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국감 중 '골프 약속' 정운천…"그런데 야당 비판은?"
입력: 2022.10.08 00:00 / 수정: 2022.10.08 00:00

과거 '언행'에 발목 잡힌 '정치인' 이준석의 미래는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이 4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 중 문자로 골프 약속을 잡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국회사진취재단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이 4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 중 문자로 '골프 약속'을 잡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국회사진취재단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골프 약속' 잡고, 곳곳서 '네 탓' 공방…또 되풀이된 '국정감사의 그늘'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가 이번 주부터 진행되고 있는데 국감장에서도 '문자'가 논란이 됐다고?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이 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대상 국감 중 이창양 산자부 장관이 업무현황 보고할 때 "8일 8시 45분 티업입니다. 8시 만나서 아침 하지요" 등 '골프 약속'을 잡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국회사진취재단에 포착됐어. 당장 이경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국감 기간 골프 약속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맹비난했지. 요즘 '골프 전성시대'라고 골프를 운동으로 즐기는 사람이 많이 늘어난 만큼 의원이 휴일에 골프를 치는 것을 뭐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아. 하지만 1년에 한 번 있는 국감은 국민을 대신해서 행정부와 사법부 운영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감시하는 중요한 행사인데, 국감 중 골프 약속을 잡는 건 문제가 있어 보여. 이런 부분은 당 지도부의 경고나 윤리위원회의 징계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돼.

-그런데 민주당에선 이에 대해서 생각보다 비판 목소리가 적네.

-민주당도 차마 욕할 수 없는 처지라 그런 게 아닐까. 2년 전 국감에선 강훈식 민주당 의원이 산자위 국감 중 모바일게임을 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잖아. 강 의원은 2017년 서울시청 대상 국감 때도 같은 전적이 있어서 더 비판받았지. 당시 황규한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국감장을 게임이나 하는 놀이터 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꼬집었어. 두 사례가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을 뿐 이외에도 국감에 집중하지 않는 의원들이 얼마나 더 있을지는 안 봐도 뻔해.

국감 기간이 되면 기업 대관 담당자, 피감기관 공무원 등 민원인들이 의원실을 자주 찾는다. 5일 오전 국회의사당 각 상임위 복도에서 국감을 준비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피감기관 공무원들. /남윤호 기자
국감 기간이 되면 기업 '대관' 담당자, 피감기관 공무원 등 민원인들이 의원실을 자주 찾는다. 5일 오전 국회의사당 각 상임위 복도에서 국감을 준비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피감기관 공무원들. /남윤호 기자

-의원들이 특히나 국감 때는 '권력'을 맛보는 시기라고들 하잖아. 난다 긴다 하는 대기업 경영진이나 고위 공무원들이 납작 엎드리니까. 이번에도 보니 국감 직전 국회 위원장실을 찾아오는 대기업·공기업 등 민원인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더라고. 6일에는 국회의원 사무실이 모여 있는 의원회관 휴게실에 있다가 우연히 기업 관계자가 모 의원실 선임비서관과 통화하는 내용을 직접 들었어. 그 관계자는 국감을 언급하면서 "이번 한 번만 살려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잘릴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좀 안 될까요?"라면서 읍소하더라고. 자세한 민원 내용은 파악하지 못했지만, 의원실과 피감기관의 '갑을 관계'가 확실히 보였어. 국감에 불러놓고 면박을 준 후에 기업에 민원을 넣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다는 건 정치권에서 공공연한 사실이야.

-국감에 집중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국감을 '정쟁용'으로만 활용하는 것도 문제야.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인데, 여야 서로 '네 탓' 공방만 하다가 소중한 시간이 끝나.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한미일 군사 훈련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공격과 방어만 하다가 몇몇 상임위는 파행을 빚기도 했어. 17개 상임위 중 6개 상임위는 지난해 국감 결과 보고서조차 채택하지 않았어. 국회가 결과 보고서를 채택해야 이를 바탕으로 시정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피감기관이 이에 대한 시정 처리 결과를 보고하거든. 의원들은 눈에 띄는 복장이나 센 발언으로 언론의 주목받는 '국감 스타'가 되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모습이야. 국감이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았는데 '국민을 위한 국감'이 될지 좀 더 지켜봐야겠어.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7일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당원권 정지 1년 추가 징계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7월 8일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2024년 1월까지 당원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뉴시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7일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당원권 정지 1년 추가 징계'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7월 8일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2024년 1월까지 당원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뉴시스

◆가처분 기각에 추가 징계까지…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정치인 이준석'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3~5차 가처분 대결에서 당에 완패한 데 이어 '당원권 정지 1년' 추가 징계까지 받았어. 앞으로의 정치 행보가 암울해 보이는데, 정확한 징계 사유가 뭐야?

-이양희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은 7일 이 전 대표 추가 징계를 의결한 윤리위 전체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당 소속 의원 등에 대한 지속적인 모욕·비난적 표현을 사용하며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건 국민의힘 윤리위 규칙 위반에 대한 혼란을 가중시킨 것"이라며 "민심 이탈을 촉진시킨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어. 또 이 전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도 영향이 있었어. 이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지난 8월 30일 의원총회를 개재해 새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하고, 비대위 전환 요건을 정비하는 당헌 개정안을 추진하며 당론으로 결정했다"며 "이에 반해 (이 전 대표가) 당원 개정과 새 비대위 구성을 저지하기 위한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이 핵심 이유"라고 말했어.

-이 전 대표는 윤리위에 출석해 소명하지 않았다면서?

-맞아. 윤리위 측에선 이 전 대표에게 지난달 29일부터 회의 당일(6일)까지 여러 차례 연락해 접촉을 시도했다고 전해졌어. 회의 당일 오후 9시까지 윤리위에 출석해 소명 절차를 밟으라고 통지했어.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예고한 대로 출석하지 않았어. 윤리위가 이 전 대표에게 보낸 출석 요청서에 징계 사유가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며 불출석을 시사했어. 다만 이 위원장은 이 전 대표가 윤리위에 불출석한 점이 징계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어.

-정치적으로 큰 타격이 불가피해 보여. 이미 지난 7월 성 상납 및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것을 고려하면 차기 전당대회는 물론, 2024년 치러지는 총선에 출마하는 것도 불투명해. 당원권 정지 기간을 고려하면 차기 총선 공천권을 가진 이들은 앞으로 이 전 대표가 어떤 행보를 보이는지를 지켜보고, 경우에 따라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출마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도 있을 것 같아. 하지만 공천권을 가진 이들은 이 전 대표에게 그간의 언행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하겠지.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들을 향해 거친 비판을 쏟아냈던 이 전 대표는 향후 행보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침묵하고 있어. 이 전 대표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앞으로 더 외롭고 고독하게 제 길을 가겠다"고만 적었어. 어떤 길을 선택하든 그 길은 고행길이 될 것으로 보여. 앞으로 이 전 대표의 행보를 잘 지켜보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당원존 개관식 겸 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당원존' 개관식 겸 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민주당 '당원존' 개방…'박지현 스토킹 당원'도 방문

-5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1호 지시사항이었던 중앙당사 '당원존' 개관식 행사가 있었다고?

-당 대표 후보 시절부터 이 대표는 '당원과의 소통 강화'를 외쳐왔지. 중앙당사 2층에 마련된 당원존은 지난 대선 당시 캠프 브리핑용 기자실로 이용했던 공간이기도 해.

-현장에서 어떤 점이 눈에 띄었어?

-일단 이 대표가 대선 당시에 '당원들이 당사 앞에서 화장실도 못 쓴다'는 말을 듣고 당원존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한 만큼 '휴식 공간'이라는 데에 방점을 찍은 것 같더라고. 구비된 소파와 의자에 앉아봤는데 정말 안락했어(웃음). 입구에는 민주당이 배출한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실물 크기 등신대도 세워져 있었어. 일부 당직자도 이곳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어서 흥미로웠어.

-또 한쪽에는 '굿즈존'이라고 쓰여 있고 당 기념품들이 비치돼 있었어. 판매하는 건가 싶어서 봤더니 품목 설명만 있고 아직 가격은 안 적혀있더라. 당 관계자에게 문의하니 굿즈는 판매 예정이고, 가격은 미정이라고 하네. 온라인 판매 여부도 아직 결정 안 났다고 해. 품목에는 문 전 대통령 캐릭터 스노우볼, 민주당 텀블러, 볼펜 등이 있었어.

-당원존은 민주당 당원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전자당원증'을 발급받은 당원만 'QR코드'를 당사 입구에서 찍고 나서 입장할 수 있어. 당원존은 향후 지도부와의 만남, 당원 세미나, 교육 프로그램 등에 활용될 예정이라고 해.

이재명 대표가 5일 전자당원증 QR코드를 찍고 당원존에 입장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이재명 대표가 5일 전자당원증 QR코드를 찍고 당원존에 입장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개관식 전부터 이 대표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 등 커뮤니티에서는 참석 인증 글이 올라왔어. 이날 개관식에 참여한 56명의 당원은 다 파란색이 들어간 마스크, 티셔츠, 모자 등을 착용하고 당원존을 찾았어. 이 대표는 개관식에서 "정말 당이 당원의 것으로, 진정한 의미의 민주당으로 되돌아가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 당원들이 당과 나라의 미래를 토론하고 어떤 정책을 만들고 당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논의하는 좋은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건네기도 했어.

-당원존에 대해 강성 지지층들,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만을 위한 공간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지?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이 의원의 당원 소통 행보에 쓴소리를 던졌지. 그는 한 라디오에서 "말로는 그쪽(민생)으로 가는데 행동은 당사 내에 당원존을 설치하고 전자당원증을 만들고 당직자의 연락처를 공개하겠다고 했다"며 "이는 개딸의 청원을 들어주는 것"이라고 했어.

-또 당원존에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이 많이 드나들 거라는 예상이 나오는 만큼 일각에서는 보안이나 돌발 소동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어. 5년 전 민노총 측이 민주당사를 점거했던 전례도 있다 보니 이번에도 걱정 안 할 수 없다는 거지. 일부 당직자들 사이에서도 지지자들이 당사를 드나드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왔어.

-이날 개관식이 끝나고 당사 입구에 나와보니 과거 최강욱 의원의 '당원 자격 정지 6개월' 징계에 반발해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의 집 앞에 찾아가 물의를 일으켰던 유튜버이자 강성 당원인 A씨가 사람들에게 "남국이 형(김남국 의원)은 어디 있냐?"며 묻고 있더라고. 민주당은 사건 당시인 7월 해당 유튜버의 스토킹 행위에 대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 유튜버에 대해서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잘 알려지지 않아서 민주당 관계자에게 문의를 하니 "당 지도부가 바뀌어 잘 모르는 문제"라는 답변이 돌아왔어. 다른 관계자들에게도 수소문해보니 "아직 결정이 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는 반응이거나,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돌아왔어.

-민주당이 정당 창당 이래 최초로 당원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는데, 이곳이 앞으로 어떻게 활용이 될지 잘 지켜봐야 할 것 같아.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송다영 기자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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