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1 전술핵폭탄 재배치보다 트라이던트가 더 효과 있다고?
입력: 2022.10.13 11:25 / 수정: 2022.10.13 11:25

미국 군사전문가들 전술핵 재배치 북한 직접 핵공격 위험에 노출 주장

투하실험을 위해 F-15 전투기에 탑재된 B61-12 전술핵폭탄. /샌디아연구소
투하실험을 위해 F-15 전투기에 탑재된 B61-12 전술핵폭탄. /샌디아연구소

[더팩트 ㅣ 박희준 기자]국내 일각에서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B61 전술핵폭탄을 유력한 후보로 꼽으면서도 전략핵잠수함에 탑재된 트라이던트 미사일이 더 효과가 있다며 전술핵폭탄의 한국 재배치를 반대한다.미국 전문가들은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전술핵 수량이 적은데다 북한의 직접 핵 공격에 노출될 위험때문에 한반도에 배치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술핵무기는 수십 kt(킬로톤, 다이나마이트 1000t) 안팎의 저위력 핵탄두를 순항미사일과 어뢰, 야포, 중력폭탄 등 단거리 투발 수단에 탑재해 운용하는 무기를 말한다.미국은 1991년 조지 H.W. 부시 대통령의 '전 세계 배치 전술핵무기 철수와 폐기 선언'에 따라 전술핵을 대거 폐기했고, 주한미군에 배치된 전술핵무기도 이때 철수했다.

미국의 공영매체 미국의 소리방송(VOA)은 12일(현지시각)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이 한국에 재배치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미국 전술핵무기로 공중 투하용 B61 전술핵폭탄을 꼽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미국핵안보청(NNSA)에 따르면, B61은 1968년 첫 실전배치됐으며 4가지 종류가 있다. 배치된 지 60년에 이르러 미군은 여러 핵개발기관과 함께 수명을 최소 20년 연장하고 안정성과 효과 등을 높이는 수명연장프로그램(B61-12 LEP)을 진행하고 있다.B61-12는 B61 핵무기를 개량한 것이 B61-12다

전술핵폭탄의 하나인 B61-12는 개량형 저위력 전술핵폭탄으로 미국이 핵무기 현대화 계획의 핵심 목표 중 하나로 삼고 양산을 추진 중인 무기다. B61-12 LEP의 설계와 엔지니어링은 로스알라모스국립연구소와 샌디아연구소가 맡고 있다.

길이는 약 12피트(약 3.6m), 무게는 약 825파운드(약 374kg)로 알려져 있다. B61-12는 최대 50kt의 폭발력을 낼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며, 지하 깊은 곳에 있는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게 고안돼 '핵 벙커버스터'라고 부른다. 2차 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폭발력이 약 15kt이다.저위력이라고 하나 폭발력은 실로 엄청나다.정확도도 높다. 자유 낙하 폭탄이긴 하지만 낙하산 대신 꼬리 날개를 부착해 목표를 향해 정확히 날아갈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GPS 등 내부 유도체계를 장착해 정밀폭격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VOA에 따르면,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는 12일(현지시각) "미국은 현재 200기의 전술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모두 B61 전술핵폭탄이며, 다른 전술핵무기들은 모두 폐기됐다"고 말했다.코브 전 차관보는 전술핵무기 200기 중 절반은 유럽에 배치돼 있으며 이 가운데 일부를 한국에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도 "미국이 한국 영토에 전술핵을 배치한다면 B-61 전술핵폭탄일 것"이라면서 "B-61 전술핵폭탄은 핵무기 투하용으로 개량이 가능한 F-16, F-35, F-15 전투기에 탑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보유한 전술핵폭탄과 전투기가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며 한국으로의 재배치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전술핵무기는 단지200기에 불과하고 그중 100기는 유럽에 배치돼 있고 나머지 100기가 미국에 있다는 것이다.

또 미국의 전술핵무기는 모두 '중력폭탄'이어서 전투기가 투하해야 하는데, 제한된 숫자의 전투기마저 유럽에 이미 전개한 상황이라고 베넷 연구원은 지적했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는 북한의 핵 공격의 기준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매우 높은 가치의 목표물이 고정된 장소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전략적인 장소에 배치해서 몇 분만에 효과를 낼 수도 있는데 굳이 위험에 노출시킬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전술핵 재배치 없이도 미국이 보유한 핵무기로 한국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잠수함발사 트라이던트 미사일은 저위력 탄두이기 때문에 전술핵무기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미국은 이 밖에 본토에도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북한을 1시간 안에 타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넷 연구원도 "태평양에서 '트라이던트' 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들 중 하나 이상을 오로지 '한반도용'으로 배정할 수도 있다"면서 "트라이던트 미사일은 사정거리가 6000마일(9600km) 이상이기 때문에 태평양 어느 곳에서든 북한을 타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토식 핵공유' 방안에 대해 클링너 연구원은 "한국 자체 핵개발, 미국 핵무기 한국 배치, 핵공유 세 가지 방안 중 핵공유가 차악(least bad)"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나토식 핵공유가 한국에 미국 핵무기 통제권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심지어 라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도 미국 핵무기에 대한 통제권이 없다"고 말했다.

jacklond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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