고 수습을 어렵게 만들며, 피해자의 고통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말했어. 지난달 30일부터 사흘 연속 각종 유언비어와 가짜뉴스가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논평을 냈어.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이 과제로 남았어. 앞으로 정부와 정치권이 어떤 '무한 책임'을 보일지 주목해야 할 것 같아. 무엇보다 희생자와 유족, 부상자들을 향한 조롱과 비난을 멈췄으면 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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