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진정성 불신' 해소·내부 결집 겨냥한 듯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주 내 '대장동 특검'법을 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윤석열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 본청으로 들어서는 순간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이재명 대표를 필두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연일 '대장동 특검' 수용을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관련 의혹은 제외해도 좋다고 한발 물러서기까지 했다. 여당의 강한 반발로 추진 가능성이 희박한 가운데, 야당의 노림수는 이 대표의 '특검 진정성'을 부각과 함께 내부 결집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제안한 '대장동 특검' 법안을 이번 주 발의 계획으로 알려졌다. 특검 추천 방식으로는 '상설 특검'이 아닌 '일반특검'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반특검은 대한변호사협회가 특검 후보군 4명을 추천하면 여야가 2명으로 압축하고, 대통령이 최종 1명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반면 상설특검은 국회가 추천한 4인을 비롯해 법무부 차관과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등 7명 가운데 2명을 압축하고 대통령이 1인을 고르는 방식으로, 상대적으로 정부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앞서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말기인 지난 3월 대선 국면에선 '상설특검'을 주장해왔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 의혹을 특검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힌 데는 '진정성'을 부각해 불신을 해소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2023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 전 대화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왼쪽)와 박홍근 원내대표. /남윤호 기자 |
'대장동 특검' 카드는 검찰이 이 대표 측근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지난 대선 이후 7개월 만에 다시 떠올랐다. 최근 두 차례에 걸친 검찰의 중앙당사 압수수색 시도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이 대표 측근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성남 FC후원금 의혹' 등으로 각각 구속과 출국금지된 상태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를 향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사법 리스크에 줄곧 침묵을 지켜온 이 대표는 지난 21일 '화천대유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모든 의혹을 진상규명 대상에 포함하는 특검(특별검사제)을 제안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검 중수2과장 시절 부산저축은행 부정수사의혹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누나의 대통령 부친 자택 구입 경위 등을 특검 대상에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이재명 방탄용'이라며 단칼에 거부하자 이 대표는 지난 24일 재차 특검 수용을 촉구했다. 그는 "대통령의 저축은행 비리 수사 봐주기 부분이 부담스러우면 (수사 대상에서) 빼도 좋다. 부담스러운 부분 빼고라도 특검을 하자"고 전격 제안했다. 민주당 단독으로라도 특검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힌 것이다. '친명' 박찬대 최고위원도 여당을 향해 "혹시 쫄리는(쪼들리는) 부분 있으면 빼달라고 요청하라"고 거들었다.
사흘 만에 입장을 선회한 배경으로 민주당은 '민생 위기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정쟁을 멈추자'는 점을 꼽는다. 이 대표와 측근을 둘러싼 수사는 '야당 탄압'일 뿐이며, 윤석열 정부가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쟁으로 몰아가고 있기에 특검으로 조속히 진상을 규명하자는 주장이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5일 서면 브리핑에서 "연일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유동규, 남욱의 확인할 수 없는 주장들이 조작이고 이들의 뒤에 검찰과의 검은 거래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더 늦기 전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사건의 실체를 밝힐 수 있도록 특검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여당 반발로 특검 실현 가능성이 낮고, 특검법이 통과되더라도 구성까지 일정 기간 시간이 소요돼 '조속한 진상규명' 주장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이 특검법을 발의하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어야 하지만 국민의힘 소속인 김도읍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어 법안 상정이 쉽지 않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방안도 있지만 이를 위해선 법사위원 18명 가운데 11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민주당 법사위원이 10명이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법안 상정의 열쇠를 쥐고 있다. 다만 조 의원은 특검 추진에 유보적이다. 그는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시점에서 특별검사라는 제도가 가장 효율적인가"라며 "특검이라는 것은 날카롭고 강력하고 그래서 또 부작용도 적지 않은 제도이다. 이 시점에 특검을 추진하는 것이 가장 옳은 방법인가를 놓고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에서) 아직 전화 한 통 안 주시더라"고도 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 특검'과 '김건희 여사 특검'도 별개로 봐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지난 9월 7일 민주당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와 의원들이 국회 의안과에 '김건희 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
민주당의 특검 카드는 결국 여론전 일환이라는 해석이 많다. 대장동 특검에서 윤 대통령 의혹을 제외하고, '김건희 여사 특검'도 분리해 이전과 차별성을 보이면 특검 제안 자체로 '결백'의 진정성을 부각할 수 있다. 진정성을 키울수록 이 대표가 수사망에 직접 오를 경우 '야당 탄압'으로 반격할 명분이 분명해진다는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특검을 하는 이유는 검찰 수사가 미진할 때, 검찰의 중립적 입장이 의심될 때 크게 두 가지"라며 "특검 주장을 통해 대장동 의혹 수사에 대한 검찰의 중립성 훼손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 혹시 이 대표 연루설이 나오더라도 야당 탄압,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전환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특검 대상에서 윤 대통령 의혹을 제외하겠다고 한발 물러선 데 대해 엄 소장은 "이 대표의 가장 큰 리스크는 불신이다. 그동안 특검을 주장했다가 흐지부지하고, 불리할 때 했다가 상황이 호전되면 거둬들이는 식이었다. 이번 특검도 윤 대통령 의혹을 포함해서 '특검 진정성이 있나'라는 반발 여론도 있고, 불신 문제가 부각되니 '특검에 진정성 있다'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봤다.
'사법 리스크' 우려가 지속되면서 리더십이 흔들리자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내에선 '소장파' 김해영 전 의원이 '이 대표 퇴진론'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를 두고 민주당 지도부는 "지금은 모두가 일치단결하고 함께 싸워서 이겨내야 될 때"라며 단일대오를 띄우고 있다. 이 대표도 이날 긴급 의원총회에서 "정부와 여당이 이런 방식으로 야당을 말살하고 폭력적 지배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면 이제 우리는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의원들에게 당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그것(특검) 말고는 뚜렷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이 대표는 절체절명의 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내부 결속이 굉장히 중요하다. (특검을 제안하면) 뭐라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겠지만, 그걸로 단결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