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극우 포퓰리즘" 콕 짚었던 '여가부 폐지', 국회 문턱 넘나
입력: 2022.10.09 00:00 / 수정: 2022.10.09 00:00

대선 때 강하게 반발하던 野, '정부 발목잡기' 부담에 신중

더불어민주당이 여성가족부 폐지 정부조직 개편안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3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우리 모두를 위해, 성평등 사회로 유세에서 여성 공약 약속을 하고 있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운데).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 '여성가족부 폐지' 정부조직 개편안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3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우리 모두를 위해, 성평등 사회로' 유세에서 여성 공약 약속을 하고 있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운데).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여성가족부 폐지'를 골자로 하는 윤석열 정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여당이 발의하면서 21년 만에 여가부가 간판을 내릴지 주목된다. 국회 통과 열쇠를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당시 여당의 '여가부 폐지' 공약을 맹렬하게 반대했지만, 이번엔 다소 신중한 분위기다. '이대남 표심'과 '발목잡기 프레임'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지난 7일 윤석열 정부 정부조직 개편안을 소속 의원 115명 전원 이름으로 발의했다. "권은희·김미애 의원 2명이 '여가부 폐지 기능을 복지부로 이관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에 소홀할 수 있으니 피해자 보호에 충실하도록 하는 안을 내달라'는 의견을 낸 것 외에 이견은 없었다"고 주호영 원내대표는 전했다.

개편안 입법에 여당이 직접 나선 것은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윤석열 정부는 인수위원회 시절 지방선거 일정 등을 감안해 정부조직개편안을 한차례 연기했고, 정부 출범 150일 만에야 개편안을 확정했다. 정부 입법은 입법예고, 규제 심사,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재가 등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의원 입법은 의원 10인 이상의 동의만 있으면 가능하다.

여성가족부 폐지가 정국 블랙홀이 될 것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열린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는 여성들. /이선화 기자
'여성가족부 폐지'가 정국 블랙홀이 될 것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열린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는 여성들. /이선화 기자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한 관건은 다수당인 민주당의 협조다. 민주당은 이번 조직개편안 중 국가보훈처의 보훈부 승격과 해외동포청 신설에는 찬성하지만 '여가부 폐지'에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6일 브리핑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발의되는 대로 폭넓은 의견 수렴과 사회적 논의를 거쳐 시대정신과 국민의 요구에 맞는 방향으로 심의하겠다"고 했다.

이는 지난 대선 당시 야당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던 것에 비하면 한층 신중해진 모습이다. 지난해 7월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밀어붙인 '여가부 폐지'론은 지난 1월 6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를 올리면서 화제가 됐다. 윤 대통령이 '이대남(20대 남자)' 표심을 얻게 된 주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를 두고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극우 포퓰리즘에 가깝다"며 맹비판한 바 있다. 그는 "요즘 여성 청년, 남성 청년 갈등이 표면화됐고 거기에 일부 정치인들이 한쪽에 편승해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의 '여가부 폐지' 조직개편안에 대해 이 대표를 포함해 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의 발언 등 공개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다.

'윤석열 정부 무능론'으로 공세 중인 상황에서 민감한 '여가부 폐지' 현안으로 정국이 불리하게 전환될 수 있다는 정무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각종 조사에서 '여가부 폐지' 여론이 팽팽한 가운데 반대할 경우 자칫 '정부 발목잡기' 프레임 공격을 받을 수 있고, 찬성한다면 수정안을 마련하더라도 이재명 대표 핵심 지지층인 '이대녀(이십대 여성)'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당내 의견 수렴을 거쳐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지난 7일 여가부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뉴시스
민주당은 당내 의견 수렴을 거쳐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지난 7일 여가부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뉴시스

당내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개편안에 따르면 여가부의 주 기능인 청소년, 가족, 여성정책 및 여성의 권익증진에 관한 사무는 보건복지부로, 여성고용 관련 정책은 고용노동부로 이관된다. 복지부 내에는 인구·가족·아동·청소년·노인 등 종합적 생애주기 정책과 양성평등, 권익증진 기능을 총괄하는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가 신설된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 7일 "미니부처인 여성가족부의 한계를 극복하고 인구감소 및 가족구조의 변화, 성별, 세대간 갈등, 아동·청소년 문제 등 당면 현안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부 조직 형태로 변화하고자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폐지 반대' 측에선 여가부가 수행해온 여성 및 성평등 업무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우려한다. 성인지적 관점에서 각 부처 성평등 업무를 조율하고 관장할 '컨트롤타워'가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야당 위원들은 지난 6일 "정부, 여당은 여성가족부 폐지 추진을 당장 중단하고 실질적인 성평등 구현을 위해 여가부의 권한과 기능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조만간 여가부 조직 기능 강화 등을 담은 법안을 마련해 제출할 예정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반대' 측의 수정안과 내부 의견 수렴을 거쳐 정부 여당과 협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대체로 당에 여가부를 폐지하는 게 옳은가에 대해선 내부에서 우려하는 분들이 많이 있는 건 사실이다. 여가위 위원 중심으로는 반대 의사를 밝혔는데 아직 (민주당) 의원 전체 의견 수렴 중이라 당 공식적인 입장을 낼 상황은 아닌 단계"라며 "내부 의견 수렴을 하는 중이다. 그리 오래 끌 일은 아니다"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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