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희생자 26명…외국이 본 '이태원 참사'는?
입력: 2022.11.02 00:00 / 수정: 2022.11.02 00:00

이란 '정부 관리 부실' 지적…외교 파장은 없을 듯

이태원 참사 희생자 중에는 외국인이 26명 있다. 정부 당국은 한국 국민에 준하는 수준으로 장례 절차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의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뉴시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중에는 외국인이 26명 있다. 정부 당국은 한국 국민에 준하는 수준으로 장례 절차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의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뉴시스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150여 명이 목숨을 잃은 '이태원 압사 참사'로 외국인 희생자도 26명 발생했다. 이란 등에선 우리 정부의 대응 부실 문제를 지적했지만, 외교에 미칠 파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사회에선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어 외교 당국의 세심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외국인 26명이 목숨을 잃었다. 출신 국가는 △이란 5명 △중국·러시아 각 4명 △미국·일본 각 2명 △프랑스·호주·노르웨이·오스트리아·베트남·태국·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스리랑카 각 1명이다. 외국인 희생자 중에는 브래드 웬스트럽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의 조카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는 외국인 사상자도 한국 국민에 준해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인 사망자에 대해선 담당 직원을 일대일로 전담 배정해 유가족의 신속한 입국과 장례절차를 지원하고 있다. 국제사회도 이번 참사에 조의를 표하며 애도에 동참하고 있다. 외교당국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을 포함해 현재까지 116개 국가의 수장이 조의를 표했다.

그러나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이란은 한국 정부의 대응 부실을 지적하고 나서 주목된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 외교부 나세르 칸아니 대변인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가 관리 방법을 알았다면, (핼러윈) 행사 관리를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각국이 한국 정부의 빠른 사고 수습을 기원하는 가운데, 한국이 적절한 사전 대응을 하지 못해 자국민이 다수 희생됐다고 에둘러 비판한 셈이다.

외교 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개인 견해'라고 일축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정부가 이란 측과 접촉해서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그 발표가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개인적 언급이 기사화된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고 밝혔다.

국가적 참사에 대한 이란의 이례적인 비판 배경에는 '히잡 시위'에 대한 한국 정부 우려 표명에 대한 항의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28일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이란 내 여성 인권 상황 및 강경한 시위 진압이 장기화하고 있는데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관련 국제사회의 대응에 동참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칸아니 대변인은 해당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는 최근 이란의 동결 자산과 내부 정세를 다룰 때 비건설적이고 무책임하게 행동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16일 테헤란에서 22세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며 잡혀가 사망한 일이 발생하면서 반정부 시위가 번졌고,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가 우려를 전하고 있다.

외신은 물론 이태원 참사에 참여했던 이들은 한국 정부의 대응을 지적하고 있다. 호주 국적 희생자의 친구라고 밝힌 네이선 타베르니티는 참사 현장 이야기를 전했다. /틱톡 갈무리
외신은 물론 이태원 참사에 참여했던 이들은 한국 정부의 대응을 지적하고 있다. 호주 국적 희생자의 친구라고 밝힌 네이선 타베르니티는 참사 현장 이야기를 전했다. /틱톡 갈무리

'이태원 참사'로 외교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란과의 관계는) 더 나빠질 건 없다. 어차피 나빠질 대로 나빠져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비극적인 사건이 났고 정부에서 외국인도 국내 수준으로 똑같이 대우한다고 했으니 그렇게 최선의 성의를 다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국격이 차이날 수 있다. (이란 측 주장을)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일 것도 없지만, 위기 관리를 세밀하게 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사회에서 이번 참사 원인으로 한국 정부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점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 CNN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몇몇 목격자와 생존자들은 상황이 악화하기 전까지 이 지역에서 경찰을 거의 또는 전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하며 한국 정부의 군중 통제가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태원 참사가 분명히 막을 수 있었던(Absolutely Avoidable) 비극이었다고 보도했다. NYT는 불과 몇 주 전 이태원에서 정부가 후원하는 음식 축제가 열렸을 때와 달리 참사가 발생한 당일은 차량 통제 금지나 보행자를 안내하는 폴리스라인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사고는 절대적으로 피할 수 있었다"고 진단한 군중 역학 전문가인 밀라다 하가니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박사와의 서면 인터뷰도 전했다.

온라인상에서도 당국의 사전 조처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호주 국적 희생자 그레이스 래치드의 친구라고 밝힌 네이선 타베르니티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고예방과 경찰력, 응급 서비스가 부족해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이 충분하지 않아 군중을 멈추게 할 사람이 없었다. 우리는 '뒤로 물러나세요. 사람들이 죽어가요'라고 소리쳤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비즈니스 기고가 하네다 마요(羽田 真代) 씨는 1일 일본의 온라인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에서 "사고 발생 직후 한국 경찰은 지금 당장 귀가하라고 사람들에게 안내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방송하면 혼란만 불러올 뿐이다. 일본 경찰이었다면 사람들이 몰리지 않도록 차례대로 귀가 시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세세한 점이 일본과 한국에서는 확연히 다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일본은 재해 대국이다. 온갖 사태에 대비해 매뉴얼화돼 있다. 반면 한국은 그렇지 않다"면서 "이태원 사고의 요인 중 하나로 길의 경사가 꼽히지만, 한국의 도로는 원래 경사가 심해 몸의 균형을 맞추기 힘든 곳이 적지 않다. 그동안 정부는 도로 개선에 나서지 않았고 이태원 사고를 겪었다고 당장 대책을 세우지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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