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전술핵 재배치' 부각…정략적 노림수?
입력: 2022.10.14 00:00 / 수정: 2022.10.14 00:00

당내 '핵무장' 대북 강경론 나와…국면 전환용 비판도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대구시당에서 열린 현장 비대위원회의에서 최근 잇따르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그냥 탄도미사일이 아니고 전술핵 미사일 연습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대구시당에서 열린 현장 비대위원회의에서 "최근 잇따르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그냥 탄도미사일이 아니고 전술핵 미사일 연습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의힘 안에서 '전술핵 재비치' 주장이 나온다. 최근 북한이 핵 위협을 서슴지 않으면서 안보를 강화하는 하나의 전략으로 핵무장론을 꺼내 든 것이다. 야당은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발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국면 전환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3일 대구 수성구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경북 현장 비대위원회의에서 "최근 잇따르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그냥 탄도미사일이 아니고 전술핵 미사일 연습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엄중한 안보 현실을 감안해 당내에 TF(태스크포스) 구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북한은 핵과 미사일의 백화점이 됐다"며 "더 이상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 없는 상태다. 군사안보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다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NPT(핵확산방지조약)를 탈퇴할 순 없다"면서도 "한미 간 논의되는 미국의 확장억지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구체적이고 중심적인 현안으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한반도에 영구적 평화를 가져오는 것을 단 하나의 최종적 목표로 삼고 있고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른 수단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며 "북핵 억지력 확보와 평화 수호를 위한 '단호한 결단'을 절대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권 도전을 공식화한 김기현 의원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핵무기는 대칭성을 가진 핵무기로만 막을 수 있다"며 "'핵 깡패' 김정은이 핵으로 겁박하는데, 우리는 미사일로 싸우겠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자 희망 고문일 뿐"이라고 언급했다. 또 "이미 북한이 핵을 가진 이상 한반도 비핵화라는 원칙은 파기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여당 내에서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나오는 것은 북한이 최근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는 무력 시위를 지속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북한은 올해 들어 역대 최다 수준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했으며, 2017년 9월 6차 핵실험 이후 5년 만에 7차 핵실험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우리 안보 강화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북한은 올해 들어 역대 최다 수준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했으며, 2017년 9월 6차 핵실험 이후 5년 만에 7차 핵실험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더팩트 DB
북한은 올해 들어 역대 최다 수준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했으며, 2017년 9월 6차 핵실험 이후 5년 만에 7차 핵실험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더팩트 DB

실제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필요성도 제기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한국이 독자적 핵무장을 통해 '남북 핵 균형'을 실현하고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와 안정의 시대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결단력 있는 정치 지도자뿐만 아니라 그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2017년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인 목표에 매달림으로써 미국의 묵인하에 독자적 핵무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며 "이스라엘과 인도, 파키스탄도 달성한 (핵무장) 목표를 한국만 달성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패배 의식"이라고 덧붙였다.

남북은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했다. 만약 미국의 전술핵이 한반도에 배치된다면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파기된다. 핵전쟁 가능성도 커진다. 때문에 국민과 일부 안보 전문가들은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는다면 '공멸'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나아가 일본과 중국, 대만 등에서도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남한이 핵을 무장함으로써 북한의 핵 증가 및 핵실험을 억제할 수도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안보적 측면을 떠나, 국민의힘 일각에서 전술핵 배치론이 흘러나오는 것은 국면 전환을 노린 정략적 차원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핵무기를 거론하며 국면을 전환하려는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장강의 뒷물이 앞물길을 친 것처럼 앞에 이슈가 불리하면 새로운 이슈를 찍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최근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는 발언으로 식민사관 논란에 휩싸였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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