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위원 배석하라" vs "그런 전례 없다"...진실은?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 도마에 올랐다. 감사원은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야당은 위법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야당은 감사위원 전원의 출석을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여당은 전례가 없다며 막아섰다. /뉴시스 |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감사원은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사건을 감사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감사 절차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며 반박했죠. 이어 진상 파악 차원에서 감사위원 전원의 출석을 요구했습니다. 국민의힘은 그런 전례가 없다며 맞섰습니다. 날선 신경전 끝에 고성이 오갔고 한때 국감이 파행되기도 했습니다. 누구 말이 맞는 걸까요. 하나하나 따져봤습니다.
감사원은 지난 6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서해 사건은 2020년 9월 22일 해양 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남측 해역에 실종돼 이튿날 이북 해역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진 사건입니다. 감사원은 사건 발생 당시 보고 과정, 절차, 업무처리의 적법성 등을 정밀하게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통보하며 논란이 됐었죠.
11일 열린 감사원 국감에서 민주당은 곧바로 공세에 들어갔습니다. 민주당은 감사원이 서해 사건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감사원법을 어겼다고 지적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감사원법에 따르면 감사위원회라는 곳은 주요 감사계획을 의결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서해 사건 감사는 주요 감사계획임에도 불구하고 의결을 생략했다는 겁니다. 그 상황에서 각종 조사 권한까지 행사해 직권남용이라는 지적까지 나왔습니다.
√FACT체크1=감사원의 '서해 공무원 피사 사건' 감사위원회 의결 필요성
감사원법을 살펴보면 감사위원회는 모두 16가지의 사항에 대해 의결하게 돼 있습니다. '감사정책 및 주요 감사계획'을 비롯해 △결산 △변상 책임 △징계 및 문책 △시정 △개선 요구 △권고 △재심의 △결산 검사 보고 및 중요 감사 결과 △심사청구 결과 △의견 표시 △감사원 규칙 제정·개정·폐지 △감사원 예산 요구 및 결산 △감사 생략 △감사 사무 대행 △그 밖에 원장이 회의에 부친 사항 등입니다. 또 경미한 건에 대해선 원장이 직접 처리할 수 있다는 조항도 덧붙여 있습니다. 서해 사건은 민주당의 주장처럼 16가지 사항 가운데 주요 감사계획에 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종합해보면 민주당 주장은 '서해 사건이 주요 감사계획으로 감사위원회 의결 사항에 포함되지만, 이를 생략했으니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감사원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오히려 잘못 알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최재해 감사원장은 11일 감사원 국감에서 '주요 감사계획'이 △전체 연간 감사 계획 △하반기 감사 계획 수립 시 큰 틀의 감사 정책 △감사위원들이 심의, 조언, 가이드라인을 해주는 쪽 등으로 운영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서해 사건을 '주요 감사계획'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고, 감사위원회의 의결 역시 필요하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감사원은 서해 사건을 어떻게 감사하고 있다는 걸까요.
서해 사건은 '상시 공직감찰' 업무를 수행하는 감사원 특별조사국이 맡고 있다. 감사원은 올해 초 감사위원회가 의결한 '2022년 연간 감사 계획'에 상시 공직감찰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즉, 서해 사건은 감사위원회의 별도 의결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상시 공직감찰 성격을 언급하며 감사위원회 의결을 받지 못할 걸 우려려해 우회로를 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이새롬 기자 |
서해 사건은 감사원 특별조사국이 맡고 있습니다. 이곳의 주요 업무는 '상시 공직감찰'입니다. 감사원은 올해 초 감사위원회가 의결한 '2022년 연간 감사 계획'에 상시 공직감찰이 포함돼 있다고 했습니다. 즉, 서해 사건은 감사위원회의 별도 의결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감사원 설명에도 의문이 남습니다. 상시 공직감찰 대상은 일반 공무원 등으로 그 범위가 상당히 넓습니다. 서해 사건 감사는 전 정부를 겨냥하고 있다는 평가가 다분합니다. 감사원은 지난달 28일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사건과 관련해 서면 조사를 통보하기도 했죠. 사건 자체가 상시 공직감찰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일각에선 감사위원회 의결을 받지 못할 걸 우려해 상시 공직감찰이라는 우회로를 택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감사원 측 해명이 아쉽다는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다른 건 아니더라도 서해 사건이 상시 공직감찰에 포함될 수 있었던 이유만 설명했으면 될 일이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11일 감사원 국감에서 "개별감사에 대해 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는 건 감사원 규정과 역사 관행에 비춰 허위사실"이라고만 말했습니다.
√FACT체크2=감사위원 국정감사 전원 출석 여부
감사위원 전원 출석을 두고는 여야가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습니다. 야당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전체 위원들의 출석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여당은 감사위원을 국감장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채택한 전례가 없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여당의 주장은 사실과 조금 달랐습니다. 감사위원은 관례적으로 국감에 참석하지 않지만 사례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2019년 여상규 당시 법사위원장이 감사위원들에 대한 질의 기회를 부여했고, 2016년 권성동 당시 법사위원장은 법사위원들에게 '자기 질의 시간에 들어와서 꼭 특정 감사위원에게 질의할 필요가 있다'고 한 적이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2015년 김영호 감사위원도 감사원 국감에 출석했습니다. 당시 김 위원은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해 논란이 됐죠. 시간을 좀 더 돌려보면 2008년에도 그랬습니다. 박종구 감사위원은 감사원의 쌀 소득보전 직불금 감사 결과 은폐 의혹으로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