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순실, 이원석 검찰총장에 자필 편지 '청원'..."공정한 판단 해달라"
입력: 2022.09.21 16:55 / 수정: 2022.09.21 17:07

A4용지 6장 분량 자필 편지..."수사 협조 거부하자 압박 수위 높아져"

국정농단 사태로 실형을 선고받아 수감 중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가 지난달 21일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보내기 위해 작성한 자필 편지를 <더팩트>가 입수했다. 최 씨는 편지에서 이 총장이 국정농단 수사 당시 태블릿 진위 여부를 밝히는 길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 이새롬 기자, 더팩트 DB
'국정농단' 사태로 실형을 선고받아 수감 중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가 지난달 21일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보내기 위해 작성한 자필 편지를 <더팩트>가 입수했다. 최 씨는 편지에서 이 총장이 국정농단 수사 당시 태블릿 진위 여부를 밝히는 길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 이새롬 기자, 더팩트 DB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국정농단' 사태로 실형을 선고받아 수감 중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가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태블릿 진위 여부를 밝히는 길을 막았다'는 주장과 함께 정치적 희생양으로 장기간 감옥에서 고생을 하고 있고, 수형생활을 감내할 수준이 안 돼 형집행정지를 위한 공정한 판단을 해달라는 자필 편지를 작성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더팩트>는 21일 정치권과 법조계 등을 통해 최 씨가 지난달 21일 검찰총장 내정자였던 이 총장에게 A4용지 6장 분량으로 작성한 자필 편지를 입수했다. 자필 편지 내용을 보면 최서원 씨는 "국정농단 사건 당시 이 총장이 불러 나에게 협조를 요구했다. 하지만 나는 거부했고 이후 압박 수위가 더 높아졌다"고 불공정 수사를 주장하면서 "검찰의 존재 이유라고 밝힌 국민 생명과 안전, 특히 기본권 침해를 당하지 않게 진정 국민을 받드는 검찰총장이 되길 바란다"고 청원했다.

최 씨는 "구속된 지 7년이 되어가고 온몸이 정상인 곳이 없다"며 "이제는 국민들께서 모든 걸 용서해 주셨으면 하고 바라고 싶다"고도 호소했다.

최 씨는 또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 태블릿 PC의 진위여부가 제대로 가려지지 않은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최 씨는 "탄핵의 불을 지핀 태블릿 문건의 진위 여부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사안이었다"면서 "이 총장이 그 길을 막아섰다"고 비판했다.

최 씨는 편지를 통해 이 총장이 사무실로 불러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태블릿 감정을 포기할 것이고 수사에 협조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지난 2017년 윤석열 대통령과 국정농단 의혹 사건을 함께 수사한 바 있다. /김정수 기자
최 씨는 편지를 통해 이 총장이 사무실로 불러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태블릿 감정을 포기할 것이고 수사에 협조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지난 2017년 윤석열 대통령과 국정농단 의혹 사건을 함께 수사한 바 있다. /김정수 기자

최 씨는 "당시 이 총장이 사무실로 나를 불러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태블릿 감정을 포기할 것이고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면서 나에게 협조를 요구했다"며 "나는 거부했고 이후 압박 수위가 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총장은 지난 2017년 윤석열 대통령과 국정농단 의혹 사건을 함께 수사한 바 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고 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45대 검찰총장 취임식에 참석해 취임사하는 이원석 신임 검찰총장. /윤웅 기자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45대 검찰총장 취임식'에 참석해 취임사하는 이원석 신임 검찰총장. /윤웅 기자

최 씨는 "이 총장 말이 있은 후 정 전 비서관은 태블릿 감정을 포기했다. 당시 정 전 비서관의 변호사가 태블릿을 누군가 수정을 한 것 같다고 의견을 제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정 전 비서관은 변호사를 해임시켰다"며 "이 총장이 막지만 않았어도 태블릿의 진위 여부는 밝혀졌을 것이다. 문서기능도 없었던 태블릿에 쏟아져 나온 이상한 국정 기밀 문건은 밝혔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최 씨가 언급한 태블릿은 '국정농단' 사태를 수면위 로 끌어올린 결정적 증거 중 하나였다. 당시 JTBC는 최 씨가 사용하던 태블릿 PC에 박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포함해 극비였던 '드레스덴 연설문' 등을 사전에 받아봤다고 보도했다.

최 씨는 편지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이 수사 협조를 요구하며 압박했다고 지적했다. /김정수 기자
최 씨는 편지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이 수사 협조를 요구하며 압박했다고 지적했다. /김정수 기자

최 씨는 "이 총장은 검찰의 존재 이유를 국민의 생명, 신체 안전, 그리고 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했다"며 "그 말이 허공에 떠있는 것 같이 들린다. 국정농단 수사 당시 우리 유라(딸 정유라)를 국정농단 핵심 인물이라면서 구속영장을 3번이나 청구했던 악몽이 떠오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총장이 과거 국정농단 사건의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을 치유해 주고 검찰의 존재 이유라고 밝힌 국민 생명과 안전, 특히 기본권 침해를 당하지 않게 국민을 받드는 검찰총장이 되길 바란다"며 "잘못된 것은 바로잡는 그런 정의롭고 의로운 국민의 검찰총장이 되길 바란다"고 글을 맺었다.

최 씨가 이 총장에게 자필 편지를 보낸 배경도 관심을 끈다. 최 씨 측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형집행정지를 해주면 좋겠다는 공개 청원서"라며 "정치적 희생양으로 장기간 감옥에서 고생을 하고 있고, 현재 건강이 수형생활을 감내할 수준이 되지 않는다. 검찰이 공정한 판단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 씨의 자필 편지는 이 총장에게 직접 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공개청원을 위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최 씨는 지난 2016년 11월 국정농단 사태로 재판에 넘겨져 2020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18년, 벌금 200억 원을 확정받았다. 또 최 씨는 딸 정유라 씨와 관련된 입시비리로 징역 3년형을 받아 최 씨가 살아야 할 형은 총 21년이다. 현재 최 씨는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만기 출소 예정일은 2037년 말이다.

◆최서원 씨 자필 편지 전문

"진실은 언젠가는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음에"

구속된 지 7년이 되어가고 몸은 피폐되어 온몸이 정상인 곳이 없다. 그럼에도 형집행정지도 불허되었고 윤 대통령에게 보낸 사면 탄원서도 이뤄지질 않았다. 이제는 국민들께서도 모든 걸 용서해 주셨으면 하고 바라고 싶다. 더 이상 삶에 대한 미련도 없지만 딸과 손주들 때문에 버티고 있는 것뿐이다.

지난 19일 대법원에서 세월호 참사 보고 시점 조작에 대해 기소되었던 분들이 대법원에서 4년 5개월 만에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문정권의 수사의뢰로 시작된 이것은, 청와대 안에서 굿판이 벌어졌다.. 성형수술을 했다는 괴담들도, 사실이 아니라고 검찰이 판단했다. 이 의혹을 시작으로 산같이 쌓이는 의혹과 비난은 이 사회를 혼돈속에 빠뜨렸고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단초적인 역할을 했다.

탄핵의 불을 지핀 JTBC가 보도한 태블릿 문건에 대한 것은 사실 확인도 없이 이 나라를 혼돈 속으로 몰아넣었다. 국정농단 사건은 어떤 건은 민간인이라 재판을 할 수 없고, 어떤 건은 민간인인데도 불구하고 공무원과 엮어 경제공동체로 뇌물죄를 엮는 이상한 사건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었다.

태블릿은 국정농단 사건에 핵심 사안이었고, 진위 여부가 사건의 초점이었다. 그런데 지금 검찰총장 내정자인 이원석 내정자가 그 길을 막아섰다. 그 당시 이원석 내정자 사무실로 나를 불러서 정호성 비서관이 태블릿 감정을 포기할 것이고,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하면서 나에게도 협조를 요구했다. 나는 거부를 했고, 그 이후 나에 대한 압박은 수위가 더 높아졌다.

정호성 비서관과 나는 태블릿 사건에 처음에 같이 재판을 받아왔는데, 이원석 내정자 말이 있은 후 바로 재판에서 정 비서관은 태블릿 감정을 포기했다. 그 당시 정 비서관의 변호사가 태블릿을 누군가 수정을 한 것 같다고 의견을 제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정 비서관은 변호사를 해임시켰고 나는 민간인으로서 공무상 비밀죄는 다루지 못한다고 했다.

바로 재판은 분리되었고, 나는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태블릿 재판은 할 수가 없다고 했다. 태블릿으로 국정 문건을 받아서 국정을 농단했다고 몰아세웠으면서도 나는 태블릿 관련 어떤 재판도 할 수 없었으며, 그것은 오롯이 정 비서관만이 응해야만 하는 것인데, 그가 포기하면서 나는 말 한마디도 못하고, 억울함도 밝히지 못하고 그렇게 끝나버렸다.

그 당시 이원석 검찰총장 내정자가 막지만 않았어도 태블릿의 진위 여부는 밝혀졌을 것이고, 문서기능도 없었던 태블릿의 쏟아져 나온 이상한 국정 기밀 문건은 밝혔어야 했다. 그래서 내 것도 아닌 태블릿을 누가 조작했는지 여부도 재판에서 가려졌어야 했다.

민간인이라 태블릿 조작 여부 재판을 할 수 없다고, 정 비서관을 태블릿 재판에서 포기시키더니, 이 나라의 전직 대통령인 최고의 공무원인 분과 민간인인 나를 경제공동체로 엮어 뇌물죄로 씌운 건 정당한 일이었는지 묻고 싶다.

나는 대통령에게 한 푼도 받은 적도 없고, 검찰이 주장했던 기업인들과 일면식도 없었다. 재판에서도 재단에 돈을 한 푼도 건드린 게 없다는 게 나왔음에도 나와 박 대통령을 사회주의에서나 있는 경제공동체로 엮어 뇌물죄로 모든 재산을 빼앗아갔다.

이원석 검찰총장 내정자가 검찰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 신체 안전, 그리고 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말이 허공에 떠있는 것 같이 들리는 것은.. 국정농단 수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씌우기 위한 강도 높은 수사, 우리 유라에게 국정농단의 핵심 인물이라면서 구속영장 청구를 3번이나 했던 그 악몽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때 20살이었던 아이가 무슨 큰 죄가 있다고 돌 뿐이 안된 아이가 밖에서 울고불고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데 딸을 구속시키기 위해 판사에게 했던 그 잔인한 말들이 그 아이에 가슴에 박혀 잠을 못 이루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걸 아는지 묻고 싶다. 역사는 계속 흐르고 진실은 밝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보고 시점 조작에 무죄판결이 난 것 같이..

그러나 정권의 권력은 5년뿐이 국민들이 주어주질 않았다. 이제 정권 교체로 새시대를 맞이했다고 국민들이 거는 기대가 많다. 그런데 국민들에 다가가지 못하는 것은 진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도 국민을 섬기는 유일한 방법이다.

부디 검찰 총장으로 내정된 이원석 내정자께서도 과거의 국정농단 사건의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을 치유해 주고, 검찰의 존재 이유라고 밝힌 국민 생명과 안전, 특히 기본권 침해를 당하지 않게 진정 국민을 받드는 검찰총장이 되길 바라고 싶다.

과거 무자비하게 원칙에 없는 민간인과 공무원을 고무줄 잣대로 갈라 쳐서 방어권조차 못 가지게 했던 태블릿 사건과 국정농단의 사건을 이제는 국민들이 조금씩 진실을 알아가고 있기 때문에, 정의로운 국민들이 진실을 밝혀줄 것이라 믿으며.. 잘못된 것은 바로잡는 그런 정의롭고 의로운 국민의 검찰총장이 되길 바라면서 이 글을 쓴다.

2022.8.21

최서원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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