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일색 인선' 두고 비판 목소리도 나와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8일로 출범 한 달을 맞는다. 이재명 대표가 기치로 내세운 '민생' 전략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측근 정치로 인한 '사당화' 비판은 여전히 남은 과제로 꼽힌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사법리스크' '사당화' 우려로 출발한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8일로 출범한 지 한 달을 맞는다. 출범 한달을 맞은 이재명의 민주당은 '민생'에 방점을 둔 정책 기조는 후한 점수를 받았지만, 역시나 최측근 위주 당직 인선으로 '탕평'은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당대표 톱다운 방식'의 입법 주문 등 '이재명 체제'의 한계로 꼽힌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에서부터 '민생 유능 정당'을 만들겠다고 단언한 만큼, 취임 이후 민생 행보를 강조하고 있다. 가파른 물가 상승세 등으로 국민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제1야당으로서 서민·복지 정책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어 정부·여당에 맞서 국정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당 지도부는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를 꾸리는가 하면, 지난 9월부터 시작된 정기국회 통과를 위한 '7대 민생 법안'을 발표했다. 7대 법안은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 개정안 △기초연금확대법 △출산보육·아동수당확대법 △가계부채대책 3법 △납품단가연동제 도입법 △장애인 국가책임제법 등 대부분이 여야 간 합의가 확연하게 갈리고 있다. 때문에 국회 통과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는 의견이 다수다.
이 대표는 '전국 정당화'를 실현하기 위해 주 1회 전국 현장 최고위를 열고 지역 현안을 챙기고 있다. /이새롬 기자 |
이 대표는 주 1회 전국 각지를 찾아 '현장 최고위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전당대회 당시 민주당의 기치를 '전국 정당화'로 내건 이 대표는 민주당의 심장이라 불리는 광주를 시작으로 전주, 부산 등을 방문했다. 이 대표는 현장 최고위 발언 때마다 지역 현안을 언급하며 '지방균형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이 대표 행보는 '민생 챙기기' 시각이 다수다. 이 대표의 전국 방문 행보를 두고 또다른 분석도 나온다. 최근 여당의 연이은 비대위 체제 전환 등 위기 상황에도 민주당의 지지율이 30%대 횡보세를 보인다는 지적을 의식한 움직임이라는 주장이다.
또, 전당대회 당시부터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수사 칼날이 '사법 리스크'가 될 것이라는 경고는 의외의 '당내 의기투합'을 불러왔다. 이 대표가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을 확정받을 시, 선거비용 434억 원을 당이 선관위에 반환해야 하는 것도 판단 요인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기소를 시작으로 대선 당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배우자 김혜경 씨, 아들 등 가족이 전방위적인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 기소에 따른 수사 관련 사항에 이 대표는 대부분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신 '친문' 의원들을 필두로 한 당내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와 서영교·정청래·장경태·고민정·박찬대 최고위원 등이 최전방에서 이 대표를 엄호하고 있다. 이들은 검찰 기소를 윤석열 정권의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검찰청 방문·윤 대통령 부부를 향한 각종 의혹 공세 등 집단행동을 보이며 역공을 펼치는 중이다. 전당대회 당시 이 대표의 출마를 비판했던 '비이재명계' 의원들도 검찰 기소를 전환점으로 '원팀'으로 뭉쳐 이 대표를 지켜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이 대표가 검찰으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은 지난 1일, 보좌진으로부터 온 '전쟁입니다' 문자를 이 대표가 확인하는 모습이 촬영 카메라에 포착돼 화제가 됐다. /이새롬 기자 |
대표가 된 지 나흘 만인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개된 이 대표의 휴대전화 속 이른바 '전쟁입니다' 문자도 화제였다. 같은 날 오후 본회의 도중 이 대표가 의원실 보좌진에게 '(생략)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는 내용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받는 장면이 포착됐다. 해당 문자가 공개되며 향후 이 대표와 당 지도부가 검찰 기소에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이 대표는 검찰로부터 5일 후인 같은 달 6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라는 소환 조사 통보받았지만, 불출석했다.
한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그간 이 대표의 행보를 두고 "20년 넘는 행정 경험이 있지만, 중앙 정치 경험 없는 이 대표가 여의도에 진출해 차분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과정이라고 본다"며 "당대표 취임 이후 민생에 방점을 두고 지방 행정을 챙기는 일정들을 잘 소화하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대표가 의원들과 오찬도 하면서 소통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여당의 민생 방치에 맞서 제1야당 대표가 적극적으로 행동한다는 데에서 챙길 건 챙기는 정치를 하고 있다고 본다. 여당은 이재명 욕만 하지 뭘 하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당대표 체제 출범 이후 주요 인선에 친명계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것을 두고는 '사당화' 비판이 거셌다. 이 대표가 전당대회에서부터 강조했던 '당 통합' 인사가 전무한 것을 두고 '탕평'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우선 최고위원 7명 중 6명(정청래·서영교·박찬대·장경태·서은숙·임선숙)은 '친명계'로 분류된다. 주요 당직에는 이 대표의 핵심 측근 그룹인 '7인회' 소속 의원 중 4명(김남국·김병욱·문진석·임종성)이 임명됐다. 여기에 '성남 라인' 대표 인사이자 이 대표의 '복심'으로 알려진 정진상 전 경기도 정책실장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으로 최근 합류했다.
이 대표의 한 달 행보를 두고 한 재선 의원은 '이 대표가 측근 정치만으로는 중앙 정치인으로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쓴소리를 남겼다. /이새롬 기자 |
한 재선 의원은 <더팩트>와 만나 기울어진 이 대표의 측근 정치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민주당 어느 당대표를 보더라도 이렇게 '치우친' 인선은 본 적이 없다. 중앙 정치는 이 대표가 성남시에서 하던 것처럼 '자기 사람들로만 꾸리는 정치'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7대 민생 법안 중) '기초연금확대법' 같은 경우에는 의원들과의 상의 없이 이 대표가 발표해 불편함을 보인 의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출범 채 한 달이 되지 않아 의원들도 아무 말 않고 있지만, 이 의원도 당내 의견을 반영한 탕평책을 쓰지 않는다면 분명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의) 실책으로 인한 '반사이익'만으로는 정당 지도자가 성공할 수 없다. 이 대표를 지켜보고 있는 눈들이 많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