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이준석 vs 與' 다툼 장기화…비극적 결말이 보인다
입력: 2022.09.21 00:00 / 수정: 2022.09.21 00:00

與 윤리위 추가 징계 착수…李, 지속적 법정 다툼 예고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지난 19일 당 중앙윤리위가 추가 징계 절차에 착수하자 법적 대응과 유엔 제소를 예고했다. 가처분뿐 아니라 유엔(UN) 제소 등 모든 법적 수단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지난 19일 당 중앙윤리위가 추가 징계 절차에 착수하자 법적 대응과 유엔 제소를 예고했다. 가처분뿐 아니라 유엔(UN) 제소 등 모든 법적 수단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절차를 개시했다. 이 전 대표가 객관적 근거 없이 비난성 발언으로 당의 위신을 훼손했다는 게 윤리위의 판단이다. 윤석열 대통령 등을 비판하며 '개고기', '양두구육', '신군부' 등의 표현을 쓴 것이 사실상 해당 행위라고 본 것이다. 이 전 대표에 대한 징계 수위는 제명 등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애초 28일 예정됐던 윤리위 회의는 열흘 앞당겨 지난 18일 열렸다. 윤 대통령이 순방 기간 중 윤리위가 기습적으로 자신을 제명할 것이라는 이 전 대표의 주장은 일부 들어맞은 셈이다. 이를 두고 이른바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겠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윤심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당 외부의 시각은 그렇지 않다.

한 정치평론가는 최근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윤리위의 추가 징계 개시는 법원이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이 제기한 이의신청을 기각하는 등 가처분과 연관이 있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윤 대통령이나 정권의 핵심부에서 이 전 대표를 '자르는' 큰 그림을 그린 뒤 (당이) 구체적인 방법을 찾는 과정으로 생각한다." 당이 미리 정해놓은 답을 맞히기 위해 우격다짐 식 풀이를 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윤 대통령이 내건 '공정'과 '상식'이 자꾸 오르내리는 것은 이 때문 아닐까.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재갈을 물린 자들에게 표현만으로 재갈을 물릴 권리가 주어진다면, 종국엔 그들의 입맛에 따라 재갈을 물어야 할 사람들의 범위와 정도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은 자유와 공정으로부터 시작한다"고 윤리위를 비판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18일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 전 대표가 당 지도부와 친윤계 의원들을 향해 쏟아낸 발언들이 심각한 해당 행위였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이양희 윤리위원장. /이선화 기자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18일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 전 대표가 당 지도부와 '친윤계' 의원들을 향해 쏟아낸 발언들이 심각한 해당 행위였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이양희 윤리위원장. /이선화 기자

19일 새 원내대표 선거 결과에서도 당내 위기감이 엿보인다. '친윤계'의 지원을 받은 주호영 원내대표가 총 106표 중 61표를 획득해 원내사령탑에 올랐지만, 민주당 출신 이용호 의원이 42표를 얻었다. 이 의원의 예상 밖 선전을 두고 친윤 그룹에 대한 불만과 당의 적체를 우려하는 의미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비대위 구성 과정에서 나왔던 '박수 추인'과 원내대표 '비밀 투표' 결과는 너무도 달랐다.

당과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의 막말성 발언에 대한 추가 징계가 시급한 일인지, 당에서 '도려낼' 정도의 징계 사안이라는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관점에 따라 정치적 해석이 다를 수 있다. 다만 이 전 대표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과 성 상납 의혹 등 수사 결과를 보고 징계 여부를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변수 가능성을 없애야 당의 혼란을 수습하는 작업도 순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이 전 대표는 윤리위 추가 징계 착수에 법적 대응과 유엔 제소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당내 분란은 지속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 국민의 피로도 상승도 마찬가지다. 이 전 대표는 "공격용 미사일을 쏘지 않으면 요격미사일은 날릴 이유가 없다"며 당에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성 비위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은 이 전 대표가 이성을 잃은 것 같다는 당원들의 비판 목소리도 고려했으면 한다.

문득 영화 '해바라기'가 떠오른다. 이권을 위해 마을을 장악하려는 집단과 자기를 돌봐주는 새 모녀를 방어는 '태식'(김래원 분)의 다툼이 전개되는 영화다. 영화 막바지, 새 가족을 잃어버린 태식은 이 집단이 자축 파티를 벌이는 장소에 쳐들어가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라며 울분을 토하는데, 묘하게 이 전 대표가 연상된다. 결국 태식은 상대를 모두 제거한다. 그리고 자신도 혈투 끝에 숨을 거둔다. 비극적인 결말이다. 이 전 대표와 국민의힘의 결말은 해피앤딩일까, 아니면 비극일까.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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