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정국서 당리당략 따른 정쟁…국회 책무 다해야
국회가 소모적인 정쟁으로 얼룩지고 있다. 사진은 정진석(오른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조계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제37대 총무원장 진우 스님 취임 법회에 참석한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국회가 여야의 정쟁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곳곳에서 파행됐던 국정감사가 마무리되고 본격적으로 예산정국에 돌입했음에도 여야의 타협 의지도 없어 보인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관심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정치권은 오로지 당리당략에 따른 권력 다툼과 진영 결집에 당력을 허비하고 있다. 경제와 안보 위기가 눈앞에 와 있는데도 그저 상대를 물고 뜯기에 바쁘다. 아무리 현실 정치로 이해하려 해도 한심할 따름이다.
여야가 티격태격하는 주제는 차고 넘친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 △야권이 제기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 △서해 공무원 피격과 탈북 어민 북송 사건 △채권시장에 충격파를 일으킨 강원의 레고랜드 사태 △감사원의 표적 수사 여부 등을 두고 정치 공방이 치열하다. 북한의 무력 도발에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안보 문제를 두고 친북·친일 색깔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특히 민주당 이 대표와 김의겸 의원을 맹비난하고 있다. 최근 논평 중 이들과 관련한 것이 대다수다. 공세 수위도 높다.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28일 논평에서 "민주당은 한 장관이 청담동 술집에 가지 않았다는 증거를 대고 입증하라며 적반하장으로 나오고 있다"며 "'선동은 한 문장으로 끝나지만, 이를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증거와 문서가 필요하다'는 나치 선전장관 괴벨스의 가짜뉴스 유포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는 모습. 이날 민주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불참했다. 여야의 극한 대립이 여실히 드러난 장면이다. /이새롬 기자 |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을 집중적으로 때리고 있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윤 대통령이 전날 생중계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디지털 수학' '디지털 알고리즘' 등 뜻을 알 수 없는 새로운 조어를 남발했다면서 "초보 대통령의 경제 무능이 이렇게 무섭다"고 힐난했다. 지난 25일 사상 최초로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불참한 데 이어 26일에는 국회 본관 앞에서 '민생파탄·검찰독재 규탄대회'를 열었다.
실체적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여당과 사정당국의 마구잡이 칼춤을 주장하는 야당의 주장이 강하게 충돌하는 것을 언제까지 봐야 하는 걸까. 윤 대통령이 국회 모욕에 대해 사과하라는 야권의 요구를 거부한 일과 지난 19일 원외당협위원장 모임에서 "종북 주사파는 반국가세력, 협치 대상이 아니"라고 언급한 점도 정국을 더욱 얼어붙게 만든 요인이라는 지적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대통령과 여야가 국민적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고 있다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소수당의 비판이 참 반갑다. "정치가 가상의 공포를 앞세운 사이, 복지체계의 공백, 직장 내 성폭력, 산업재해와 같은 우리 삶에 현존하는 위협은 무시되고 있다. 적대적 정치는 정치의 힘을 가장 필요로 하는 힘 없는 약자들에게서 공공정책이 자신의 삶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기대를 빼앗고 있다. 적대적 정치는 사회의 평화를 부수고 시민들이 서로를 향해 고함치고 화내도록 만들고 있다. 정치의 정상화, 정치의 부활이 절실하다. (27일 이은주 전 정의당 비대위원장 비교섭단체 대표연설 중)
무한 정쟁은 비생산적이다. 지금은 소모적인 정쟁을 삼갈 때다. 고물가와 고금리 등 여파로 국민은 신음하고 있다. 세금만 축낸다며 정부와 국회를 싸잡아 욕하고 있다. 전 세계적 경제 불황이 예상되는 만큼, 국가의 미래와 민생을 위한 대비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것을 정치권은 잘 알고 있다. 알면서도 실행하지 않는 것은 직무 유기다. "나라 꼴이 이게 뭐냐"는 시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적어도 국민에게 희망을 못 줄망정 빼앗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닌가. 잘합시다.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