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군사전문가들 평가...국내 일부 언론 '실전배치 전무' 주장 보도
북한판 이스칸데르 전술탄도미사일로 통하는 KN-23이 발사되고 있다./노동신문 |
[더팩트 ㅣ 박희준 기자]북한이 최근 잇따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이 미사일이 실험 단계를 넘어 실전배치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했다. 또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의 정확도를 높이면서 한반도내 한국군과 미군 군사시설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같은 분석은 북한이 최근 5년 동안 발사한 탄도미사일 중 실전배치된 게 없다고 한미 정보 당국이 판단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4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동쪽 방향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이로써 북한은 올들어 탄도미사일을 21차례, 순항미사일을 2차례 발사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9번째 미사일 발사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오전 6시 53분께 지대지 단거리미사일 1발을 평안북도 태천 일대에서 발사했고, 28일에는 오후 6시 10분에서 20분 사이 단거리미사일 2발을 평양 순안 일대에서 발사했다. 또 29일에는 오후 8시 이후 단거리 미사일 2발을 평안남도 순천 일대에서 발사했고, 국군의 날인 1일에는 오전 6시 45분에서 7시 3분 사이 단거리 미사일 2발을 평양 순안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공영매체인 미국의 소리방송(VOA)은 3일(현지시각)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 국장 등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최근 일주일 새 다양한 장소와 시간대에서 단거리 미사일을 쏜 것은 이미 실전배치 단계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루이스 국장은 "중요한 것은 북한이 밤에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나서면, 이는 더 이상 미사일 실험이 아니라 미사일을 사용할 군부대들의 훈련"이라고 평가하고 "북한은 이미 해당 단거리 미사일들이 작동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만큼 이러한 발사들은 미사일 실험이라기 보다는 군사 훈련이나 연습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 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은 이미 개발 단계를 지나 아무 때나 발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맥스웰 연구원은 "그들이 어떤 성능을 실험하는 게 아니다"면서 "이 탄도미사일들은 이미 오랫동안 사용돼 왔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낮이고 밤이고 이 미사일들을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사일 전문가인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수석부차관보는 최근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인 KN-23은 매우 많은 실험을 거쳤으며 북한도 실전 배치를 주장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싱크탱크 CSIS에 따르면,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은 종말 단계에 변칙 기동을 하기 때문에 지대공 미사일 방어망으로는 방어가 어려운 미사일로 통한다. 도로이동식인 이 미사일은 길이 7.5m, 지름 95cm에 발사중량 3.4t이며 사거리는 690km다. 고체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즉각 발사할 수 있다.
KN-23은 지난 2017년 첫 실험 이후 올해 9월 실험이 재개될 때까지 벌써 19번 실험이 실시됐으며, 이 정도면 서방 기준에서도 충분한 실험을 거친 미사일 체계라고 그는 주장했다.
북한 철도미사일 기동연대가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KN-23을 열사에서 발사하기 위해 미사일을 수직으로 세워놓고 있다. /뉴시스.조선중앙TV 캡처 |
그는 "북한이 철도기동식(rail-mobile) KN-23 미사일을 배치했다고 주장했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지상도로 이동식 KN-23 미사일도 배치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은 (KN-23이) 실전 배치됐고 신뢰할 만한 체계라는 점을 입증하고자 한다"면서 "다만 최근 미사일 발사들이 실전에 배치된 군 부대를 훈련시키기 위한 것이었는지, 미사일 개량을 위한 연구개발 목적이었는지 확실히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방어프로젝트 부국장은 북한이 KN-23과 에이태킴스형 KN-24 미사일들을 개발하면서 훨씬 정교한 타격 능력을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이들 기동 능력이 있는 미사일들은 정확도가 높은 편"이라면서 "북한이 이들 미사일에 대한 실험을 집중 진행하는 것은 단순히 인구 밀집 지역을 위협하는 것이 아닌 한반도 내 미군과 한국군 시설을 타격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북한이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에 집중하는 것으로 초점을 옮긴 듯하다"면서 "미군과 한국군 시설들, 공군기지들을 타격해 미국과 한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것을 최대한 복잡하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개발을 통해 재래식 전쟁수행 능력을 높이려 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VOA에 "북한은 이러한 미사일들이 매우 뛰어난 재래식 전쟁수행 능력을 갖추도록 목표하고 있다"면서 "이 때 정확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jacklondo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