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경제활성화 '청사진' 제시
민주당 "이름만 비상경제민생회의"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27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가 처음으로 생중계됐다. 야당은 "정치 쇼"라는 혹평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주요 경제 관련 부처 장관들이 27일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경제활성화 전략'을 논의하는 모습이 80분간 생중계됐다. 윤 대통령이 민생 현장을 찾아 국민이 겪는 어려움을 듣고 민생·경제 현안을 직접 챙기기 위해 지난 7월 8일부터 매주 개최(해외순방 등 특별한 일정 시 순연)하는 이 회의 전체 내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복합위기 속 우리 경제의 새로운 기회 요인을 찾기 위해 회의에 참석한 주요 관계부처 장관들은 저마다 준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다만 광범위한 분야를 제한된 시간에 다루려고 하다 보니 구체적인 방안 제시에는 다소 미흡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용산 대통령실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관계부처 장·차관 13명과 대통령비서실 소속 고위 참모 11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회의는 '경제활성화 추진전략 및 점검회의'를 주제로 △주력산업 △해외건설·인프라 △중기·벤처 △관광·콘텐츠 △디지털·바이오·우주 등 5개 분야로 나눠 진행됐다. 담당 부처 장관이 발제한 내용을 토대로 윤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관련한 의견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회의가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전 세계적인 고금리 상황에 따라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그리고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가고 있다"고 현 경제 상황을 진단한 뒤 "제일 먼저 물가 관리를 통해서 실질임금의 하락을 방지하고, 서민 생활의 안정을 꾀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경제 정책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또한 △공정한 룰에 따른 시장의 자율적 작동을 위한 정부의 시스템 관리 △기업·민간 중심의 경제 성장과 경제 시스템 가동 △고금리에 따른 부실 예방을 위한 여러 금융 지원책과 시장 안정화 대책 등 그간의 윤석열 정부 경제 정책을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27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추 부총리는 최근 경제 상황과 추진 방향에 대해 "최근 국내외 경제는 전 세계적인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인해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고, 경기 둔화 우려도 커지는 복합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국제기구들의 세계 성장 교역 하락세 전망에서 보듯이 상당 기간 이러한 어려움이 지속되고, 특히 금년보다도 내년이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기 위해 과거 위기 돌파의 원천이었던 '수출 동력'을 적극 발굴하고 총력 지원해 나가겠다"며 "특히 오늘은 전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반도체, 이차전지, 조선 등 선도 주력 사업의 글로벌 초격차 유지, 그리고 최근 수출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원전 방위산업, 그리고 건설, 인프라 등 해외 수주산업, 한류 열풍으로 각광받고 있는 관광, 콘텐츠산업, 신기술에 기반한 인공지능(AI), 디지털, 바이오 등 신성장 수출 동력 육성방안 등에 대해 집중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후 각 부처 장관들은 △반도체 경쟁력 확보에 1조 원 투자 △첨단전략산업 국가 주도 산업단지 조성 △해외수주 연 500억 불 달성, 세계 4대 건설강국 진입을 위한 구상 △부동산 관련 금융 규제 대폭 완화 △5년간 초격차 스타트업 1000개 육성 △30인 미만 기업 추가 연장근로 기간 2년 연장 △내년 외국인 근로자 11만 명으로 확대 △스마트팜 청년창업농 3000명 육성 △관광기업 육성펀드 5000억 결성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장·차관들의 발언을 경청한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우리 정부의 기본적인 경제 정책 방향은 공정한 시장 질서 하에서 기업이 창의와 자율로 경영활동을 해 나갈 수 있도록 시스템 관리를 한다는 것"이라며 "민간 부분이 더 잘 뛸 수 있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좋은 유니폼과 운동화를 공급하는 것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이날 회의와 관련해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아무리 어려움이 있어도 국민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정부 각 부처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뜻에 따라 이뤄졌다"며 "금융시장 변동성과 실물경제 불확실성이 높은 우리 경제의 리스크 대응은 전문가 그룹을 중심으로 긴밀하게 이뤄내고 있고, 민간이 위축되지 않고 기업이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경제활성화 비전을 있는 그대로 제시해야 할 때가 됐다는 윤 대통령의 평소 소신에 따라 그동안 진행해온 회의 방식 그대로 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국민께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야당의 평가는 싸늘했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경제위기를 비웃듯 자화자찬으로 시간을 허비한 대통령의 '국민 우롱 정치쇼'에 경악한다"며 "경제위기 상황에도 한가하기만 한 3무 정부의 민낯을 확인시켜줬다"고 혹평했다.
안 수석대변인은 "이름만 '비상경제민생회의'였다. 비상과 민생은 없고, 자화자찬으로 점철된 80분간의 정치 쇼였다"며 "당장 발등의 불이 된 김진태발 금융위기 사태에 대해서도 대통령과 장관들은 단 한마디의 언급이 없었다. 지금까지 열린 11차례의 비상경제민생회의가 모두 이런 식으로 진행되었으니 경제와 민생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라고 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경제와 민생에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무대책인 3무 정부가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는데, 국민이 참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윤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추 부총리 등 무능한 경제 라인을 모두 교체하고, 야당 탄압과 정치 탄압 대신 경제와 민생 살리기에 총력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sense83@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