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與, '尹 비속어 논란'은 언론 탓…언론단체 "국익 해치는 건 대통령"
입력: 2022.09.28 06:08 / 수정: 2022.09.28 06:08

대통령실 "비속어 논란이 본질 아냐…바이든 발언 기정사실화가 문제 본질"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기간 비속어 사용 논란에 대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언론 탓을 하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언론단체는 적반하장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비속어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라며 진상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기간 비속어 사용 논란에 대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언론 탓'을 하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언론단체는 "적반하장"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비속어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라며 "진상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순방 기간에 한 '비속어' 발언을 두고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발언 당사자, 대통령실, 국민의힘이 '언론 탓'을 하면서 화제 전환을 시도하는 모양새다. 대통령실이 부인한 '바이든' 표현 외에 우리나라 국회를 향한 '이XX들' 비속어에 대한 입장도 당초 '인정'에서 '확인 거부'로 바뀌었다. "비속어 자체를 듣지 못했다"(박진 외교부 장관)는 말도 나왔다. 'X팔린다'는 표현도 대통령의 격에 맞지 않는 속된 표현이지만, 이에 대해선 언급도 없다. 전 국민 청력 테스트에 이어 적반하장격으로 국민을 기만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2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비속어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로써 이 (한미) 동맹을 훼손한다는 것은 국민을 굉장히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그 부분을 먼저 얘기하고 싶다. 그와 관련한 나머지 얘기들은 먼저 이 부분에 대한 진상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엇이 사실과 다른 보도인지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동맹 훼손'을 거론한 것을 보면 MBC·KBS 등이 "ㅇㅇㅇ X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 중 ㅇㅇㅇ을 '바이든'으로 적시해 보도한 것을 의미한 것으로 해석된다. ㅇㅇㅇ 발언에 대해 김은혜 홍보수석은 15시간 만에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주장했다.

◆"사실과 다른 보도" 尹 발언에 대통령실 '이XX'도 입장 바꿔 침묵

'날리면'이라는 해명을 내놓을 당시 김 수석은 윤 대통령이 한 "국회에서 '이XX들'"라는 표현에 대해선 우리나라 국회를 지칭한 것이라면서, '이XX'라는 말을 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우리 국회를 향한 유감 표명이나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

윤 대통령의 "사실과 다른 보도" 발언이 나온 날 오후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XX'이라는 말을 했는지 여부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겠다고, 김 수석의 당초 발언과 다른 해명을 내놨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27일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에 대해 저희가 심각성을 갖고 있는 건 비속어 논란이 아니다.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바이든) 발언이 기정사실화 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대변인이 전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 하는 모습.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27일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에 대해 "저희가 심각성을 갖고 있는 건 비속어 논란이 아니다.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바이든) 발언이 기정사실화 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대변인이 전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 하는 모습. /뉴시스

다음 날(27일)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XX 부분에 대해서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라는 진행자 질문에 "일부 언론에서 이것을 '비속어 논란'으로 규정하고 있다. 만약 비속어가 이 논란의 본질이라면 대통령이 유감 표명이든 그 이상이든 주저할 이유도 없고, 주저해서도 안 된다"라면서도 "저희가 심각성을 갖고 있는 건 비속어 논란이 아니다.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바이든) 발언이 기정사실화 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부대변인은 '대통령께서 비속어를 사용하지 않았다가 아니라 맥락상 그게 본질적인 게 아니었다는 말로 이해를 해도 되겠는가'라는 질문에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전날 대통령실 해명과 이날 이 부대변인 발언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의 '이XX' 비속어 사용 여부에 대한 공식적인 확인은 거부하지만, 사실상 비속어를 사용했음은 인정한 것이다. 다만 그게 본질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국회를 '이XX'라고 비하하고도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배현진·박수영·유상범 의원 등 일각에선 "윤 대통령은 '이XX'이라는 말도 하지 않았고 '이 사람들이'라고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나아가 국민의힘은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방송사 간 '정언 유착'이라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국정감사 종합상황실 현판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정확한 워딩이 무엇인지 전문가들끼리도 음향분석에서도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데 그것을 단정적으로 자막을 입혔다"며 "자막 조작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주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MBC가 보도해왔던 여러 가지 행태들에 비추어보면 공정한 자세를 갖고 만든 뉴스라고 볼 수 없다는 태도를 갖고 있다"며 "생태탕 보도 문제라든지 포함해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부당 편파적 방송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속어 논란을 최초로 자막을 담아 보도한 MBC 탓으로 돌리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당 조은희 의원도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MBC 보도는 오보이고 언론 윤리에 어긋난 행태"라며 "대통령실에서 비보도 요청을 했다. 소리가 명확하지 않아서 당사자에게 확인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팩트 체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보도했다"고 비판했다.

전날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MBC가 윤 대통령 발언과 관련한 허위 방송을 했다면서 경찰에 MBC 사장, 편집자, 보도한 기자 등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및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27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논쟁이 지속되다가 정회된 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 박형수 의원(왼쪽)과 대화를 나누며 퇴장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27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논쟁이 지속되다가 정회된 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 박형수 의원(왼쪽)과 대화를 나누며 퇴장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MBC 탓' 몰아가기…민주당 "무능보다 심각한 '거짓말·책임 전가'"

이에 대해 이수진(비례) 민주당 의원은 운영위 회의에서 "적반하장, 후안무치 단어로도 부족한 파렴치한 행태"라며 "대통령이 사과하고 책임자들이 책임지면 될 일을 전 국민 앞에서 부정하고 거짓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국민과 언론에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무능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거짓말과 책임 전가'다. 그간 정부와 대통령실은 각종 의혹과 실수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거나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발뺌과 말 돌리기로 일관했다"며 "대통령의 실언으로 빚어진 외교적 망신이 거짓 해명으로도 덮어지지 않자, 대통령실과 여당은 야당 원내대표인 제가 언론사와 유착했다는 거짓 선동마저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온 국민이 사과를 기대했음에도, 당·정·대 그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적반하장을 보이며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붓고 있다"며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뻔뻔한 반박과 치졸한 조작으로 국민을 더 이상 기만하지 말고 이제라도 국민께 백배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업 언론단체도 대통령실과 여당의 행태를 고강도로 비판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등 현업 언론단체 6곳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이 언론 탓을 하지 말고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대통령이 이런 사고를 쳐놓고 책임을 언론에 전가하는 예는 군사독재 시절에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이라며 "(바이든이라고) 보도한 언론사가 140여 곳이다. 이 언론사들이 작당해서 한미 동맹 훼손을 시도했다는 게 말이냐 막걸리냐"고 꼬집었다.

윤 위원장은 이어 "대통령이 부적절한 시간과 부적절한 장소에서 부적절한 언행을 한 것을 사과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하면 될 일을 정쟁거리로 만들고, 특정 언론사를 표적으로 만들어 언론장악 구실로 삼겠다는 뻔한 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대통령실과 집권여당이 이 사태를 정상적으로 해결, 사과하지 않고 책임을 언론에 떠넘기고 언론탄압, 방송장악 구실로 삼으려 한다면 모든 능력을 동원해서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공동 기자회견문에서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 과정에서 벌어진 욕설과 비속어 논란을 수습하기는커녕 진실게임과 책임 공방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말을 뒤집고 논란을 키운 것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다. 국익을 해치는 것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럭비공처럼 튀어나오는 대통령의 거친 언사이지 이를 보도하는 언론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물가, 환율, 금리 폭등 속에 도탄에 빠진 민생을 뒷전에 내팽개친 채 한가한 말장난으로 잘못을 덮으려는 권력의 처신은 더 큰 화를 자초할 뿐"이라며 "사태를 수습하는 유일한 방책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진솔하게 국민들에게 사과부터 하는 일이다. 그것이 권력의 추락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주권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를 외면한 채 언론을 문제의 화근으로 좌표 찍고 무분별한 탄압과 장악의 역사를 재연한다면 윤석열 정권의 앞길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며 "우리는 이전에도 같은 전철을 밟았던 권력자들의 말로를 기억한다. 윤석열 정권이 출범 4개월 만에 같은 길을 선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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