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장동 특검' 단독 처리 시사...'리스크 해소' 실효성 의문
지난 3월 대선 당시 벽장 속에 잠들어 있던 '대장동 특검'이 다시 등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구속되면서 또 '사법리스크'가 가시화되는 것을 두고 정면 돌파를 선언하면서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지난 3월 대선 후 벽장 속에 잠들어 있던 '대장동 특검'이 다시 등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측근에 대한 검찰 수사로 '사법리스크'가 가시화하자 정면 돌파를 선언하면서다.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 해소 전면에 나섰지만, 일각에선 특검을 포함해 당이 대처할 방안도 딱히 없다는 회의적 반응이 나온다.
당대표 취임 이후 줄곧 '정치보다 민생' 구호를 내걸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침묵해온 이 대표가 최측근을 향한 검찰 칼날에 입을 열었다.
이 대표는 2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른바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과 관련해 정부와 여당에 '특별검사제'(특검) 도입을 요청했다. 대선 전부터 따라다닌 의혹을 정면 돌파함으로써 국면 전환하겠다는 시도로 분석된다. 또 다른 시각도 있다. 현재 민생이 어려운 만큼 특검 운을 띄워 정부와 여당에 공을 넘기고, 이 대표 자신은 '민생'에 집중하는 태도를 보이는 게 더 이득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문을 발표한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진행하며 본인의 의혹에 적극 해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새롬 기자 |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특검 제안이 지난 3월 당시 김건희 여사와의 '쌍끌이 특검'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 대표는 특검 요청 당시 △부산저축은행 의혹 △'화천대유' 소유주 김만배의 윤 대통령 부친 자택 구입 경위 등을 진상규명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장동 특검'의 이름을 땄지만, 사실상 대선 당시부터 윤 대통령에게 제기됐던 비리 의혹 부분도 같이 수사해야 한다는 의도가 숨어있다.
앞서 여야는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부터 '쌍특검'으로 논의를 해왔지만 해를 넘기며 무산됐다. 해를 넘겨 지난 9월 이 대표가 검찰에 기소될 당시에도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하며 '쌍특검'을 촉구했지만, 진척은 없었다. 여야가 특검을 두고 정쟁하는 상황만 반복한 만큼 '대장동 특검'을 통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해소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다만 이 대표 본인은 김 여사와의 '쌍특검' 주장과 관련한 취재진 질문에 "관련짓지 말아달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대장동 특검' 제안에 '불법자금 수수 물타기용'이라며 즉각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대통령실도 "이미 여당 원내대표가 답한 것으로 안다"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가 정부와 여당에 특검을 제안하며 정면돌파를 시도하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사법리스크'가 현실화 된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사진은 검찰이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시도했을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과 대치하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
당 지도부는 현 정부의 지지도가 낮은 '여론을 지렛대 삼아' 특검법이 통과할 수 있다고 보고 단독 처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특검 외에 다른 돌파구는 없다'는 판단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지금은 민심 추동력이 발휘되는 시점에 와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윤 대통령의 특검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도 "국민의 바람과 지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결국은 (중요한 건) '민심'"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대장동 특검'을 전면에 내세우며 정부·여당·검찰의 '정치보복'에 맞서겠다고 했지만, 내부에서는 여전히 '사법리스크' 불씨가 커질 것으로 보는 모양새다. 사법 기관 수사에 따른 당 차원 움직임도 특검 카드를 제외하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이 대표도 취임 이후 첫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의 질의응답을 받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특검 외 자신의 사법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는 답을 피했다.
이 대표는 질의응답에서 기자들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했는데 사실관계를 확인했는지, '사법리스크' 본격화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등을 묻자 "오늘은 특검 얘기만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고, '김 부원장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엔 어떻게 할 건가'를 묻는 질문에도 "가정적 질문에 대해서는 가정적으로 답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한 재선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쌍특검(이재명·김건희)은 옛날부터 의원들이 해왔던 얘기다. 의원들이 이전에 여러 번 얘기했을 때는 이 대표가 별다른 얘기도 반응도 없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그는 이 대표 수사 관련 향후 상황을 두고 "검찰 수사는 '사실관계'를 가지고 싸우는 거기 때문에 정치 대응만 갖고는 힘들다"라며 "당 자체적으로는 조사를 할 수 없고, 조사해봐야 뭐가 나오겠나"라며 회의적인 답변을 내놨다.
한 초선 의원도 "검찰이 자신들의 퍼포먼스를 위해 명백한 야당탄압으로 보여지는 행보를 하고 있다. 때문에 당이 이 대표를 지키는 것이고, 지금은 탄압이 너무도 확실한 상황"이라면서도 "만일 대표의 비리가 확실히 드러난다면 어떻게 당이 지킬 수 있겠는가. 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니 검찰이 명백한 증거를 들이댄다면 우리도 어떻게 마크를 하겠나. (다만) 지금은 검찰이 증거 없이 움직이기만 하는 거라고 보는 것"이라며 향후 당 차원의 대응이 변할 수 있음을 배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