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빠르게 움직인 與, 이준석 퇴출은 예정된 시나리오?
입력: 2022.09.21 00:00 / 수정: 2022.09.21 10:14

'윤핵관' 정진석과 '윤리위원' 유상범의 수상한 '문자'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유상범 윤리위원이 주고받은 사적 문자메시지가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 징계에 당이 윤리위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외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가 제기한 제명 시나리오를 당이 사전에 준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유상범 윤리위원이 주고받은 사적 문자메시지가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 징계에 당이 윤리위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외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가 제기한 '제명 시나리오'를 당이 사전에 준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어떻게든 빌미를 만들어서 제명 시나리오를 가동할 것 같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5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같이 말하며 자신의 비극을 예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 나선 18일 이후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자신의 제명 절차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 전 대표의 상상은 현실이 되는 모양새다. 윤리위가 당초 예정된 날짜 보다 열흘 앞당겨 이 전 대표 징계 논의를 시작했다. 특히 윤리위원 중 한 명인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과 '윤핵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간 문자가 언론에 포착되면서, 이 전 대표가 주장한 '제명 시나리오'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유상범 의원과 문자를 주고 받고 있다. 정 비대위원장은 ‘중징계 중 해당행위 경고해야지요~’ 라고 작성하고, 유상범 의원은 성상납 부분 기소가 되면 함께 올려 제명해야죠라고 메시지를 작성했다. /이새롬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유상범 의원과 문자를 주고 받고 있다. 정 비대위원장은 ‘중징계 중 해당행위 경고해야지요~’ 라고 작성하고, 유상범 의원은 '성상납 부분 기소가 되면 함께 올려 제명해야죠'라고 메시지를 작성했다. /이새롬 기자

◆유상범과 정진석의 '수상한' 문자메시지

지난 19일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정 위원장과 유 의원의 문자 메시지 내용이 찍혀 파문이 일고 있다. 정 위원장은 "중징계 중 해당 행위 경고해야지요"라고 유 의원에게 보냈고, 유 의원은 "성상납 부분 기소가 되면 함께 올려 제명해야죠"라고 답했다.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자 정 위원장은 "지난 8월 13일 유 의원에게 보낸 문자"라며 해명에 나섰다. 이날은 이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윤핵관을 겨냥해 '양두구육', '신군부' 등의 날선 발언을 내뱉은 날이다. '중징계 중 해당 행위 경고해야지요'라는 부분에 대해선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를 맞은 전직 당 대표가 근신하지 않고 무차별 폭언을 하는 것에 대해 경고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비대위원장직을 맡은 시점은 '9월 7일'임을 강조했다.

두 사람이 이 전 대표 징계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은 사안은 두고두고 논란이 될 전망이다. 앞서 당 지도부는 윤리위에 대해 '독립된 기구'라며 선을 그어왔지만, 윤리위에 참여하는 의원을 통해 당이 징계 문제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 전 대표는 "윤리위원과 비대위원장이 경찰 수사 결과를 예측하며 징계를 상의하고 지시를 내리는군요"라며 "무리한 짓을 많이 하니까 이렇게 자꾸 사진에 찍히는 것"이라며 "한 100번 잘못 하면 한 번 정도 찍힐 텐데"라고 힐난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 18일 예정에 없던 긴급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이양희 위원장은 당원, 당 소속 의원, 당 기구에 대해 객관적 근거 없이 모욕적, 비난적 표현을 사용하고 법 위반 혐의 의혹 등으로 당의 통합을 저해하고 당의 위신을 훼손하는 등 당에 유해한 행위를 했다며 이 전 대표 추가 징계 개시 절차를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 18일 예정에 없던 긴급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이양희 위원장은 "당원, 당 소속 의원, 당 기구에 대해 객관적 근거 없이 모욕적, 비난적 표현을 사용하고 법 위반 혐의 의혹 등으로 당의 통합을 저해하고 당의 위신을 훼손하는 등 당에 유해한 행위를 했다"며 이 전 대표 추가 징계 개시 절차를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사진취재단

◆숨 가쁘게 진행된 '이준석' 징계…수상한 행적

문자 사태를 계기로 유 의원은 윤리위원직에서 사퇴했다. 당이 직접적으로 윤리위에 개입한 정황이 외부로 드러나면서 공정성·객관성에 흠집이 났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지만, 윤리위가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를 추진하면서 당의 '가처분 전 제명 시나리오' 추측은 힘을 얻고 있다.

실제 당은 이 전 대표 추가 징계 절차에 대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 18일에는 예정에 없던 긴급회의를 열었다. 당초 윤리위는 오는 28일 수해 복구 현장에서 실언한 김성원 의원과 함께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예정보다 열흘 빠르게 별도의 회의를 개최했다. 날짜를 앞당긴 것을 두고 여러 셈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우선 이 전 대표가 제기한 '정진석 비대위' 추가 가처분 심문이 열리기 전 징계 절차를 마무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윤리위는 추가 징계 시 이전보다 무거운 수준의 징계를 내린다는 점에서 탈당 권유 혹은 제명 처분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탈당 권유 처분도 10일 이내에 탈당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자동 제명된다.

이 위원장을 비롯한 현 윤리위원들의 임기도 만료가 임박한 상황이다. 이들의 임기는 오는 10월 중순께 종료된다. 9월 말에 이 전 대표에 대한 징계절차가 개시될 경우 모든 절차를 마무리 짓기 어려울 수 있어 시기를 앞당겼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의 성상납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 발표가 임박한 점도 윤리위 날짜를 앞당긴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20일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 전 대표에 대한 고발사건 중 공소시효가 임박한 알선수재, 성매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 모두 '불송치' 결정했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추가 징계 여부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통한 무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당분간 갈등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국회사진취재단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추가 징계 여부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통한 무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당분간 갈등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국회사진취재단

◆무제한 법적 대응 예고한 李

결국 윤리위가 이 전 대표에게 추가 징계를 내릴 것이란 점은 당 안팎의 중론으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자신이 주장해온 '제명 시나리오'가 현실화 되는 만큼 이 전 대표 측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대표는 이를 '가처분 패소에 대한 재판보복행위'로 규정하고 추가 징계를 내릴 경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고 예고했다.

이 전 대표는 윤리위의 징계 절차 개시 결정 직후 "'양두구육' 표현 썼다고 징계절차 개시한다는 거네요. 유엔 인권규범 제19조를 유엔에서 인권 관련 활동을 평생 해오신 위원장에게 바친다"라고 저격했다.

윤리위의 '이준석 제명'이 현실화할 경우 이에 대한 법적 공방도 예고돼 있어 '가처분 내홍'의 무한굴레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정 위원장의 문자가 노출되면서 당이 개입했다는 의혹은 피할 수 없게 됐다"라며 "당 지도부를 다시 뽑아도 당분간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갈등은 계속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zustj913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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